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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盧정부때 만든 남북관계발전계획 "이행 불능"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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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盧정부때 만든 남북관계발전계획 "이행 불능" 낙인

[단독] 당정협의 '대외주의' 문건서 수정안 주요 내용 드러나

통일부가 지난 2007년 법률에 따라 수립한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 대해 "사실상 이행 불능"으로 규정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반영하는 쪽으로 수정중인 남북관계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이 <프레시안>이 입수한 통일부의 '대외주의' 문건에서 드러났다. 통일부가 기본계획을 수정한다는 사실은 10월 초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선(先) 비핵화 - 후(後) 남북관계 기조 뚜렷

'최근 남북관계 주요 현안'이란 제목의 이 문건은 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지난 15일 한나라당과의 실무당정협의회에서 보고자료로 사용한 것이다.

통일부는 문건에서 "2007년 수립된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2008~2012)은 사실상 이행 불능"이라며 "남북간 대화 중단, 남북교류 위축, 북한 핵실험 및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등 상황"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른 기본계획 변경안의 주요 내용은 '상생·공영 대북정책의 비전과 목표' 및 '분야별 추진방안'으로 구성된다.

통일부는 새 기본계획의 비전을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실질적 토대 확충"으로 규정했다. 기본계획의 목표는 "평화·경제·행복공동체 구현"이고, 추진 원칙으로는 △실용과 생산성 △원칙 철저 및 유연 접근 △국민합의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의 조화가 제시됐다.

분야별 추진방안 첫째 항목인 '한반도 평화기반 구축'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 구축 △진정성 있는 남북대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공동체 기반 조성' 사항으로 통일부는 기존 남북경협사업의 안정적 유지·발전, 북핵 문제 진전에 따른 남북경협 확대 추진, 남북경협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제도적 여건 마련을 제시했다.

세 번째 '민족동질성 회복 지원' 항목에서는 △인적 왕래 확대 및 실질화 △사회문화교류의 활성화가 들어 있고, 네 번째 '인도적 문제 해결'에서는 △이산가족 및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인도적 대북지원 내실화 △북한 인권 개선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강화가 제시되어 있다.

끝으로 '통일기반 강화' 항목은 △법·제도적 기반 조성 △국민적 합의와 통일의식 제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확보로 구성되어 있다.

홍 차관은 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관계발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기본계획 변경안을 마련하겠다"며 "(그 후) 여야 합의 일정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의 보고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 국회에서 답변중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1보 전진-2보 후퇴'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 불가피

기본계획은 2006년 발효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어야 하는 것으로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10.4 남북정상선언이 나온 후 얼마 되지 않은 2007년 11월 수립된 현재 계획은 적용기간이 5년인데서 보듯 정권교체 등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에 따라 마련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자신들의 대북정책 구상인 '비핵·개방·3000'에 맞게 이 계획의 수정을 추진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변경안 초안을 연내에 만들고 국회엔 내년 초쯤 제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늦어도 내년 3월까지 국회 보고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마련중인 변경안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기 전까지 남북관계를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기조가 짙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남북관계를 진전시킨다는 '비핵·개방·3000'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6.15 선언과 10.4 선언을 토대로 작성된 현 기본계획에 대해 '이행 불능' 낙인을 찍음으로써 두 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거부감을 또 한 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민주당)은 "비핵·개방·3000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데 그걸 바탕으로 만드는 기본계획은 사실상 6.15와 10.4를 폐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계획이 공표되면 북한에 부정적인 신호를 다시 보내게 되어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는 현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되면서 진전되는 북미관계 및 주변국들의 최근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으로 정부가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주선 의원은 "6.15 및 10.4 선언과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별개가 아닌 일련의 프로세스"라면서 "미국은 북에 대통령 특사를 보내 9.19 성명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았다는데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9.19까지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수정안 심의 과정, 정세 변화에 영향 받을 듯

변경안이 너무 막연하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 현재의 계획을 만드는데 깊숙이 개입했던 한 인사는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개념계획이나 구상, 이니셔티브 같은 게 아니라 실행계획을 잡은 것인데 홍 차관이 보고한 변경안만 보면 너무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기본계획에는 남측의 의도, 북측의 입장, 양측이 공통으로 원하는 사항 등이 균형 있게 배치돼야 현실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국군포로·납북자 해결, 북한 인권 개선 등 남쪽은 원하지만 북쪽은 거부하는 과제만 넣으면 법이 규정한 기본계획의 의미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남북관계발전법에는 통일부 장관이 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 2년이 지나도록 연도별 시행계획을 한 번도 보고하지 않아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위법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본계획의 변경이 가능하고 현재 변경중이기 때문에 기존 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들 때문에 기본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심의 과정이 순탄할지는 불투명하다.

통일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남북관계발전위는 10개 부처 차관(급)들과 여·야가 추천한 다양한 성향의 민간 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숫자로만 보자면 정부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우세하겠지만, 내년 초 한반도 정세가 호전된다면 불필요한 남북 갈등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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