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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해임 취소…사유·절차 모두 '위법'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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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해임 취소…사유·절차 모두 '위법' 인정"

"이 대통령 사과하고 이병순 사장은 KBS 손 떼라"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12일 "정 전 사장의 해임 결정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취소…사실상 최종 사법적 판단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이날 판결은 지난해 이명박 정권의 KBS 사장 교체 과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종지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 전 사장의 남은 임기는 오는 23일까지로 열흘 정도 남은 상황이라 이명박 대통령 측이 항소를 한다고 해도 임기 이후에는 사실상 '실익 없음'으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

정연주 전 사장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백승헌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행정 소송의 특성상 '처분 취소'에 따른 법적 이익이 남아 있어야 판단이 이뤄진다"며 "오늘 판결이 사실상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지막 판결이고 사실상의 최종 판결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정연주 전 사장이 KBS 사장직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0일 안에 2심을 거쳐 확정 판결을 받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사장이 제기한 '해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 다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백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지난해 가처분 신청 기각이 잘못 됐다는 의미 아니냐'는 질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본안 판결과 가처분 자체의 효력을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순관계에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법원 "해임 사유도 '근거 없음', 절차도 위법"

이날 판결은 이명박 대통령의 행정 처분을 '부당하다'고 평가하고 취소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하며 든 주요 사유인 '배임 혐의'는 이미 지난 8월 판결에 의해 '무죄' 선고를 받은 상황이고, 이날 판결은 해임의 절차가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해임 처분은 정연주 전 사장에게 사전 통지, 의견 제출, 소명 등의 기회를 주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의 법적 근거 및 구체적인 해임 사유 등과 같은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또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감사원이 내세운 해임 사유 중 일부에 대해 "정 전 사장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KBS의 적자 구조 만성화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신료 수입 정체, 지상파 방송 광고 수입 감소, 공적 책무 수행으로 인한 지출 비용 증가 등도 재정 상태 악화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적자 구조 만성화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 전 사장에게 있지는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법원은 "KBS 사장의 임기 제도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공정성·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그 해임 사유에 따른 해임 처분의 기준은 다른 공공기관 등과 비교하여 볼 때 더 높게 해석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를 미루어 볼 때 해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원이 지난 가처분 결정 때와 같이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고 판결한 것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이날 법원은 "임명 권한 자체에는 당연히 해임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KBS 사장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면직 절차와 규정' 등을 마련하기 위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순 사장의 1년 부정당한 것…이명박 대통령은 사죄하라"

문제는 이날 판결이 현 KBS에 미치는 영향이다.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취소 처분을 받은 이상 그의 임기를 채우고 있는 이병순 사장의 법적 지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KBS와의 소송이 아니다"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도 KBS 차기 사장 공모와도 겹치는 상황이다. 이미 KBS 안팎에서는 이병순 사장이 KBS 경영에서 손을 때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한국PD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불법 덕에 KBS 사장 자리를 차지한 이병순 씨는 더 이상 KBS를 망치지 말고 지금 당장 손을 떼라"며 "오늘 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이병순씨가 이른바 'KBS 자리'에 앉아 있었던 지난 1년을 부정하는 판결이요, 따라서 'KBS 사장 이병순'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시민사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디어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 "이명박 대통령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여 국민 앞에 사죄하고, 모든 것을 원 위치로 돌려놓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이명박 정권은 방송장악 행태를 사죄하고 방송에서 손을 떼라"고 강조했다.

또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킨 전 KBS 이사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PD연합회는 "지난해 8월 8일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던 '공영방송 파괴 6적', 즉 유재천·권혁부·방석호·이춘호·박만·강성철 또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방송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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