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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즈워스 美 대통령 특사 방북

'北 6자회담 복귀' 이상의 진전이 가능할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8일 오후 2시 2분 오산 공군기지에서 특별전용기를 타고 방북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보즈워스 대표는 2박 3일간 평양에 머물며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이번 대화의 목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보즈워스 대표가 별도의 유인책이나 인센티브를 갖고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 복귀에 앞서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윤곽이 북미간에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즈워스 대표와 강석주 제1부상은 사실상 협상에 준하는 대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7일 이번 대화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가 논의될지 여부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하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 정부의 입장도 북미 대화의 분위기에 맞춰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 8일 방북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뉴시스
정세현 "미국의 평화협정 체결 강조에 주목하라"

이런 가운데 이번 북미 대화를 전망해 볼 수 있는 토론회가 한반도평화포럼(공동대표 임동원·백낙청) 주최로 8일 오전 열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발표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최근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에 우선순위를 높게 두면서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전 장관은 "오바마 정부 인사들의 북핵 인식이 부시 시대와 달리 군사안보적인 체제 보장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 시기 북핵 해결 전망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수교나 경제 지원 대신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연결고리로 삼는 협상이 시작된다면 그것은 큰 틀의 협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종래의 거래 개념이 아니라 동북아 냉전구조 해체와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즈워스 대표 방북 직후 한·중·일·러 4개국 순방 일정이 잡힌 것도 그의 방북이 무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며 "1차 방북이 당장 큰 성과를 못 낼 가능성도 있지만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와는 다른 수준의 북핵 정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북미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보즈워스를 통해 이번에도 인습적으로 북한의 선(先) 행동을 요구하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을 받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도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보상을 요구할 수 있고 보즈워스보다 결정권 있는 고위급 대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에 대해 "오바마 정부 출범 초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선택 폭을 좁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이 협상을 하면서도 사실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한다고 읽혀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원 "한국 정부 제동으로 평화협정 본격 논의 어려워"

정 전 장관이 향후 북미관계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토론자로 나온 박선원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미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의 초점은 보즈워스의 이번 방북에 있었다.

박선원 전 비서관은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북한이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다시 다짐한다면"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경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보즈워스의 이번 방북에서 평화협정이 주된 의제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미국은 이번 대화의 주제는 역시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비핵화 문제가 되어야 하고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 문제가 확장·추가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며 "여기엔 한국 정부의 강한 제동이 작용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화협정에 대해 한국은 9.19 공동성명에 나온 대로 6자회담이 아닌 별도의 포럼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식으로 미국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6자회담 복귀, 9.19 성명 이행 두 가지 약속만 받고 돌아와 달라고 한 것 같다"며 "한국의 이런 입장이 가미되면서 평화협정 문제에 대한 강조가 퇴색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9.19 공동성명에 따라 6자회담과는 별도의 포럼에서 직접 당사자들끼리 논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박 전 비서관은 "보즈워스가 굳이 평양에서 강석주를 만나려는 이유는 미국의 정책과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아무런 왜곡 없이 정확히 전달하고 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듣고 싶기 때문"이라며 "보즈워스 대표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모든 걸 다 최대한 상세히 얘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보즈워스-강석주 회담을 2차까지 끌고 가고 싶고 미국도 별 거부감이 없다"며 "양측이 전체 그림을 맞춰 보고 앞으로 어떻게 갈 건지 의견을 조율하는 데까지는 회담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선언 의무 이행에 관한 북한의 재공약은 가장 낮게 설정한 목표로 1차 방북 결과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락사무소·이익대표부 제의로 평화협정 초기 단계 가능할 듯"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회담의) 핵심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결심이 있다면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는 유연성을 이번에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사후적 보상으로 봤지만 이제 북미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의 강력한 유인제이자 선제적 조치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며 "북한도 더 이상 실기(失機)하지 말고 그걸 받아서 6자회담에 나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선원 전 비서관은 "미국이 관계 정상화에 대해 과거보다 유연해지긴 했지만 당장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건 아니다"라며 "대사급 관계 정상화라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핵 폐기 내지 핵 협상 초기 단계부터 연락사무소나 이익대표부 등을 제공하면서 관계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조금 편안하게 핵 폐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카드로 쓸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양측이 체결하는 조약들과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할 때 필요한 평화협정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어느 시점에서는 핵 폐기 선언을 하고 6자회담 프로세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임 전 장관은 북한이 6자회담 합의 이행으로 다시 돌아온 만큼 미국에도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면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국제 금융기구 접근을 위한 미국 내 법적·행정적 조치 이행, 에너지 및 인도 지원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北의 화폐 개혁, 대외관계에서 플러스 요소"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분석과 비판도 있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동북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데도 현 정부는 선(先) 북핵 폐기론, 남북관계 후행론의 동굴 속에서 자기충족적 분석만 하고 거래 개념인 그랜드 바겐과 원샷 딜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비판했다.

박선원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의 업적을 전면 부정하거나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북미·북일 관계의 급진전에 대비해 남북 정상회담 등 '깜짝 카드'를 활용하는 끊을 놓지 않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비서관은 "부시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북한과 협상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제재를 했다"면서 "대화를 시작하면 미국 내 협상파들이 전권을 가지고 타협적으로 나서게 돼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북미·북일 대화에) 발목 잡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상황 봐서 '냅다' 뛰겠다는 입장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미국과 그랜드 바겐에 대해 논의한 건 대북정책의 원칙을 놓고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비핵화, 한반도 문제, 관계정상화 같은 문제들이 로드맵 수준으로 깊이 논의되고 있어서 한국이 초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의 화폐 개혁에 담긴 대외정책적 시사점을 설명했다. 그는 "화폐 개혁을 통해 계획경제적 요소를 강화할 경우 핵심은 국가가 자원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그러나 갑자기 재화가 생겨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북한의 화폐 개혁은 대외관계에서 일정한 지원이나 경협을 받는 걸 전제한 것이라고 본다면 북한이 대외 관계를 경직시키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북미관계나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플러스적인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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