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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에게

[김민웅 칼럼]<45>전쟁과 신자유주의 압박이라는 괴물 두 마리 낙하에 대하여

반쪽짜리 환영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당신의 방한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 환영은 지금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평화의 사도로 미소를 머금은 세계적 지도자가 아니라, 추악한 전쟁의 얼굴로 이 나라에 왔기 때문입니다. 공정한 국제교역의 협상자가 아니라 이 땅의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제국의 권력자로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전 세계 진보적 시민들은 열광했었습니다. 전쟁과 결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며 자본의 지배가 아닌 공동체의 복원, 그리고 미국의 폭력적 군림이 아닌 존경받는 역할을 기대했었기 때문이지요. 한국에서 오바마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을 때, 당신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을 처음 했던 것은 저를 포함해 이 나라 진보진영의 미국 관찰자들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은 이 나라 진보세력에게도 반가움과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방한한 당신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있습니다. 전쟁과 신자유주의 압박이라는 두 가지 괴물을 이 땅에 낙하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된 당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까지 끌어들여 전쟁의 범죄를 연장시키려 하고 있고, 자본의 일방적 지배로 인해 곤경에 처한 미국 자본주의의 진로를 바꾸어 보겠다고 한 당신이 그 자본의 대리인이 되어 우리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게까지 합니다.

당신과 반대진영에 있는 이명박

오바마 대통령, 당신의 대통령직 수행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그러나 그 성공은 평화의 가치가 승리하는 것이고, 공동체의 가치가 이기는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이 보편적으로 이룩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요?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 밤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열악한 건강복지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전 국민 보험제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당신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보수 세력의 공격에 처해왔었습니까? 거대한 자본권력이 공공의 보건을 자기들의 이윤추구대상으로 삼아 무수한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고도 사회적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극을 당신은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끝내기 위해 애를 써온 당신은 자본의 독점적 지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현실과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당신이 만나는 이명박 대통령은 당신과 모든 면에서 가치의 공유가 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당신이 추구해온 삶과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신이 미국에서 싸워온 세력과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만일 미국 국내 정치였다면 그는 당신과 적대적 진영에서 당신을 비난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외교가 그런 것을 따져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은 당연하겠지만, 이명박 정권이 오늘날 이 땅에서 벌이고 있는 일로 이 나라 국민들의 상당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방한 결과가 그 고통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원성은 당신을 향해서도 멈추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건 미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결코 아닙니다.

당신의 벗들을 외면하지 마시기를

이 땅에서 당신의 방한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너무나도 기이한 일을 당신은 혹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당신의 생각과 정치적 선택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저열하게 조롱해온 자들이 도리어 당신을 환영하고 있고, 당신을 지지하고 엄호해온 이들이 당신의 방한에 비판의 목소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요? 그건 당신이 당신의 진정한 벗들을 외면하고 당신의 가치와는 정반대의 세력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이런 선택과 관련해서 미국의 국익, 국제적 상황 등등 내세울 논리는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당신이 추구해온 가치를 스스로 배반하는 자기배반과 자기부정의 논리는 무슨 말로도 정당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훌륭한 생각과 탁월한 표현력, 그리고 침착한 행동을 통해서 세계적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 온 당신이 이 나라에서도 그런 모습을 과시하면서 좋은 기억을 남기기 바라지만, 만일 그렇지 않으면 그건 당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애석한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역사의 진보를 꿈꾸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려는 이들은 당신이 그 꿈과 희망의 한 축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공격적 정책을 철회하는 대북정책의 파격적 전환에 기초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신자유주의의 지구적 지배를 종결짓고 공정한 무역, 그리고 건강한 금융자본시장의 성숙을 이루어내는 일에 같이 손을 잡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시절의 미국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공동체의 역할이 자본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일에 세계적 협력을 일구어내는 일이 바로 오바마 대통령 당신도 바라는 바가 아닌가요?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짧은 체류일정으로 이 나라 국민들과 얼마나 정겨운 대면을 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겠지만 사상과 이론이 단단한 능력 있는 지도자로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환영은 반쪽짜리지만, 이 나라를 떠날 때에는 열렬한 환송을 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와 세계적 협력을 꿈꾸는 이 나라의 진보적 시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는 일정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자면,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구를 접으십시오. 한-미 FTA의 부당한 압박을 시도하지 마십시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한-미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에만 주력해도 이번 방한의 성과는 엄청날 것입니다. 부디, 다음에는 서로 기쁜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금 당신의 방한에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랑을 가볍게 보지 마시고, 함께 꿈꿀 수 있는 세계의 미래를 위해 손잡을 날을 고대합니다. 건강하시고, 편히 귀국 일정에 오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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