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란 ?
지난 10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상하이 협력기구'의 제8차 총리회담이 끝났다. 이번 회의는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회원국 간의 경제 협력 강화 등에 합의한 뒤 폐막되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이미 G2로 성장한 중국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회원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과시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였다. 지난 2001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하에 시작된 이 기구는 이제 중국의 국력 상승과 더불어 중국 주도의 외교 무대로 자연스럽게 진화하고 있다.
상하이 협력기구는 1996년 4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과 타지키스탄이 국경지역의 안정을 위한 '군사부문 신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상하이 5개국'회의를 모태로 한다. 이는 그동안 반목하던 중국과 소련 관계가 89년 5월 정상화되고 1991년 12월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지역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이어 2001년 6월에 우즈베키스탄이 가입하면서 상하이 협력기구로 개편되었다. 상하이 협력기구는 최근 가장 활발한 다자 협력 안보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협력기구는 기본적으로 정부 간 및 지역 간 기구로, 상호신뢰와 우호 증진, 협력관계 구축, 역내 평화ㆍ안보ㆍ안정을 위한 공조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상하이 협력조직 공동 성명은 '테러리즘'과 '분열주의' 그리고 '극단주의'를 3대 척결 대상으로 정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왔다. 초기에는 연례 정상회담을 통해 역내 안보 및 정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후 총리급 회담의 정례화를 통해 경제 무역 및 문화, 에너지, 교육 등 전반적인 교류 협력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이 기구는 6개의 정 회원국과 몽골, 이란, 인도 및 파키스탄 등 4개의 옵저버 국가 그리고 백러시아와 스리랑카를 대화 동반자로 두고 있다. 4개의 옵저버 국가 중 몽고 이란 파키스탄은 정식회원국 자격을 신청한 상태며 미국은 옵저버 국가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하였다. 상설기구로 2004년 1월 베이징에 사무처를 설치하였고 '반 테러리즘, 반 극단주의, 반 분열주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역내 테러척결 센터도 상설해놓고 있다. 연례 정상회담과 총리급 회담 및 외무장관 협의회와 국가 간 이사회 조직도 가동하고 있다.
당초 이 기구는 중국이 제의하고 러시아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구성되었으며 공식 언어도 중국어과 러시아어로 되어있다. 그 동안 이 기구는 2002년 대 테러기구 설립 협정부터 2003년 회원국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 구축에서 2005년에는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는 군사합동훈련까지 합의하였고, 2007년에는 '평화 사명 2007'이라는 합동 군사 훈련도 시행하였다. 그러나 2008년 '에너지 안보 강화'를 천명하고 국제 금융 위기가 대두되면서 무게 중심이 중국으로 옮아가는 상황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당연히 중국의 경제력 성장과 이에 따른 국제 지위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미 중국은 이들 지역에 100억 달러 규모의 원조 및 자금 지원을 공약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의도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양극 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다극화 시대'의 도래를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즉 중국 역시 분명한 국제사회 여러 극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아아시아 지역은 중국에게 있어 정치, 경제,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특히 양극 질서의 종식은 경제력의 상승으로 인한 국력 증강을 피부로 느끼고 있던 중국에게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 정립과 오랜 역사를 지닌 변방 문제의 해결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특히 서부지역에 광대한 소수민족 지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국제적인 테러리즘의 대두와 극단적인 종교주의 그리고 분열주의는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로 부각되었다. 전통적인 안보 위협이 이제는 국제적 연계를 가진 다양한 안전 위협의 실체로 바뀌는 현대적 안보 위협으로 전이되자 국가를 초월한 국제 협력은 필수적인 사항이 되었던 것이다. 상하이 협력기구 결성 이후에 발생한 '9.11 테러'는 중국의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 하기에 충분했다.
또 경제 세계화와 지역화 추세 역시 이들 지역에서의 협력 필요성을 배가시켰다. 이들 지역은 모두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공통의 단계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이들 국가는 자원 부국이다. 최근 중국의 자원 외교를 볼 때 지역적으로도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사실 중국은 전 세계적인 경제 조직은 물론이고 역내 경제 협력체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서도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가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의미에서 상하이 협력기구는 중국이 경제력을 통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선의 기구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공동 전선의 구축에 있어 러시아와의 협력이 매우 긴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연스럽게 이 회의를 통해 러시아와의 다양한 협력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두 번은 공식적으로 정상 및 정상급 회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총리급 회담에서도 러시아 총리 자격으로 북경을 방문한 러시아의 푸틴 총리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에서 35억 달러 규모의 경협과 중국 가스 에너지 공급 등을 약속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확인하였다. 후 주석도 러시아와의 국제공조 등 향후 협력의 강화를 천명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상하이 협력기구는 중국 외교가 적극적이고 주동적으로 국제 사회의 지도국으로 진입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의 국방 안전에 관한 부담도 경감시켜주고 있다. 또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지원을 통해 변방 문제를 해결하면서 소수민족 문제에 대한 외세 개입 차단 효과와 서부 지역 개발을 통한 민족 문제 해결에도 효과를 보고자한다.
몇 가지 난제
일단 상하이 협력기구의 목적과 목표가 어떻든 서방은 상하이 협력기구를 중앙아시아에서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반(反) 서방 클럽으로 간주하면서 활동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 협력기구가 이미 지역 협력 차원을 넘어 섰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총리 회담에서 아시아 12개국이 단일 통화권을 추진하자는 협의에 도달하는 등 달러에 도전하는 '위엔화 블록' 추구에도 힘이 실리게 되자 상하이 협력기구의 세력 확대에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상하이 협력기구의 세력 확대에는 몇 가지 선천적 약점이 있다. 우선 국가별 국력 차이가 매우 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선천적 한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며 국제 사회에서 이들 두 국가의 상황과 이 두 국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에 따라 나머지 국가들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도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양자 관계와 국제 전략도 변수다. 전통적인 대국인 이들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상호간의 공통된 인식이 급선무인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가히 오월동주의 동상이몽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배를 탔지만 꿈은 제 각각이란 뜻이다.
회원국 증원 문제만 해도 그렇다. 4개 옵저버 국가 중 인도를 제외한 3개국이 정식 회원국가입을 신청한 상태지만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다르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회원국 가입을 지지하지만 러시아는 나토의 터키와 그리스처럼 인도와 파키스탄이 같이 회원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도는 전통적 라이벌인 파키스탄이 정식 회원국이 되어 전략적 우세를 갖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지만 중국을 의식해 가입신청도 하지 않고 있다.
몽골의 경우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기본적으로 동의했지만 몽골이 일본을 일단 옵저버로 하자라는 의견을 내면서 표류하고 있다. 이란의 가입 신청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 관계가 얽혀있다. 중국은 이란산 석유와 가스를 탐내고 있으며 러시아는 무기와 에너지 기술 수출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핵 개발 문제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과 등지기를 원하지 않는 두 나라의 입장 상 조만간 정식 회원국이 되기는 어려운 상태다. 백러시아가 신청한 옵저버 자격도 러시아는 백러시아가 순수한 유럽 국가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상하이 협력기구는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출범 초기, 실패하는 지역 협력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9년을 이어오는 명실상부한 협력체로 성장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한국 외교도 중앙아시아 외교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이미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성장한 한중 양국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협력과 협조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가능한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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