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콜은 태국에서 운전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한 번도 못해봤다.
운전이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 공장 안에 세워져 있던 픽업 트럭에 올라탔다. 멋드러지게 운전하며 공장 안을 한 바퀴 도는데 기사 아저씨가 쫓아왔다. 그는 운전석에서 사콜을 끌어내려 뒤통수를 한 대 치고는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너 임마, 미쳤어?"
사콜은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맞은 게 억울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것이다.
벌써 하루가 지난 데다 가볍게 맞아서 상처도 남지 않았고 진단서를 뗄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오던 날이 장날이라고 일요일이라 진단서 뗄 데도 마땅치 않다. 내가 물었다.
"뭘 원해요?"
"다른 회사 가고 싶어요. 마음이 아프거든요."
"진단서 없으면 못 가요."
크게 실망한 표정이다.
남의 차를 허락 없이 모는 사고방식이 좀 특이한 것 같아 물었다.
"운전면허 있어요?"
"없어요."
"태국 면허도 없어?"
"없어요."
"그럼 왜 운전을 해?"
"운전하면 안 돼요?"
"안 되지!"
"공장 안에서 운전하는 것도 안 돼요?"
"안 되지! 태국에서는 돼?"
"예, 태국에서도 원칙은 안 되지만, 뭐라고 그러는 사람은 없어요."
"왜 뭐라고 그러는 사람이 없지?"
"다 아는 사람이니까요."
"한국에서는 안 돼!"
"아는 사람이라도 안 돼요?"
"안 돼."
"그래요?"
"옛날에는 한국에서도 됐어."
"그럼 왜 지금은 안돼요?"
"사고가 많이 났거든."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계속 밀고 나갔다.
"사콜도 잘못했어. 알아요?"
"알아요."
"잘못했으니 참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의 표정이 펴졌다.
나는 간곡히 말했다.
"사콜, 운전하고 싶으면 운전학원 다녀.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는 비로소 홀가분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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