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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인류', 아날로그 정권에서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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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디지털 신인류', 아날로그 정권에서 고생이 많다"

[강연] '싹둑싹둑 민주주의' 최문순 민주당 의원

"여러분은 우리 민족사 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 처음 등장한 신인류다. 정치 문제에, 외교 정책에 문제제기를 하는 분들은 여럿 있었지만 사회 문제가 근본적으로 언론에서 유래한다는 통찰을 가지고 분노를 표현한 분은 여러분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운동을 해온 30년간 단식, 가두 투쟁, 파업, 언론 학교 등 별 짓을 다하며 '자기 복제'를 시도했는데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해 여러분들이 YTN 앞에 팝콘처럼 폭발하며 등장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9일 '내친구 문순c' 회원들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연 두 번째 '싹둑싹둑 민주주의' 강연에서 "여러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알려주고 싶다"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내친구 문순c' 회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YTN 지킴이'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이날 강연은 지난달 30일 정연주 전 KBS 사장에 이어서 진행된 두 번째. 오는 14일엔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의 강연이 이어진다. (☞관련 기사 : "쫓겨난 이들 앞에서 '나라의 품격' 말할 수 있나'")

▲ 9일 '싹둑 민주주의' 강연에 나선 최문순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

"아날로그 세상에 태어난 디지털 신인류"

최문순 의원은 이 '신인류'의 특징을 "인류 역사 최초의 민초들의 매체, 인터넷으로 무장했다는 것, 정치도 언론도 기업도 두려워하는 소비자 파워를 갖췄다는 것, 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고 평등한 디지털의 특성을 갖췄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다만 한 가지, 여러분이 디지털의 딸들이고 아들들이나 이 세상은 아날로그의 세상이다. 여러분의 디지털 정체성은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이명박 정부처럼 토건업 위주로 하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정권에서는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시련을 겪고 있고 패배감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큰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이 다시 이 땅의 주체로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은 한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민중들이 스스로 선출한 최초의 대표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연히 이들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소비자 파워, 최초의 매체 인터넷이라는 힘을 갖게 되어 그 힘으로 탄생한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 대한 반동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은 똑똑하고 주권이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배 엘리트에 동원되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에 관해서는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도-도로' 민영화하면 경제가 나아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날 최 의원은 강연 주제를 '인간의 존엄'으로 정했다. 그는 "존엄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국가나 다른 조직으로부터 존중을 받고 있는가 하는 '느낌' 바로 그것"이라며 "여러분들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얼마나 존엄하게 다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정치를 하고 국가의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여러분들에게 잘 보이려고 이런 이야기까지 한다"고 농담을 던지며 '인간의 존엄에 가장 천착한 사람', 칸트 이야기를 꺼냈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내기 전까지 인간은 교육이나 지배계층이 끌어가는 대로 끌려가는 존재였다. 그런데 칸트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순수 이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봤다. 또 인간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인간은 사자의 한끼 식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존엄하다'는 사고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은 "결국 칸트의 결론은 너 자신의 인격이나 다른 사람의 인격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 인간은 경제 발전이나 노동력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존엄'이라는 주제를 신자유주의 비판으로 이어갔다.

"인간이 존엄하기 위해서는 생명과 관련된 공기, 물, 식량에 어떠한 규제도 가할 수 없어야 한다. 수도요금은 누구나 자신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장애를 느끼지 않도록 매우 저렴해야 한다. 신체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공짜로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로를 민영화해서 돈을 받기 시작하면 불편함이 늘어난다. 항만도, 전기도 민영화해서 값을 올리면 여러분의 존엄이 침해받게 되는 것이다."

그는 "수도 요금과 전기 요금 등을 공짜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기업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기업이 물쓰고 도로 쓰며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 이것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 활동이 나아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 속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철학 없음',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그는 "한국은 왜 경제 유물론에 지배를 받게 되었는가"라고 묻고 "일본 제국주의가 남긴 국가주의와 집단주의, 미국에서 영향받은 실용주의의 '짬뽕'"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는 "철학이 없는 나라 미국에서 발생한 '실용주의'는 결국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생각이다. 결국 유물론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성향을 갖고 있다"면서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철학 없음은 민주당이나 이명박 정부나 마찬가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라 앞으로 바꿔나갈 민주당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프레시안

이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에도 공통된다. 최 의원은 '왜 민주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철학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시장 원리주의 국가로 가면 안된다, 복지국가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아닌 한나라당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지금의 민주당을 가지고 선택 여부를 저울질하지 말고 앞으로 민주당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며 "그 역시 지향점은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이 존엄하게 대우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이 우선이 되고 인간이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제나 정치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성장률이 높지도 않다. 일단 기본 틀 자체를 인간이 존엄한 정치, 경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복지국가라는 개념, 경제 민주주의라는 과제에 고민해야 한다. 주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신인류'는 나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어마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잘못 나면? 할복을 하든 투신을 하든"

이날 강연에 참석한 청중들은 최문순 의원에게 국회로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일단 언론악법 무효화를 위해 헌법재판소 최종 심리가 있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우겠다"며 "그 이후는…"이라고 웃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청중이 '헌법재판소 판결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자 그는 "할복을 하든 투신을 하든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며 웃어넘겼다. 이어 그는 "만약 헌법재판소가 10월 말에 제대로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11월 1일부터 미디어법이 발효되어 종합편성채널 허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최소한 보수 일색의 방송사들이 등장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의견을 개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최근 방문진 이사들로부터 '외압'을 받고 있는 엄기영 사장에 대해 "굉장한 고난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방송사 사장은 경제적 독립, 정치적 독립의 상징이다. 강고하게 의연하게 잘 버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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