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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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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엄마

[한윤수의 '오랑캐꽃']<171>

베트남 공주 틴에 대해서 두 번 쓴 적이 있다.
처음은 작년 12월 2일. 당시 그녀는 베트남에서 온 청년 짱과 연애 중이었다.
두 번째는 금년 11월 12일. 그녀는 짱과 결혼해서 이미 임신 8개월이었고 그들이 살던 *방을 빼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 틴이 드디어 아기를 낳았다.
틴은 출산 며칠 전부터 전화해서 아기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었다.
나는 하루 밤 생각한 끝에 아기 이름을 <장수>로 지어주었다. 장수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었다. 첫째 짱의 아들이라는 뜻, 둘째 오래 살라(長壽)는 뜻, 셋째 장수(將帥)처럼 잘 싸우라는 뜻.

나는 직원들이 아기를 낳아도. 생전 가보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틴은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피붙이라곤 하나 없는 타국에서 아기를 낳아서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남편 짱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애기 출생신고 어떻게 해요?"
"주소지 면사무소에 해. 지금 주소가 어디로 되어 있지?"
"안성시 공도면이요."
"그럼 공도면사무소로 가봐."
"예."
"참, 애기 엄마 언제 퇴원하지?"
"내일요."
어제 아기를 낳았는데 내일 퇴원이라니 빠르다.

▲ ⓒ한윤수

퇴근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차를 몰고 나왔지만 상당히 밀린다. 평택 시내에 있는 예일 산부인과라고 했지? 나는 네비게이션을 볼 줄 모르는 구형 인간이라 순전히 간판만 보고 찾으려니 힘이 든다. 평택여중과 평택경찰서 사이에서 간신히 찾았다!

틴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산모는 복도를 왔다갔다 걸어 다닐 정도로 회복이 빠르고,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도 3.05 킬로로 건강하다.
틴은 이미 주위 사람들에게 <장수 엄마>로 불리우고 있다. 산모들만 있는 방이라 입원실에 들어가려면 누구든 문을 똑똑 두드리고 신분을 밝혀야 하는데, 안에서
"누구세요?"
하고 물으면
"장수 엄마예요."
라고 대답하는데 여간 천연덕스럽지 않다.

애기아빠 짱이 공도에서 택시를 타고 달려오겠다고 하는 것을 겨우 말렸다. "오지 마. 산모만 보고 가면 되지!"
산모에게 *손들의 교회 헌금으로 축의금을 주었더니 안 받으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다 이렇게 해. 받아."
억지로 쥐어주니 눈물이 비친다.
등을 두드려 입원실로 들여보내고 돌아섰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두웠다.

*방을 빼려고 : 방이 안 나가서 결국 도배를 새로 하고 내놓았더니 방이 빠졌다. 그 덕에 2개월분의 월세를 절약했다.

*손들의 교회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는 '손들의 교회'를 겸하고 있다. 따로 건물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사무실 안에서 일요일 아침 9시에 직원 2명, 통역 1명과 함께 간단한 예배를 드린다. 예배시간은 15분을 넘지 않는다. 그 짧은 예배 중에도 시급한 문제를 가진 외국인들이 계속 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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