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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딜레마, '피구稅'가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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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딜레마, '피구稅'가 묘약"

[해외발언대]"심각한 경기침체 때 균형재정은 파멸의 길"

미국은 현재 실업률이 10%가 넘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더 써야 할 상황이지만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그동안 거론되던 제2차 경기부양책 등 과감한 재정투입은 더 이상 힘들다는 메시지가 백악관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 회의석상에서 민간부문의 투자 확대를 촉구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재원이 제한돼 있으며, 재정수입과 지출의 격차가 너무 큰 상황"이라면서 "경기침체가 재정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재정균형론자에게 밀리는 오바마

오바마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의 경제를 살리려고 하다가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만 넘겨주게 된다는 '재정균형론자'들의 비판에 밀리는 형국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심각한 경기침체 때는 과감한 재정지출이 특효약이라는 주장은 이른바 '신케인스학파'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의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현재의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후손들에게 더 큰 부담을 넘기게 된다"고 강력히 경고해 주목된다.

프랭크 교수는 "후손에 대한 부담은 재정적자 자체가 아니라 재정지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 "게다가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들에 대한 세금 부과를 도입한다면 세수가 크게 늘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세수확대를 강조했다.

다음은 '두려움 없이 재정적자 늘리기(How to Run Up a Deficit, Without Fear)'라는 이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편집자>

▲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교수.

연방 재정적자처럼 논쟁적인 주제는 드물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왜냐하면 정책결정자들이 재정적자에 대해 알아야 근본적인 진실은 3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심각한 경기침체 때 재정을 적자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두번째, 재정적자가 나중에 문제가 되느냐는 그 돈을 어떻게 썼느냐에 달렸다. 세번째, 재정적자를 없애는 과정은 고통스러운 희생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앞의 두 가지 명제에 대한 증거는 설득력이 있다. 세번째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세번째 역시 진실이라는 것을 이 글에서 설명하려고 한다. 또한 이런 명제들에 근거한 정책들을 쓴다면, 경제 전망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다.

재정적자보다 재정지출의 쓰임새가 문제

첫번째 명제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기한 것이다. 케인스는 총수요가 완전고용에 필요한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 경제회복이 신속하게 자체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경기침체 때는 소비자들이 경기회복을 이끌 수 없다. 일자리가 있는 사람조차 일자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미 필요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케인스는 심각한 경기침체 때는 정부만이 상당한 소비 증가에 나설 동기와 기회를 갖게 된다고 결론 지었다.

물론 정부가 빚을 지면 그 부채는 갚아야 한다. 아니면 이자라도 영구히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이 '정부가 후손들을 파산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 한다.

하지만 이런 불평은 타당하지 않다. 경기 부양에 실패하면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 이에 따라 세수 감소, 실업수당 급여, 민간투자 감소가 장기화된다. 그렇게 되면 효과적인 경기부양을 했을 때보다 공공지출의 총량이 더 많아지고,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경제가 회복되면 재정적자의 효과는 바뀐다. 완전 고용 상태에서 재정확대는 성장에 해로운 영향을 줄 경우가 많다. 조지 W. 부시의 집권 기간 정부 부채는 5조 달러에서 10조 달러로 증가했다. 그중 일부는 의료보험 재정과 당시 구제금융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대부분은 이라크 전쟁과 소비 확대를 위한 감세 때문에 생겼다. 우리의 후손들은 그 결과 영원히 더 가난해지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이 생산적인 투자에 쓰였다면 그 반대 효과가 생겼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기반시설 투자가 수십년 동안 경시되어왔기 때문에 공공투자가 필요한 매력적인 기회가 풍부하다. 정부가 이런 투자를 수행한다면 후손들은 더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부유해진다.

'작은 정부'가 초래한 캘리포니아의 실패 사례

하지만 빚보다 자체 저축으로 투자를 한다면 후손들은 더욱 부유해질 것이다. 재정균형론자들 중 많은 사람들은 재정적자를 없애고 투자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런 관점은 기대와 다른 결과를 종종 낳는다. 정부의 프로그램들은 유권자와 관계가 있다. 삭감되는 항목은 가치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지지자의 영향력이 가장 적은 항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의 학교 시설은 미국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가장 열악한 상태가 되었다.

피구세 도입, 조세부담 훨씬 능가하는 효과 발휘

재정적자를 없애려면 추가 세수가 필요하다. 고무적인 소식이 있다. 기존의 세제를 바꾸면 균형재정을 이루고도 남을 만큼 세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활동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 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아더 세실 피구가 제창한 이른바 '피구세'가 그것이다. 이런 징세는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모든 일상 활동에서 초래되는 값비싼 대가를 감소시키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중에 아황산가스를 방출하는 업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산성비를 내리게 해 피해를 준다. 1990년 개정된 공기정화법이 보여주듯 아황산가스 방출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가장 간접적인 대응책이다.

직접적인 규제에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세금 부과로 해결하는 것은 결코 추가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예로, 자동차가 혼잡한 도로에 진입하면 정체를 증가시키는 피해를 준다. 이 문제에도 세금 부과가 최선의 방책이다. 혼잡통행료 부과로 절약되는 시간은 통행료 부담보다 더 가치가 있다.


투기적 금융거래에 세금 부과 해야

투기적인 금융거래가 자산거품을 부추긴다면, 이런 거래는 금융시스템 붕괴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래에 조금만 세금을 부과해도 리스크를 감소시킬 것이다.

차량이 무거울수록 사고에 의해 다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위험이 커진다. 무게에 따라 차량에 세금을 매긴다면 이런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를 촉진한다면, 세금 부과가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간접적인 대응책이 된다.

모든 세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과세는 절도행위라고 비난한다. 시민들이 애써 번 돈을 원하는 대로 쓸 권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 어느 곳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해를 끼칠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누구도 남의 재산을 훔치거나 파괴하도록 허용되지 않는다. 세금 반대론자들은 덜 직접적인 방법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도록 허용되어야 하는가?

남에게 해를 끼치는 활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균형재정의 필요성과 별개의 문제로 정당화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세금은 공공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재원이 되어주고 재정적자에 대한 비뚤어진 비난들을 잠재울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자에 대한 비난이 현명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줄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대통령과 의회는 경기 부양보다 재정적자 감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5%만이 경기회복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후손들을 파산시키고 싶다면 이 여론 조사대로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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