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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촌 '잠정' 동결, 평화에 대한 갈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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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촌 '잠정' 동결, 평화에 대한 갈구인가?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불법적인 '남의 땅에 집짓기' 오바마가 나서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의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동에서 오랜만에 들리는 밝은 소식이다. 이스라엘 각료들은 25일 안보내각 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제안한 정착촌 건설 중단안을 찬성 11대 반대 1로 가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의가 끝난 뒤 TV 연설을 통해 "이번 조치는 우리의 팔레스타인 이웃과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녕 평화를 갈구하는 이스라엘의 자세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번 내각 결의에는 두 가지 조건이 달려있다. 10개월 동안 '잠정적으로' 정착촌 건설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또 팔레스타인과 가장 심각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점령지인 동예루살렘은 동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수도'에서는 어떠한 건축 제한 조치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미국은 일단 환영…이스라엘과 상호 불신은 커져

정착촌 건설이 진행되는 곳인 요르단강 서안지역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강점한 곳이다. 국제법상 불법 점령지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967년 결의 242호와 1973년 338호 결의를 통해 두 차례나 이스라엘의 철수를 결정한 곳이다. 법적으로 '남의 땅'이고 정착촌은 이 땅에 지어지고 있는 불법 시설이다. 남의 땅에 집을 지으면서 불법 건설업자가 조건을 달아가면서 중단과 지속을 반복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잠정 중단 결정에 대해 미국은 여지없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내각의 결정 직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조지 미첼 미국 중동 특사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스라엘의 조치는 1년 가까이 지연돼왔던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하며 "서안지역 정착촌 건설을 완전 동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첼 특사는 "이스라엘의 이 같은 조치는 부시 행정부 때는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조금만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면 미국은 이처럼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낸다.

미국이 이처럼 이스라엘을 치켜세우는 것은 최근 정착촌 추가 건설이 국제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연합정부를 구성해 총리직에 오른 네타냐후는 정착촌 문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네타냐후 내각은 출범 직후 모두 1450채의 가옥을 기존 정착촌 내에 새로 지어 주변의 불법 정착촌 주민을 수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동예루살렘 점령지역에 900채의 가옥 건설을 추가 승인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정착촌 건설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착촌 문제를 중심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도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고전적 인지동맹관계(cognitive alliance)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당시까지 최우선 협력파트너였지만 이제는 일부 사안에 대해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정착촌 문제를 언급하면서 기존의 '적법하지 않은(not legal)' 대신 '정당성이 없는(not legitimate)'이라는 강한 뉘앙스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네타냐후 정부와는 정착촌 확대 논쟁을 둘러싸고 상호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다시, 열쇠는 미국에

부시의 강경일변도 일방주의 외교 노선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와 이스라엘이 갈등을 보이는 이유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대해 네타냐후 정부가 보이는 입장 때문이다.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합의했다. 이른바 '양국 공존론(two-states solution)'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부는 이를 실행하기 이전에 팔레스타인 국가의 성격이 명확히 합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네타냐후는 '경제평화론(economic peace)'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점령지에 거주하는 아랍 팔레스타인인들의 경제 인프라를 확충하고, 경제개발 지원을 보장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자연스럽게 평화 구축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기능주의적 접근이다.

이런 이스라엘의 입장 변화에 대해 팔레스타인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새로운 움직임은 평화협상을 늦추기 위한 하나의 전술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정착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평화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 안보내각의 잠정 동결 결정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최고협상대표인 사이브 아리카트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동결 대상에서 제외한데다 서안 지역에 이미 허가를 내준 정착촌 주택 3000채의 건설 활동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정착촌 건설의 완전한 동결로 볼 수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팔레스타인은 서안 지역뿐 아니라 동예루살렘 등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차지한 모든 점령지에서 정착촌 건설을 완전 중단해야만 평화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독립국가 건설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은 분할될 수 없는 자국의 영원한 수도라면서 동예루살렘의 반환 요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점령지 서안 지역과 동예루살렘에 일종의 식민마을인 정착촌 100여 개를 건설, 유대인 50만 명을 이주시켰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여러 차례 평화협상이 진행된 바 있지만 이스라엘은 점령지에서의 완전 철수에 단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

협상이 계속 결렬돼 왔던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을 완전 분리하려는 목적으로 800km에 달하는 분리장벽도 건설하고 있고, 곧 완성될 것이다.

평화적 해결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2000년 9월부터는 제2차 인티파다가 시작됐다. 당시 이스라엘의 국방장관 아리엘 샤론이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를 방문하면서 촉발된 봉기였다.

이후 양측 간 충돌은 다시 테러와 이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어졌다. 2005년 8월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가자지구를 포기했지만 2006년 7월부터 다시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3개월여 집중 공격을 가했다. 결국 이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남부의 무장세력 헤즈불라 간의 34일에 걸친 레바논 전쟁으로 이어졌다.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2008년 12월 27일부터 23일간 양측 간에는 또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다. 가자지구에 거점을 둔 무장세력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규모 공세를 가했다.

전투기와 지중해 항모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가자지구의 2500개 목표물에 떨어졌다. 하마스의 군사시설은 사실상 거의 와해됐다.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이스라엘의 정밀타격으로 하마스의 군사 거점과 무기를 공급해주는 땅굴도 거의 무너져 내렸다.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우고 공중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 지상전 특수부대는 하마스 지도부와 대원 그리고 은신처를 속속 찾아내 제거했다.

약 3주간의 군사작전으로 이스라엘인 13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12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이중 어린이 410명, 노인이 113명, 여성 108이 포함돼 있다.

이런 악순환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바마의 등장은 이-팔 평화협상에서 중요한 전기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에서는 약간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은 단 한 번도 이스라엘에 불리한 유엔 안보리 혹은 총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일방적 지지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하는 배경이 되어 왔다. 다자주의 외교를 주창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팔 평화협상을 얼마나 진전시킬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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