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자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두 차례의 공식 회담을 가진 후 다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3일 보도했다.
잡지는 북미 협상에 밝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최근 미국을 방문한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과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성 김 대북특사간의 협상에서 이같은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다자회담 복귀 전 2차례 양자회담 개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면담 △2005년 9.19 공동성명 준수 및 조속한 핵 프로그램 포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복귀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양자회담의 결과가 잘 됐을 때 다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달리 다자회담 복귀 전 2차례 양자회담 개최에 동의했고, 보즈워스 대표의 협상 상대를 강석주 제1부상으로 격상하는데도 별다른 이견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잡지는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3번째 제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 구상이라는 토대 위에서 회담을 재개하고 싶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의 핵무기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셈이라고 잡지는 분석했다.
또한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과 함께 미국 상·하원 의원단의 북한 방문도 타진했다고 미·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핵 관련 시설 공개를 방북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정부간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더라도 의원단과의 접촉을 통해 북미 직접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케이>는 미 행정부 내에 보즈워스의 방북에 대해 신중론도 적지 않아 북미 물밑접촉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언제, 어디서 대화할지만 결정 못해"
한편, 미국은 북한이 폐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발표한데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놨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원칙적으로 플루토늄 재처리는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스스로 약속한 것과 상반된 것이며,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조치를 북한이 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발표를 비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비난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면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북한의 이번 발표가 긴장을 높이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은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에 이를 수 있도록 할 6자회담 재개"라면서 "진전을 위한 길이 있으며, 그 길은 6자회담 재개 및 모든 당사국들이 2005년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북아 긴장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평화적 해법이라는 목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모두가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두가 신중하고, 수사(rhetoric)를 완화하며, 긴장을 일으킬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켈리 대변인은 북미 양자대화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의 맥락에서, 6자회담 참여국의 지지와 이들 국가와의 조율 속에서 북한과 양자대화를 가질 용의가 그대로 있다"면서 "언제, 어디에서 이런 양자대화들을 가질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성김 특사가 이제 막 돌아왔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해외 순방중"이라면서 "결정을 내릴 것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가장 최근에 들은 얘기는 미측이 조만간 (양자대화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 같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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