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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가서 무슨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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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가서 무슨 일을 할까?

[한윤수의 '오랑캐꽃']<150>

외국인 노동자가 귀국하면 고국에선 무슨 일을 할까?
한국에서 배워간 기술을 가지고 그와 연관된 노동을 할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고국은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서 기술을 써먹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간혹 한국에서 경력증명서를 떼어가는 노동자들이 있다. 현지에 있는 한국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선택받은 사람으로 전체 귀국자에 비하면 극소수다.

그럼 그들은 무얼 할까? 일하지 않고 대부분 쉰다. 피곤해서? 아니다. 그곳 현지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쉬는 동안에 벌어온 돈으로 새 집을 짓는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집 짓는 것은 기본이다. 혹시 과시하고 싶어서? 어쨌든 그들은 집을 지으며 다시 외국으로 나갈 꿈을 꾸거나 자영업을 시작할 생각을 한다.

베트남 남성 팜칸(가명)은 벌어온 돈으로 꽤 큰 집을 샀다. 그러나 집만으로는 아무 수입이 없어서 한국에 다시 왔다.

베트남 남성 풍(가명)은 집을 짓고 동생 학비와 식구들 생활비로 벌어온 돈을 다 썼다. 그는 다시 한국에 올 생각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혼자 벌어서 식구들을 다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꽤나 힘들어 한다.

이처럼 귀국한 노동자들은 현지에서 일자리를 잡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연착륙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 여성 투이(가명)는 3년 동안 일해서 2천만원을 모았는데 고향에 의상실을 차릴 예정이다. 성공할 확률은 반반이다.

필리핀 여성 로멜라(가명)는 한국에 두 번이나 왔다 가며 야무지게 저축했다. 고향에 집을 두 채 짓고 개발붐이 일고 있는 휴양지에 한 채 샀다. 하지만 그녀가 한 일은 부동산 투기에 가까워 직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리핀 남성 올랜도(가명)는 컴퓨터를 10대 사서 PC방을 차렸다. 총 400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하루 수입이 2만원 정도 된다. 지금 PC방은 동생이 운영하는데 올랜도가 귀국하면 하나를 더 차릴 생각이다. 이건 성공할 것 같다.

최고의 성공을 이룬 것은 뜻밖에도 태국인이다.
태국 남성 솜바트는 한국 가구공장에서 5년 동안 일했다. 한 달에 잔업 포함하여 110만 원 정도를 벌어서 20만 원만 쓰고 매달 90만 원 정도를 송금했다. 잔업이 많은 달에는 100만 원을 보낸 적도 있다.
고향의 가족들은 그 돈으로 새 집을 짓고 장사 밑천인 트럭을 사고서도 50만 바트(약 2천만 원)를 저축해놓은 상태다.
그의 아내는 트럭을 몰고 다니며 건어물을 파는 행상을 시작했다. 주로 한국 김(海苔)을 사다가 식당에도 납품하고 길거리에서도 판다. 한 달에 1만 바트(40만 원) 정도 번다. 그만하면 수입이 괜찮은 편이다. 태국인들은 원래 김을 먹지 않았는데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2, 3년 전부터 많이 먹기 시작했다.
솜바트의 아내가 어떻게 한국 김을 팔게 되었을까? 시누이가 다니는 회사에서 김을 수입하는 바람에 그 연줄로 김을 취급하게 된 것이다.
솜바트는 가능한 빨리 귀국할 작정이다. 아내도 보고 싶고 아내와 둘이서 김 장사를 하면 8. 9천 바트 정도를 더 벌수 있기 때문이다. 둘이 합하면 한화로 7, 8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는데 그 정도 수입이면 상당히 잘 사는 축에 속한다.
태국 남자는 엉성한 경우가 많지만 요렇게 야무진 사람도 있다. 내가 보기엔 솜바트 부부가 최고로 확실한 일자리를 잡은 것 같다.
성공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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