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의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여야가 온통 '4대강 예산'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예산만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제출한 2010년 예산 가운데 국방예산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국방부는 2010년 방위비분담금 예산 중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CDIP)에 440억 원을 편성하고 그 근거로 '8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을 들고 있다. 그런데 8차 협정 1조에는 "대한민국의 지원분은 인건비분담, 군수비용분담 및 대한민국이 지원하는 건설항목으로 구성된다"고 되어있다. 이전의 협정에는 포함되어 있던 CDIP가 8차 협정에는 빠져있는 것이다.
CDIP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권영길·조경태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마지막에 집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추가 건설하는 것으로 요청이 돼서 그것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삭감하게 될 경우 한미 간의 신뢰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라고 답변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CDIP 예산 편성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한미 간의 신뢰 문제를 들어 그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8차 협정 국회 비준동의 당시 정부는 "1974년도부터 지원되어온 CDIP는(…) 지난 30년간 시행을 통해 최근 더 이상의 소요 제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CDIP를 "감액조정 검토가 필요한 집행실적 부진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과 2009년에 CDIP 항목으로 집행된 예산이 전혀 없다. 정부가 소요가 없다고 확인했고 실제로도 최근 예산 집행이 없었던 CDIP에 대해 이제 와서 집행되지 않은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다.
이처럼 CDIP 예산은 법적 근거가 없고 소요도 없는 불법적이고 불필요한 예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요구하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도 "한미 간의 신뢰"를 위해 예산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대적이고 굴욕적인 태도다.
방위비분담금 항목 중 군사건설비도 문제다. 그 동안 군사건설비는 90%가 현금으로 지원되어 왔는데 미국이 이 자금을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했던 미2사단 이전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2008년까지 무려 1조1193억 원을 빼돌려 쌓아놓고 이자놀이까지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어왔던 부분이다. 정부는 8차 협정에서 군사건설비의 현금 지원 비율을 연차적으로 줄이기로 한미간에 합의함으로써 주한미군의 현금 축적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금 지원이든 현물 지원이든 지원 방식의 차이일 뿐 한국민의 혈세로 미2사단이전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미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도록 되어있는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협정 위반이다. 이런 점에서 현금 지원을 현물 지원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방위비분담금의 미2사단 이전비용 사용의 불법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현금지원분의 불법 사용을 시정하게 되었다는 한미간 합의조차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8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의 부속문서인 '군사건설비 현물지원 교환각서' 9조에는 군사건설비를 연차적으로 현물로 전환하기로 하고, 현물지원 비율을 2009년에는 30%, 2010년에는 60%, 2011년에는 88%를 현물로 제공키로 한미 당국이 합의했다.
그러나 2009년도 군사건설비 예산액은 2445억8700만원인데 미측에 이전된 현금이 2211억6000만 원으로 현금 지원 비율이 무려 90%에 이르고, 2010년 군사건설비 예산 2780억 원 중 60%인 1667억 원이 현금지원분으로 계상되어 있다. '군사건설비 현물지원 교환각서'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측은 국방부의 수차례에 걸친 요청에도 2008년 10월말 이후 미집행 군사건설비 집행규모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맺은 협정조차 간단히 짓밟는 미국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도 문제지만 이를 반대하고 시정해야 할 정부가 "한미 간의 신뢰"를 들먹이면서 오히려 미국의 일방적 태도를 두둔하고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문제다. 한미 당국의 이런 행태는 한미 간의 진정한 신뢰를 깨는 일이다. 국민이 불평등과 굴욕감을 느끼는데 신뢰가 쌓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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