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인표 씨가 한국방송(KBS) 드라마 <명가> 제작 발표회에서 "부자들에게 이야기를 던져주고 싶었다"며 소신 발언을 해 화제다.
2010년 1월 2일부터 KBS1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명가> 주인공 최국선 역을 맡은 차인표 씨는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드라마 출연 결정까지 고민했던 내용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차 씨는 "출연을 결정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명가>가 한 유명인을 위한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작진을 찾아가 면밀히 짚어봤다. 일단 배우로서 권력에 아부하면서까지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을 정도로 배역에 목말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 씨가 이야기한 '유명인'은 경주 최씨 종친회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KBS 안팎에서는 '경주 최 씨' 가문의 부를 일으킨 실존 인물 최국선의 인생을 다룬 이 드라마가 최시중 위원장을 의식해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차인표 씨는 제작진에게 최 위원장이 최국선의 후손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씨는 또 드라마 제목을 두고도 " 방송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네 드라마는 명가요'라고 해야지 우리가 '명가'라고 정해 놓고 작품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전달하는 것밖에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며 "제작진에게 제목을 바꾸자고까지 했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또, 노블레스(고귀한 신분)를 누가 결정하나? 돈이 많은 사람인가? 아니면 권력자인가? 그리고 노블레스만이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나?"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계층을 쉽게 나누는 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차인표 씨는 "그래도 최국선이라는 인물은 양반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 갓과 도포를 벗어버리고 평민복 차림으로 직접 논, 밭을 가꾸고 둑을 정비한다"며 "지금 시대에 부자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얼마나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옛날 어떤 사람은 당신들보다 더 많은 권력과 재산을 가졌었지만 이런 일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던져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인규 의지…"'정치적 고려' 따라 드라마 제작하나"
드라마 <명가>는 이병순 전 사장 때부터 추진해오던 드라마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장급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논란이 많았다.
김인규 KBS사장도 지난달 24일 취임사를 통해 "특별기획 역사 대하 드라마를 준비하겠다"며 "조선시대 근검절 약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를 다룬 <명가>와 제주도에서 나눔과 베풂을 실천한 김만덕의 일생을 다룬 <만덕>이 새로운 드라마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KBS 내부에서도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잖다. KBS PD협회는 지난해 9월 "2010년부터 경주 최부자집을 소재로 한 대하사극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현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판도 못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바람직한 사회 지도층의 모습을 보여 주자는 것이냐"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차인표, 한고은, 김성민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 <명가>는 내년 1월 2일 오후 9시 40분 KBS 1TV를 통해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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