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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평화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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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평화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아시아의 평화교육과 종교의 역할' 국제세미나

우리가 사는 아시아는 지난 20세기 내내 전쟁의 회오리 속에 지내왔다. 일본제국주의의 한반도-만주-중국대륙-동남아 침공은 아시아의 평화를 깨뜨린 주요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21세기 들어서도 아시아는 전쟁으로부터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지구촌을 돌아보면, 올해 초 팔레스타인 가자(Gaza)지구에서 벌어졌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혼란 등 일부지역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전쟁과 군사 분야의 세계적인 싱크 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이 해마다 펴내는 『군비·군축·국제안보』(Armaments, Disarmament and International Security) 연감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지금껏 해마다 15-30곳에서 전쟁이 벌어져왔다. 최근 몇 년 동안에도 1년에 사망자 1천명 이상을 낸 전쟁은 15건 안팎이다(2006년 17건, 2007년 14건, 2008년 16건). 이들 전쟁들은 대부분 내전이고, 지역적으로는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 몰려 있다.

1천명 이상 전쟁희생자 낸 아시아 지역 8곳

2008년 전쟁으로 1년에 1천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은 아시아 지역의 경우만 살펴보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카슈미르(인도-파키스탄 두 나라의 오랜 영유권 분쟁) △필리핀(중앙정부 대 남부 민다나오섬 무슬림 분리주의자들) △버마(미얀마 정부 대 소수민족들의 유혈분쟁) △스리랑카(다수 싱할리족의 중앙정부와 분리독립을 바라는 소수 타밀족의 유혈투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터키(쿠르드 분리운동) 등이다. 이곳들은 아시아의 만성적인 분쟁지역들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가난과 불안 속에 지내왔다.

2009년 현재 아시아 지역에 유엔이 평화유지를 위해 병력 또는 행정요원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분쟁지역들을 간추려 보면, △동티모르(UNMIT) △카슈미르(UNMOGIP) △아프가니스탄(UNAMA), △레바논(UNIFIL), △골란고원(이스라엘군이 점령중인 시리아 영토, UNDOF) △시나이반도를 비롯한 이스라엘 접경 중동지역(UNTSO) 등이다.

문제는 유혈분쟁이 벌어지는 모든 아시아 지역에 유엔평화유지군이 파병되지는 못해왔다는 점이다. 중동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터키, 필리핀, 버마(미얀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2009년 5월 내전이 그친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가 대표적인 보기다.

그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유엔평화유지군 파병 자체가 어렵거나(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인도주의적 개입 명분으로 개입해봤자 위험부담과 들인 비용(input)에 비해 돌아올 이익(output)이 그리 크지 않다는 계산 아래 국제사회가 외면한 경우이거나(스리랑카 등) △주권국가임을 내세워 "우리는 소말리아처럼 중앙정부의 공권력이 무너진 이른바 '실패한 국가'(failed state)가 아니므로 국제사회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라"며 유엔의 개입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터키, 버마, 이스라엘, 중국)로 나뉠 수 있다.
▲ '아시아의 평화교육과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 모습 ⓒ김재명

'아시아의 평화교육과 종교의 역할' 국제세미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세계 종교인과 현장 평화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의 평화교육과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11월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 국제세미나는 한국의 7대 종단(개신교, 불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 민족종교협의회)의 종교간 대화와 협력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최근덕) 산하 국제법인인 종교평화국제사업단(IPCR)이 주관했다.

이 국제세미나에는 중국, 인도, 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캐나다 그리고 아프리카 케냐에 이르기까지 세계 15개국에서 평화교육을 맡고 있는 전문가 20여명이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참석했다.

"분쟁현장의 최전선에서 평화 심으려면..."

세미나 첫날 기조강연을 한 김성곤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사무총장(국회위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 활동이 중지하였으나 조만간 동 센터를 다시 개원할 예정이며 이번 KCRP와 IPCR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국제 세미나가 '서울평화교육센터'의 개원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진행된다"고 밝히면서 "이 세미나를 통하여 평화교육과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전개되어 새롭게 시작하는 서울평화교육센터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조강연자 프라밀라 신하(Pramila Sinha)는 2005년부터 스리랑카에서 내전지역에서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피신시키는 등 비무장 상태로 평화활동을 폈고, 그 공로로 2009년 도널드 맥래 평화상을 수상한 여성 평화활동가다.

프라밀라 신하는 기조연설에서 캐나다 비정부기구(NGO)인 '국제 비폭력 시민세력'(Nonviolent Peaceforce Int'l, 약칭 NPI)의 요원으로 스리랑카에서의 활동체험을 들려주면서 "분쟁현장의 최전선에서 평화를 심기 위해선, 비폭력 중재기술을 몸에 익혀 분쟁당사자들 사이에 합의 가능한 대화를 중립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하가 속한 NPI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기구로 등록된 국제평화단체로, 이 단체의 제3자 개입모델은 유엔이 뽑은 갈등해결 평화모델 5가지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제3자 개입모델은 분쟁지역에 갈등해결과 평화구축을 위해 비무장 상태의 훈련된 전문가를 투입하는 것으로, 국제NGO의 평화활동 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중이다.
▲ 기조발제를 한 김성곤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사무총장 ⓒ김재명

"북한 전문가 훈련프로그램 발전시켜야"

이번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평화활동가들 가운데 중국 대련에서 온 우나 레일리(Wuna Reily)도 눈길을 끄는 여성이다. 그녀는 세계평화운동의 선구적인 조직 가운데 하나인 '미국친우봉사회(AFSC)'의 동북아시아 담당자이자 중국 대련의 AFSC지부 책임자이다. AFSC는 지난 60년대 이후 국제분쟁지역에서 평화구축사업을 활발하게 펼쳐왔고,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위해 지난 1980년부터 북한과 채널을 만들어 왔다.

레일리는 이번 국제세미나에서 "유엔개발계획(UNDP) 등 제한된 범위의 국제기구에서 시도되었던 북한 전문가 훈련프로그램을 보다 지속적이고 내실 있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종교계와 유네스코, 그리고 국제NGO 등이 협력하여 중국 등 제3국에서의 훈련프로그램을 후원하거나 공동운영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종교간 벽 허물고 평화교육 힘써야"

IPCR 2009년 국제세미나는 환영리셉션(8일)과 기조강연, 각 분과회의로 이어졌고, 세미나 참석자들은 각 분과회의에서의 토의내용을 모아 제안서에 담았다. 제안서는 △오늘날 전쟁, 무장투쟁, 빈곤과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와 비폭력문화를 조성하려면 모든 아시아 국가의 종교 시민 공공부문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하고 △평화구축을 위해 종교공동체, 시민사회, 그리고 각국정부가 지닌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자원들을 긴급히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제안서는 종교 시민 공공 등 세 분야에서 '평화의 문화'(culture of peace)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평화프로그램으로서 △모든 종교공동체는 종교 간의 상호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저마다 지도자, 선생, 학생들을 위한 개별 교육과정과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울러 종교공공동체는 시민사회, 기업, 학술기관, 그리고 정부와 협력해서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인터넷과 웹사이트, 그리고 다른 미디어와 출판물 등으로 공공의 정보를 주고받는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아시아 각국의 종교공동체들이 서로의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고 △각종 회의, 청년교환프로그램, 다종교 축제, 다종교 순례와 종교예술 등을 통해 만남의 공간들을 창출해내자고 제안했다.

이어 제안서는 시민사회에 대해 △'평화의 문화'를 촉진하고 여러 기구들, 비정부기구들(NGOs), 풀뿌리공동체 사이에 상호신뢰에 바탕한 협력적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구축지원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다문화적 접근방식을 발전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선 평화교육에서의 공통된 시각을 개발해내고 △다자간 신뢰구축을 위한 대화술이나 심리치료, 폭력과 평화의 민감성, 무장투쟁에의 개입 등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캐나다 비정부기구(NGO)인 '국제 비폭력 시민세력''(NPI)의 요원으로 스리랑카에서의 활동체험을 들려주는 프라밀라 신하 ⓒ김재명

"평화교육을 공공교육 커리큘럼 안에 넣어야"

끝으로 공공부분에 대한 제안서에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시아) 각국 정부의 교육부는 평화교육을 초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커리큘럼 안에 넣길 권유한다"는 대목이다. 참석자들이 말하는 평화교육이란 인내와 비폭력, 다양성, 대화, 인권, 분쟁관리 등에 관한 지식, 기술,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가리킨다. 제안서는 특히 '아시아의 분쟁해결과 평화교육에 이바지하는 국제평화교육센터'가 한국에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국제세미나는 1986년에 KCPR가 출범하면서 함께 설립되어 10년 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던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평화교육센터의 재출범을 준비하는 한편, 종교를 통한 평화교육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ACRP는 그동안 아시아의 평화라는 큰 틀 아래 아시아지역의 군축과 안보, 경제와 생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인간존엄과 인권, 평화를 위한 교육과 봉사 등에 관심을 촉구해왔다. ACRP의 한국지부인 KCPR는 지난 20여년 동안 종교간 화해와 협력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통합과 안정에 힘써온 바 있다.

국제세미나를 주관한 IPCR은 지난 2008년 KCRP 산하에 설립된 국제사업 법인이다. 그동안 한국종교계의 국제활동을 지원하면서, 특히 아시아 지역의 재난과 가난 극복 등을 위해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현재 베트남,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에서 빈민지역의 자활사업을 돕고, 식수용 물탱크 설치, 종교간 대화협력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펴오고 있다.

한편 이번 국제세미나는 유네스코와 무장갈등예방 국제시민사회연대(GPPAC), 비폭력평화물결, 그리고 한신대와 원광대, 동국대 등이 협력기관으로 함께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따라서 한국의 평화활동가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국내외 평화교육 관련기관 사이의 공조체제가 구축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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