메인화면으로
MB 정부 '전작권 마케팅' 아슬아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 정부 '전작권 마케팅' 아슬아슬

외교부, '美에 전작권 재협상 여부 타진' 보도 황급히 진화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3일 오후 늦게 출입기자실을 찾았다. 부처 대변인이 기자실에 오는 건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날 방문은 비교적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외교부의 이용준 차관보를 대신해 왔다는 점이 특이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할 수 있는지 재협상 여부를 미국 측에 타진한 적은 없다. 이용준 차관보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오늘 면담에서는 전작권 전환 문제에 관한 양측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의견을 교환했다.

캠벨 차관보가 오늘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한국 내부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캠벨 차관보는 이용준 차관보와의 협의에서 '동맹국으로서 한국 내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만 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이 차관보가 한국 내 우려를 전달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대변인은 "아니다"라며 "'재협상 여부를 타진한 게 있느냐'가 문제인데 그런 건 없었다는 것이고, 시기 연기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다는 걸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오른쪽)가 3일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왼쪽)을 만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 대변인의 이같은 해명은 '정부, 美측에 전작권 재협상 여부 타진'이란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날 오후 발행된 이 기사에서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작권 전환에 따른 우려감을 미측에 전달했다"면서 "미측도 이런 우려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되어 있다.

<연합뉴스>는 이러한 발언을 전하면서, 정부가 2일 한국을 방문한 캠벨 차관보를 통해 이런 입장을 전달하면서 전환 시기 연기를 위한 재협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또 "2012년 4월(17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에 우려감을 제기하는 분들은 대부분 한미동맹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며 "정부는 이런 분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도가 신빙성 있어 보이는 이유는 캠벨 차관보가 이날 오전 주한 미 대사관 공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때문이기도 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현 시점에서는 현재나 미래에 우리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약속이 얼마나 확고한 지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한국의 강력한 파트너 국가로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한국 내부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의 발언이 전해지자 기자실은 술렁였다.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은 전작권 환수를 연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고, 이런 '중대 발언'이 미국 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나온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여 분 후 정부가 재협상 여부를 타진했다는 보도까지 더해지자 뭔가 중대한 변화가 있다는 심증을 갖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외교부 대변인이 황급히 기자실을 찾은 건 바로 그런 방향의 보도가 나가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그로 인해 '재협상 타진'이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간다면 외교부로서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미관계에 난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미 정부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낳은 '난맥상'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진짜 원인은 바로 이명박 정부 내부에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전작권 환수 연기 혹은 백지화 주장을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받아들여 왔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전작권 환수 연기는 필요하고 미국과의 재협상도 가능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지지층을 다지는 '마케팅'으로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달 20일 "군은 가장 나쁜 상황을 고려해 대비하는 것으로 2012년에 전작권이 넘어오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전작권 환수에 대한 왜곡된 시각에서 비롯된다. 전작권 환수를 '노무현 반미 정부의 그릇된 자주의식이 낳은 잘못된 합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 합의는 노무현 정부의 요구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그것은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로 만들고자 하는 미국의 군사 전략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의 요구로 이뤄진 측면이 최소 50%는 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와 신속기동군화, 평택 기지로의 이전, 한국군 전작권 반환 등은 바로 미국의 국익에 따른 결정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진짜로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미국은 강력 반발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경우 주일미군의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과 관련해 최근 미일간에 조성된 갈등과 유사한 갈등이 한미간에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외교부로서는 이날의 언론 보도에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이미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이 나온 후 이틀 뒤 기자회견에서 "2012년 전작권을 전환하는 데 있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같은 정부에 있는 각료의 말을 사실상 반박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부와 여당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한 수단으로 '전작권 마케팅'을 계속 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한미동맹의 '복원'은커녕 미국의 대(對)한국 불신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캠벨 '남북관계, 북핵 합의 이행의 핵심 요소"

한편, 관심을 끌었던 캠벨 차관보의 북핵 관련 발언은 원칙적인 말을 되풀이하는 선에 머물렀다. 그는 이날 이 차관보와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거듭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는 '최근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체제 및 관계정상화 논의를 북핵 포기를 위한 대가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단계적이며, 북한이 다음에 할 조치는 6자회담으로 돌아와 예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런 맥락 안에서 정치적, 전략적, 경제적, 재정적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2005년(9.19 공동성명)과 2007년(2.13 합의)에 취해진 조치를 북한이 다시 약속하기 전에는 제재 해제나 평화협정과 같은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일단 6자회담에 복귀하고 다시 한 번 2005년과 2007년의 입장을 약속한다면 그때 가서는 다양한 사안들에 관해 양자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관련된 다른 조치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캠벨 차관보가 남북관계의 진전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관계의 발전은 2005년과 2007년 핵 관련 합의를 이행하는데 핵심적인 요소(critical component)"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손을 내미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