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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시리아, 한국에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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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시리아, 한국에 문을 열다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한미동맹 중심주의 벗어나야

아랍 22개 국가의 지도를 들여다보자.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시리아다. 북한과 친밀한 '형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왕국이 아니라 공화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정일 체제와 같이 아들 바샤르가 아버지 하피즈 알-아사드의 정권을 물려받았다. 더불어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 혹은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된 국가다.

현재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레바논의 반정부세력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지원한다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중동의 마지막 미수교국인 시리아에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가 문을 열었다. 12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는 '다마스쿠스 KBC' 개소식이 열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부설기관인 KBC는 한국과 시리아의 무역과 산업 협력의 중계 및 조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소식에 참석한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시리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외 개방 조치로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KBC가 시리아에서 문을 열게 됐다"며 "앞으로 KBC가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 간의 상품 수출입은 물론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선 코트라의 적극적인 해외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코트라는 시리아에 한국 기업의 전초 기지인 KBC를 개소하기 위해 매년 '다마스쿠스 국제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10여 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국에 주재 중인 코트라 직원은 그동안 수십 회 이상 시리아를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왔다. 오랜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코트라는 올해 8월 중국 시안과 이달 10일 수단 하르툼에 KBC를 각각 개설하는 등 선진국에 파견된 인력을 줄여 신흥시장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대기업 보다는 정보력과 해외영업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쿠바의 아바나에도 KBC를 설치해, 미수교국에 진출한 KBC는 2개로 늘어났다. 현재 코트라는 72개국에 99개의 KBC를 운영하고 있다. 한때 지나친 규모 확대로 감사를 받으며 해체설까지 나왔던 코트라가 신흥시장 개척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시리아와 같은 미수교국가에 적극 진출하는 움직임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우리 기업은 이미 시리아에 많은 제품을 팔고 있고, 이미 진출에 사업터전을 닦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있다.

시리아에 대한 한국 기업의 수출은 2005년 4억 달러를 처음 넘어선 이후 매년 두 자릿수 퍼센티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년보다 30% 증가한 7억8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시리아 거리는 현재 한국 차들도 가득하다. 특히 기아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시리아 시장점유율에서 3위 도요타(3.6%)와 현격한 차이로 1위(30.8%)와 2위(25.5%)를 나란히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현지 통신공사와 합작으로 유선전화 교환기 시스템 회사 'ST 삼성'을 설립했고, LG 전자도 다마스쿠스 지사를 두고 있다.

▲ 중동 지역의 마지막 미수교국인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데데만 호텔에서 1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코리아비즈니즈센터(KBC) 개소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리아의 KBC 출범은 또 다른 외교적 함의를 담고 있다. 시리아와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노력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엔에서 북한 관련 표 대결을 위해 우리는 확대외교를 펼쳤었다. 더 많은 한국 지지 국가들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당시 우리의 정보기관은 태권도 사범 등을 통해 시리아와도 물밑 접촉을 추진했었다. 상당한 결실도 있었다.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 때 시리아는 우리와 외교관계 개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자신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를 스스로 우려했었다. 물론 미국 내 여론과 정치인을 움직인 세력은 유대인 로비스트들이었다. 팔레스타인 저항단체에 물질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시리아의 고립을 조장하는 세력이었다.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에도 시리아 주변의 외교공관과 국정원 그리고 코트라 직원들은 시리아와의 관계 수립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뛰었다. 그러나 국내의 생각은 달랐다.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는 것은 한미동맹 정신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는 무역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일 전 나온 통계에 따르면 우리의 무역의존도는 90%가 넘는다. 세계 11위다. 외교와 해외 진출 모두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도 안보적 그리고 경제적 차원에서 우리의 생존에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의 경제적 안보를 위해 우리는 아프리카 오지에도 진출해야 한다. 상당 규모의 내수 시장을 가진 미국, 중국, 일본, EU 등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21세기에도 우리가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동안 우리의 시장은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 등에 잠식당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파병을 수행하고 아프간의 재파병을 결정하는 사이 중국이 그 공백을 메워나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반발하는 중동과 다른 제3세계는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환영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사안에 대해 우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반(反)이란 표를 던지는 동안 중국은 이란의 가스전 개발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이미 중동 및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석유자원 개발에 중국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이들 지역 슈퍼마켓의 물건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채워지고 있다.

시리아에도 중국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시리아도 현재 개방의 물결을 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및 이스라엘과 불편한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경제는 다르다.

시리아는 2006년 2월 경제개혁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회주의적 경제체제에서 탈피하는 각종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면적인 수입자유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월 자본주의의 상징인 주식시장을 처음 개설하는 등 경제개혁 프로그램 시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리아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미국 주도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시리아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버텨냈다. 중동에서도 몇 안 되는 식량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다. 최근에는 유전이 발견되고 여러 곳에서 생산을 시작하면서 향후 석유수출국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점에서 코트라가 KBC를 설립한 것은 뜻 깊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를 승격해 정식 무역관을 개설하고 더 나아가 우리 교민 보호와 포괄적 교류를 위한 영사관 및 대사관의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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