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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총파업 부결' 후폭풍…"뼛속 깊은 패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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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총파업 부결' 후폭풍…"뼛속 깊은 패배주의"

KBS '거대한 보수' 실체 확인…힘받는 김인규

한국방송(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의 김인규 사장 반대 총파업 투표가 재적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84.5%이라는 높은 투표율에 따라 "압도적 가결"을 기대했던 KBS 노조 집행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나 KBS 구성원 사이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KBS 노조 "김인규 반대 투쟁은 계속" vs "노조 집행부 불신임"

'총파업' 카드가 부결됨에 따라 KBS 노조는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집행부 자체가 사장 선임 국면부터 "구속과 해고를 결의한다"며 '김인규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데다, '김인규 반대 투쟁'을 접기에는 파업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 2025명의 여론이 만만치 않다.

KBS 노조는 "파업은 부결됐지만 김인규 반대 투쟁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KBS 노조의 최성원 공정방송실장은 "노조의 김인규 퇴진 투쟁은 계속 될 것"이라며 "총파업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일 뿐 강동구 위원장의 단식 투쟁, 출근 저지 투쟁 등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원 사이에서는 "이번 투표 결과는 KBS 노조에 대한 불신임으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 조합원은 "어쨌든 KBS 노조 집행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신임 사장 선임 국면에서 집행부는 성명도 내고 위원장 단식도 진행했지만 '집행부만의 투쟁', '구호만 있는 투쟁'만 했을 뿐 조합원들을 '출근 저지 투쟁'에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KBS 내부에서는 노조 집행부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당장 3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집행부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집행부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직무정지'라도 시켜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 2일 KBS 노동조합이 '이명박 특보 김인규 퇴진 및 방송장악 분쇄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개표하고 있다. ⓒKBS노동조합

움직이지 않는 '보수그룹'의 확인

KBS 구성원들의 '성향' 자체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일부는 이번 투표 결과와 지난해 연말 KBS 노동조합의 선거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KBS 노조 결선 투표 결과 역시 95.1%라는 높은 투표율에 현 집행부가 50.1%를 득표해 48.5%를 얻은 '김영한-김병국'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KBS 사원행동에서 활동해온 한 KBS 관계자는 "이번 투표 결과는 고참 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보도국 조합원들과 기술직군 등 KBS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는 보수적 그룹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 것"이라며 "과연 이들과 함께 노조를 함께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가지 아이러니한 점이라면 지난해 선거에서 강동구 집행부를 지지했던 구성원들이 모두 총파업 반대표를 던졌고 당시 이 집행부에 찬성하지 않았던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며 "노조 집행부로서도 난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 특보 김인규 신임?…'이병순 체제' 후유증

한편, 취임 이후 부사장, 본부장 인사와 국·팀장 인사까지 마친 김인규 사장으로서는 이번 총파업 부결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스스로도 취임사에서 밝혔듯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방송 특보를 지냈다는 '태생적 한계'를 의식해왔으나 이번 파업 부결로 사실상 '신임'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 조합원은 "이병순 체제에 따른 반작용"으로 봤다. 김인규 사장이 '이병순 후임 사장'으로서의 효과를 톡톡이 누리고 있다는 것. 한 KBS 조합원은 "지금 KBS 조합원들의 심리는 '이병순만 아니면 된다'는 것도 크다"면서 "지난해 폭압적인 경영 방식, 조직의 경직화 등으로 조합원들의 분노와 좌절이 적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고 동시에 적어도 '김인규는 이병순 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KBS는 정치 독립성을 위한 총파업을 벌이기에는 '패배주의'가 뼛속 깊이 배어있다"는 비관적인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사실 앞서 YTN의 사례를 보면 KBS에서 특보 출신 사장을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과연 정권에 싸워서 이길 수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KBS에 정권 손 안 탔을 때 있었나' 이런 여론도 적잖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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