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학생 하나가 사라졌다.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밤 10시경 베트남 노동자 도반흥은 평택시 청북면 고잔리의 공장 기숙사에 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동료들은 화장실에 가는구나 생각했다. 흰색 티셔츠에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으니까. 더구나 그는 핸드폰, 지갑, 여권, 외국인등록증 등을 그대로 두고 나갔으니, 빈 손이었다.
그리고선 19일째 감감 무소식.
회사에선 난리가 났다. 노동자 한 명이 말없이 사라져버렸으니까 미치지. 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평택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으나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계 가족이 아니면 실종 신고가 안 된다나?
할 수 없이 베트남 친구들이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12월 13일 일요일 도반흥이 다니던 회사에 모인 친구 18명이 공장 반경 1킬로를 샅샅이 수색했다. 그러나 성과가 없었다.
결국 12월 15일 베트남 대사관 직원이 평택까지 내려와서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 베트남 친구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리 센터의 한글학교도 마비되었다. 매주 빠짐없이 나오던 개근생 하나가 없어졌으니 심란해서 공부할 마음이 나겠는가? 금방이라도 웃으며 "몰랐지?"하고 나타날 것 같아서 학생들이 출입문만 바라보는 것을 어쩌겠는가!
그는 어디를 갔을까? 갈 데가 없다. 추운 겨울에 티셔츠 차림으로 어디를 가겠는가? 근처 가게에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나? 아니면 혹시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나가서 살해되거나 납치된 걸까?
나는 12월 22일 평소부터 알고 지내던 경기도경 외사과의 K경위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도반흥을 꼭 찾아달라고. K경위는 나를 안심시켰다.
"평택서에서 목사님한테 연락이 갈 겁니다."
12월 24일 평택경찰서에서 형사 5명이 우리 센터로 왔다. 그리고 도반흥의 회사에서 한국인 부장과 베트남 노동자 한 명이 도착하여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마치 113 수사본부가 차려진 것 같았다. 우리 센터에 베트남 말 잘하는 직원이 있어서 의사소통이 쉬웠기 때문이다.
Ⅱ
12월 26일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발견 내용은 이렇다.
12월 9일 오전 평택 회사에서 15킬로쯤 떨어진 화성시 팔탄면 제암리 63번지 소재 하천 다리 밑 공사장 웅덩이에 뭔가 물에 잠겨있는 게 발견되었다. 인부들은 마네킹인 줄 착각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12월 12일 인부들이 공사를 위하여 물을 퍼내던 중 그것이 사람 시체라는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화성 서부서에서 형사들이 나와 사체를 화성중앙병원으로 옮겨 부검을 하고 지문조회를 하였다. 그러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12월 25일부터 26일까지 평택경찰서 형사반이 총동원되어 평택, 안성, 화성 등지의 병원 영안실을 수색하던 중
12월 26일 오후 2시경 형사4반 요원들이 비슷한 사체를 화성중앙병원에서 발견하고 회사 K부장에게 확인을 요청하였다. 달려온 K부장은 도반흥의 시체라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26일 오후 3시 50분 형사들은 베트남 대사관 및 발안 센터에 사체 발견을 전화로 통보하고 과학수사대에 DNA 검사를 의뢰하였다.
▲ 지난 7일 실종됐다 20일만에 시체로 발견된 베트남 노동자 도반흥ⓒ한윤수 |
이제 유족들이 입국하여 최종적으로 사체를 확인하고 어떻게 장례를 치를 것인지 결정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죽었는지 사인을 밝혀내고 만일 타살이라면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야 할 것이다. 평택서 형사들이 부검의에게 들은 바로는 사체에 외상은 없고 익사한 걸로 추정된다지만 확실한 소견을 통보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날 도반흥이 무슨 열이 뻗쳐서 15킬로나 떨어진 웅덩이까지 쫓아가서 몸을 던져 빠져 죽었다는 게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그는 25살의 총각으로 약간 고집이 셀 뿐, 일도 잘하고 한글도 열심히 배우는 성실한 합법 노동자이며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
먼 타국에 돈 벌러 보낸 자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열할 부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27일 일요일, 발안 센터에서 아침 예배를 드릴 때 우리 직원과 통역들은 죽은 노동자의 가련한 처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범인이 있다면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
그래서 얘긴데, 혹시 그날 밤 사건의 목격자가 있을지 몰라서 도반흥의 얼굴을 공개한다. 그날 밤 이 사람을 본 분이 계시면 화성서부경찰서 형사과 박 형사(031-379-9372)에게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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