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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153>

한국에서 눈이 맞아 연애 결혼한 베트남 남녀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휴가를 얻어 베트남에서 식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입국하여 발안에다 신혼살림을 차렸다.
그들의 보금자리는 반 지하 원룸으로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3만 원짜리다. 발안은 방이 귀해서 보통 원룸 하나에 300에 30을 받는데, 그에 비하면 아주 싼 편이다.
지금 아내 틴은 임신 9 개월째로 휴직 중이다. 출산 예정일이 12월 10일이다.
지금이 부부에겐 무척 중요한 시기인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남편 짱의 회사가 파산하여, 본의 아니게 발안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는 안성시 공도면에 있는 철재 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문제는 발안의 원룸이다. 계약기간이 내년 2월까지로 방이 안 나가면 그때까지 매달 생돈 23만원을 꼬박꼬박 물게 생겼다.
그래서 걱정이 태산 같다.
왜냐하면 안성에도 방이 귀해서 300에 35만 원짜리 원룸을 얻었으니, 잘못하면 양쪽 방세로 매달 58만원을 물어야 하니까. 짱의 월급이 120 정도인데 양쪽 방세 빼면 뭐가 남나? 그래서 둘은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목사님, 도와주세요."
나는 복덕방에 전화해서 사정을 알아보았다.
"방이 나갈까요?"
"글쎄요. 그 방에 곰팡이가 좀 나 있던데. 이사철도 아니고 빠지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주인에게 부탁해서 도배를 새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도배 안 해줄 걸요 만기가 지난 것도 아니니까."

▲ 짱과 틴 ⓒ한윤수

예상대로 주인은 도배를 못해주겠단다. 하지만 복덕방이 현장을 가보고 오더니 베트남인들이 깨끗이 써서 도배할 정도는 아니란다. 곰팡이도 부부가 잘 닦아내서 표시가 거의 안 난다면서.
나는 법정 소개료보다 좀 더 줄 테니 방을 빨리 뽑아 달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남편 짱은 안절부절이다.
"그냥 내년 2월까지 방세 다 주고, 보증금 나머지 돌려달라고 할까봐요."
"왜?"
"빚이 많아서요."
"무슨 빚? 도박해?"
"아뇨. 베트남 집에 빚이 천만 원 쯤 있어서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방이 금방 나가면 손해잖아! 밑져야 본전인데 기다려. 방 나갈 거야."
"나갈까요?"
"월세 23만원이면 발안에서 제일 싸니까 분명히 나가!"
"그럴까요?
"지금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추위도 닥쳐오는데 그 방은 금방 나가. 싸잖아!"
그 방이 나갈지 안 나갈지는 모르지만 좌우지간 큰소리는 빵빵 쳤다.
그렇게라도 해야 나갈 것 같아서.

*월세 23만 원 : 관리비 2만 5천원은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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