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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대화 제의, 정책 전환이냐 한국판 '살라미 전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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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대화 제의, 정책 전환이냐 한국판 '살라미 전술'이냐

임진강 수해방지 및 적십자 실무회담 제안 배경에 관심

정부가 남북 대화를 제안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는 12일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실무회담을 14일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열자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 전통문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명의로 박송남 국토환경보호상에게 발송됐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측이 북측에 요구했던 것(황강댐 무단 방류에 대한 공식 사과 및 방류 경위 설명)과 더불어 임진강 사고와 같은 유사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들에 대해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북한 조선적십자사에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16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이 접촉이 성사되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도주의 사안과 함께 대북 쌀·비료 지원 등 북한이 희망하는 인도적 지원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北, 고위급 회담으로 역제의할 가능성도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우선 관심사다.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방문 이후 대남 유화노선을 걷고 있는 북측이 일단 회담 제의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소 우세하다.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11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활성화 조치 등을 거론하며 "북남관계를 발전시켜나가려는 변함없는 입장의 반영"이라고 밝힌 것으로 볼 때 북측이 어떤 대화 테이블이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임진강 실무회담은 북한 입장에서 시급한 현안이 아니고, 만나게 되면 지난 9월 6일 임진강 참사에 대해 어떤 식으로건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적십자 실무접촉의 경우,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에 상응하는 쌀·비료 지원을 논의하기에 회담의 격이 너무 낮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측이 이날 남측이 제안한 의제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장관급회담 등 고위급 대화를 역제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혹은 먼저 실무회담에 나온 뒤 곧이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창현 <민족21> 편집주간은 최근 북한이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나는 대로 다음 달 장관급회담 개최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민족21> 10월호에서 보도한 바 있다.

장관급회담 제안 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

북측의 호응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환 여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라는 국내외의 여론에 따라 대북정책을 서서히 전환하는 신호탄인지, 남측에 당장 필요한 것만 해결하겠다는 것에 불과한지에 대한 분석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북핵 '그랜드 바겐'을 제안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남북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과거보다 뚜렷이 밝혔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先)핵포기론이 확고하기 때문에 실무 수준에서 필요한 것만 대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판 대북 살라미 전술 아니냐"고 되물었다.

살라미 전술은 요구사항을 잘개 쪼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협상 기술로, 핵 협상을 할 때 협상카드를 세분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의 협상 태도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도 "북핵 문제 등 큰 현안이 있지만 남북관계 현안은 그 차원에서 풀겠다는 것"이라면서도 "현재 고위급 회담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제의는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개성공단에 북측 노동자를 위한 탁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그 계획을 밝히면서도 근로자 기숙사 및 전용도로 건설 등 북측이 시급히 원하는 사안에 대해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내외적 요구와 비판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행동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측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해 오고 그걸 받지 않을 경우 '언제 어느 때나 어느 급에서나 대화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충돌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낮은 급의 대화를 제안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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