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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바겐, '보다 정교하게' '보다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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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바겐, '보다 정교하게' '보다 구체적으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미·중 협력 '나이스하게' 이끌어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를 프레시안에서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프레시안은 연구소와 제휴를 맺고 4호(11~12월호)부터 전재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5월 탄생한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격월로 발행되는 이 소식지는 학술지 논문과 언론 칼럼의 중간 쯤 되는 논평문이 실리며 "정책 생산"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당시 한반도 정세에 따른 하나의 주제 아래 각기 다른 글 5편 가량으로 채워집니다.


프레시안은 2개월마다 돌아오는 <한반도포커스> 발간일에 맞춰 한글로 된 모든 글을 동시 발행하고, 발행일이 포함된 1주일 동안 매일 한 편씩을 메인 페이지에 게재할 계획입니다.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전체 내려받기>

제1호(2009년 5~6월호) 북한의 미래와 한반도

제2호(2009년 7~8월호) 2차 북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

제3호(2009년 9~10월호) 한반도 정세, 국면전환은 가능한가?

제4호(2009년 11~12월호) 북핵문제 해결의 전망과 과제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9월 21일 미국외교협회와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의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른바 '일괄타결'(Grand Bargain)안을 밝혔다. 정부가 설명하는 일괄타결 방안의 핵심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즉 핵연료봉이나 추출된 플루토늄 등을 먼저 국제사회가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거쳐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행동을 단번에 보여주면 그에 맞춰 대규모 지원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단계별로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행동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섞어서 병행시키는 이른바 '패키지 딜'(package deal)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1) 그러나 9월 말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스타인버그(James Steinberg) 국무부 부장관은 일괄타결안과 미국 정부의 패키지 딜, 즉 포괄적 타결안 간의 차이에 대한 논란에 대해 "두 방안은 동일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구상은 2009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사항이며, 북핵 문제의 사안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점진적(piecemeal) 방식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한미 양국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한다. 즉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 행동에 있어서 무엇인가를 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주고, 다른 것을 하면 또 다른 보상을 주는 방식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본다는 것이다.2)

지금까지 드러난 정도로만 이해할 때, 일괄타결안이 갖는 장점은 첫째, 고질적인 북핵 문제의 고리를 단기간에 끊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플루토늄과 같이 핵무기와 다를 바 없는 핵물질 자체를 우선 폐기 또는 반출함으로써 신뢰구축을 조기에 이룩할 수 있고, 이것이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을 낳을 수 있다. 둘째, 협상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예컨대 북한의 비핵화 결단이 어려운 것부터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납치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등 참여국 정부의 국내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 6자회담에서 각국의 협상력을 최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회담 참여국들의 협상력 제고는 다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조기에 비핵화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 과정이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하는 방식이었다면, 일괄타결안은 어려운 것부터 가급적 한꺼번에 하자는 방식으로서 발상을 역전시키자는 것이다. 실현되기만 하면 바랄 나위 없이 좋은 방안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미국 외교협회 등이 주최한 오찬 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핵문제 일괄타결을 위한 '그랜드 바겐' 구상을 천명했다. ⓒ청와대

다시 대통령의 일괄타결안 발언이 나온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21일 오전 뉴욕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 직후에 가진 브리핑에서 커트 켐벨(Kurt Campbell)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진짜 정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것(그랜드 바긴)을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한미 간에 엇박자가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심지어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북한 핵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3)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 그랜드 바긴에 관한 논의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가 9월 17일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그랜드 바긴의 개념과 취지에 대해서 설명했으나, 당시 캠벨 차관보가 일본 출장 중이어서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의혹을 풀기에는 궁색하다.

요컨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일괄타결안은 미국과 충분히 상의되지 않은 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일괄타결안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해도, 미국의 대북정책의 실무 총책임자인 캠벨이 이를 몰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적어도 실무적인 차원에서 양국이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공조가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북한은 일괄타결안을 일축했다. "일괄타결안은 이미 내외의 규탄을 받고 폐안이 된 '비핵 개방 3000'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 핵문제는 철두철미 조미(북미) 사이에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4) 이러한 태도로 봐서 북한이 일괄타결안이 담고 있듯이 핵심 물질부터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설령 북한이 협상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폐기하는 물질의 양을 최소화하는 등 북한이 해야 할 조치들을 축소하게 되면 과거와 같이 '쉬운 것부터 한다'는 단계론적 접근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만일 북한이 핵물질부터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핵심 물질이니까 5kg 폐기할 때 줄 수 있는 인센티브로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면 그 협상과정 또한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것이므로 단순화시켜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점은 이 안이 미국과의 충분한 교감을 통해 향후 다가올 북핵 협상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한미 공동의 협상안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미국 측의 구상은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및 「10·3 합의」 이행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의지를 비핵화 의지의 일부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전임 정부가 한 일이라도 이것이 6자회담이라는 국제 공론의 장에서 합의된 것이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로서는 이를 문제 해결의 출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기존의 합의를 뒤집는 듯한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미국의 구상에 힘을 빼는 것처럼 인식했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북한의 선 비핵화 의지 표명을 못박고 있는데 마치 한국 정부가 인센티브부터 보여주려는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미국으로서는 마뜩치 않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에게 북핵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우리보다 더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소외'였거나 '자화자찬'이었다. 한국의 처지가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북한이 한국을 핵문제의 협상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우리의 외교에 뭔가 미숙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나아가서 북한 문제의 핵심 당사자는 우리이다. 이것은 절대로 바뀌지 않으며, 국제사회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것이 구조적으로 볼 때 사실라고 하더라도 여러 당사자가 관련되고 얽히게 되면 구조보다 행위자의 역량이 더 중요하게 된다.

10월 10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의 결과도 한국 정부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만큼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며, 이를 고려해서 북핵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1년 8개월 만에 일괄타결안이라는 북핵 해법의 구상을 밝힌 셈이다.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북한의 2차 핵실험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구상을 독자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괄타결안이 어떤 행동계획(action plan)을 장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북핵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구상이나 이니셔티브 또는 한 정권의 임기 동안에 해결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6자회담의 합의문조차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휴지조각이 되는 판에 그 해법을 찾기조차 쉽지 않다. 미국도 북·미 양자접촉을 통해 향후 양자대화든 6자회담이든 회담이 개최될 때를 대비해서 자신의 북핵 해법을 구체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단지 원론적인 차원에서 기존 합의의 이행 및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을 요구하고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일괄타결안을 하나의 전략 구상 정도로 던지고, 이를 세부화시키고 구체화시키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단번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마치 장기를 두듯이 협상하면 될 것 같지만, 이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상대방은 차(車)를 움직였는데 그게 차가 아니라 졸(卒)이라고 볼 수도 있고, 상대방의 졸이 사실은 차보다도 더 치명적인 수로 보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불신을 깨기는커녕 수를 두는 만큼 불신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북한의 완고성이야 너무 잘 알려진 이유니까 차치하고, 5개국의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의 경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면 지금은 5자의 컨센서스가 대충이라도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인가?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상황은 나라마다 더욱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북핵 문제에 대해 보다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유연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과의 양자 대화를 긴밀하게 해나감으로써 이른바 스마트파워 외교를 가동시키는 중이다. 목표와 절차를 합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보다 분명하게 자신의 '핵심적인 국가이익'(vital interest), 즉 북한의 붕괴 방지를 재확인하게 됐다. 북한을 포용(engage)하는 것만이 붕괴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책일 뿐만 아니라 그나마 북핵 문제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깨닫게 된 것이다. 동시에 6자회담이 중국의 대동북아 외교에 커다란 자산임을 확인하고, 그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에도 내정이 중요할 뿐, 아직 하토야마 총리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추구하려는 모양새는 아니다. 납치문제 또한 과거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말하자면 어느 나라도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에 착목하기보다 자신들의 이익 속에서 이 문제를 파악하고, 오히려 이 문제를 계기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더 중요한 국가목표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공통의 흐름이 감지된다. 즉 미국과 중국이 공히 국제사회의 공통의 이익(common good)을 끌어내기 위한 절차의 정당성을 구축하기 위해 국제협력을 증진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외교와 미국의 스마트파워 외교가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G2의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의 의도가 중국을 내세우려는 데 있다고 해도, 다른 한편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두 나라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과 번영을 모색해야 할 한국에게 북핵 문제가 당장의 사활적인 이익이 걸린 것이라고 해도, 두 나라와의 협력을 끌어내는 방식이 '나이스'(nice)해야 북핵 문제 너머 우리의 외교·안보적 입지가 확보될 수 있다. 그랜드 바긴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것까지 내다보고 정교화시켜야 한다.

<주>

1) 『조선일보』, 2009년 9월 22일자, 5면
2) 『중앙일보』, 2009년 10월 1일일자, 10면.
3) 『연합뉴스』(http://yonhapnews.co.kr), 2009년 09월 23일 01:08 송고 기사.
4) 『한국일보』, 2009년 10월 1일자, 1면.

* 원제목 :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긴 :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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