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들에게조차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종합유선방송사업(케이블SO), 방송채널사용사업(PP) 같은 용어는 낯설었다. 하지만 이제 아주 많은 이들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 되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이 그렇다.
지난 7월 22일 한나라당이 불법 대리투표와 일사부재의 원칙을 뭉개버리면서 강행 처리한 신문법, 방송법 개악안은 재벌과 조중동 등 수구 족벌신문에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10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절차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법률의 가결선포무효 청구를 기각한 것도 역시 특정 집단에 대한 종합편성채널의 불하가 중심에 있었다.
'신중'하던 종합편성채널, 왜 갑자기 '급물살'?
방송법에 정의하기를 종합편성은 보도, 교양, 오락 등 다양한 방송문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라 했다. 드라마, 스포츠, 뉴스 등 지루할 시간이 없는 한 개 채널 내 종합선물세트다. KBS, MBC, SBS가 종합편성 지상파방송이다. 이들 방송이 채널 개념이 적용되는 플랫폼,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 IPTV에서 적용되면 '조중동의 로망' 종합편성채널이 된다.
지상파 TV 방송 3사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종합편성채널의 힘이 저절로 느껴진다. 몇 해 전 구 방송위원회는 '지역 MBC 연합PP 추진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을 요구하자 종합편성채널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보도 기능의 사회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논의를 뒤로 미루었다. 2005년에는 'PP제도 개선 위원회'를 설치하고 도입을 논의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 만큼 종합편성채널이 미디어시장과 여론형성에 미치는 위력을 인정하고 도입에 신중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 이전에는 존재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종합편성채널이 왜 지금 정상적인 논의도 없이 형상화 되는가? 한나라당의 전략변화에 따른 현실적 전술이 종합편성채널을 법률에서 살려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 패배가 KBS, MBC 등 지상파 TV 방송 탓이라 확신했다. 따라서 정권 회복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 축소를 꼽았다. KBS에서 2TV를 분리하여 MBC와 함께 민영화 하고 신문법과 방송법의 신문ㆍ방송(지상파 TV) 교차소유 및 겸영 금지조항을 폐지하여 그들과 정치적 궤를 같이하는 족벌 신문의 보도기능 방송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운 좋게 MBC 민영화나 조중동방송 없이 정권을 획득했다. 그러자 정권 획득을 위해 결의했던 10년 전 전략을 정권 연장으로 수정해야 했다. 2012년 말 지상파 텔레비전의 디지털 전환 이전에 새로운 전국방송 지상파 TV에 할당할 주파수가 없고 지상파 TV를 운용할 막대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란 현실적 이유를 극복해야 했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시간이 없다. 결국 전체 가구의 90%가 의존하는 케이블, 위성방송, IPTV에 무차별 파고드는 종합편성채널을 선택했다. 지상파 TV보다 유리한 편성, 심의규제와 광고영업 등은 오히려 지상파 TV보다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에 재벌과 조중동이 끼어드는 순간
종합편성 채널은 이미 법률이 시행근거를 규정하고 있고 정보 획득의 다원성과 미디어 점유율 분산효과에 따른 여론형성의 다양화, 채널 내 프로그램의 다양화 구현에 따라 시청자 편익을 제공하는 이유도 있다. 그동안 지상파 TV 3사가 시청자의 요구에 충분히 답하지 못한 이유로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합리적 여론을 형성하는 시민 공론장으로써 편성과 경영의 독립이 보장된 대안방송의 필요성이 떠올랐다. 이 점을 고려하면 종합편성채널 도입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독점자본과 과점 신문을 제외한 집단에 지상파 TV 수준의 방송을 개방하는 것도 기득권 지상파 TV의 변화를 끌어내고 시민사회의 언론보도권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재벌과 조중동 같은 거대 족벌신문이 끼어드는 순간 순기능은 왜곡, 축소되고 병폐만 드러난다. 재벌은 우리 사회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조중동은 신문시장을 독점한, 언론을 가장한 정치집단이다. 족벌신문 사주들과 재벌은 주류 정치권력과 혼맥과 인맥으로 결탁한 한 가족이다. 이들은 보도 기능이 당연 수반되는 종합편성채널을 획득함으로써 경제권력, 정치권력, 언론권력을 엮어 수구반동복합체를 형성하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재벌이 언론에 접근 하는 것을 막고 거대 족벌신문에게 방송을 멀리하게 함으로써 일정한 건강을 지켜왔다.
비록 종합편성채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조중동은 안 된다. 친일 반민족, 반민주 행위를 일삼은 지면의 역사는 지난일로 덮더라도 최근 이들의 논조는 우리사회가 지켜왔던 규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론법과 4대강 사업, 용산참사, 세종시,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보도하면서 헌재의 결정을 왜곡했고 용산참사 희생자를 폭도로 몰았다. 세종시에는 권력의 부침에 따라 줄타기 했으며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사주에 는 침묵했다. 오히려 사전편찬이 민족정기를 갉아먹었다고 비난함으로써 친일 수구 족벌의 면모를 해방 갑자가 지난 오늘까지 버리지 않고 있다. 결국 이들의 방송은 그들이 장담하는 성공적 킬러 콘텐츠가 제공이 아니라 시민과 민주주의를 죽이는 킬러 프로파간다와 다름 아닐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가능한 많은 사업자가 경쟁하게 해야
종합편성채널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미디어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여론 다양성확보는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정치적 기대가 목적인지라 이명박 정권의 꺾일 수 없는 뜻이다. 절차적 위법성을 들어 국회에서 재논의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봐야 들어먹을 한나라당이 아니다. 권언 복합체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현실적으로 퍼즐판을 뒤집을 수 없다면 판을 좀 더 복잡하게 해야 한다. 승인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를 채택함으로써 가능한 많은 사업자가 종합편성채널에서 경쟁토록 하여 독점을 최소로 해야 한다. 시장실패를 핑계로 한 두 개의 종합편성채널 승인은 수구신문의 독점을 강화시킬 뿐이다.
종합편성채널 도입의 목적도 기존 지상파 TV가 제공하지 못하는 시민사회의 보편적 의사를 대변할 대안 매체로 명확히 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지상파와 차별화된 선정성, 편파성 배격", 중앙일보의 "편향된 정치이념화 배제와 좌우 이념 대결 없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도입", 동아일보의 "사실에 입각한 깊이 있는 보도"와 같이 이미 지상파 TV가 끌어가는 감흥 없는 판박이 흑심은 안 된다.
좀 더 나아가 방송법에서 종합편성이란 개념을 지워야 한다. 오늘 종합편성에 이토록 수많은 말들이 부딪히고 깨지는 것은 뉴스 방송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며 유효한 미끼상품이 함께하는 탓이다. 사업자의 제한은 보도에 관한 편성에만 한정할 필요가 있다. 언론개념이 비교적 충만한 방송뉴스에 대한 자격조건과 제한은 우리사회가 대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이다.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들이대고 여론다양성 확보와 지상파 독과점 해소를 이유로 거대 신문과 우리사회의 모든 의제를 독점하는 재벌에 방송뉴스를 할양해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재벌과 조중동, 그들의 종합편성채널은 안 된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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