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증파 논란, 불똥은 한국으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증파 논란, 불똥은 한국으로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무장세력의 공세는 강해지는데…"군경 300명 파견"

"탈레반 보다는 알카에다 소탕에 집중하겠다."

아프가니스탄 개전 8주년을 맞아 전쟁 수행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각계의 요청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8일 내놓은 수정 전략의 골자다.

오바마의 외교안보팀은 알카에다를 상대로 한 전투에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는 대신 탈레반 축출 문제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낮게 두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일부 오바마 측근들은 아프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일부 탈레반 세력을 포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점령 전략 재수정에 나선 이유는 군부의 요청 때문이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4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의 증파를 요청했다. 그러나 오바마로서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미 취임 직후 1만 7000명의 추가 병력이 투입됐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추가 파병을 놓고 미국의 정치권과 여론도 갈라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추가 파병이 민감한 이유 중 하나는 돈이다. 6일 미 상원을 통과한 아프간 전쟁 전비 현황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약 3000억 달러가 아프간에서 지출됐다. '왜 이 전쟁을 하는가'에 대한 회의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의 전쟁 계획을 공개 비판한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을 긴급히 불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부통령의 수정안을 공개 거부한 군 사령관

1년 내 4만 명을 증파해야 한다는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건의대로 하자니 반대 여론이 거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이 증파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지지층의 반대 강도가 세다.

그러나 증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도 없다. 공화당과 보수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오바마 정부 내에서도 지지하는 인사들이 많다.

미군의 아프간 증파 문제는 참모들 간의 의견 교환 단계를 넘어 국방부와 군부, 백악관 참모들 사이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파키스탄 특사는 증파를 지지하는 반면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존스 안보보좌관은 증파에 회의적이다.

군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맥크리스털의 직속상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과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은 맥크리스털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초기엔 조 바이든 부통령의 견해를 지지하다가 최근 들어 증파 불가피론자로 돌아섰다.

아프간 전략 수정을 놓고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일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설에서부터다.

맥크리스털은 연설에서 아프간에 병력을 증파하는 대신 탈레반 은신처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나 특수부대 위주로 전환하자는 일부의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이러한 소극적 대응이 아프간을 혼돈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거부한 '백악관의 수정안'을 작성한 사람은 바이든 부통령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통령의 입장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를 표명한 맥크리스털의 연설은 미 행정부 내 갈등의 단초가 됐다. 백악관 참모들과 국방장관은 아프간전을 최일선에서 지휘하는 군사령관 입장에서는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생각이지만, 견해를 표출하는 형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2016년 올림픽 시카고 유치 홍보전 참석차 겨우 5시간 일정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머무는 동안 맥크리스털 사령관을 '에어포스 원' 기내로 불러 25분간 '활주로 면담'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사태의 본질은 뒷전

미국 내 여론, 정치권과 행정부의 의견 충돌은 사실 아프간의 실제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4만의 군대를 더 파병하거나 혹은 보다 첨단 무기로 정밀타격을 하거나 아프간 국민과 반군세력에게는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전쟁과 점령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미국과 나토군은 언제 철수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한정 점령하지 않을 것이라면 특정 국가에 대한 군사적 점령 혹은 주둔은 일정표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어떠한 일정도 제시하지 않고 '테러세력 소탕'과 '아프간 안정화'라는 목표만 반복해 발표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아프간 점령 혹은 최소한의 주둔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정학적으로 아프간은 미국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아프간은 우선 카스피해 석유 및 가스 자원의 진출로다. 중국과 러시아의 남하를 억제할 수 있는 미국의 교두보다. 핵개발을 감행하고 있는 이란을 코앞에서 압박할 수 있는 군사전초기지다. 마지막으로 파키스탄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테러세력을 저지할 수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거점이다.

마지막으로 심리적인 것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실패에 대한 대안으로 아프간을 선택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미군과 미국 국민에 대한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아프간 안정화에 성공하고 싶어 한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고려하고 있는 동안 아프간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민주주의 정부 정착도 테러세력 근절도 요원하다. 지난 8월 대선에서 미국이 지원한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 재선엔 성공했으나 선거 부정 시비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정통성에 타격만 입었다.

무장 세력은 이를 빌미로 반정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무장 세력은 3일 주리스탄에서 나토군을 공격해 10명을 살해했고, 탈레반은 5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소에 폭탄 테러를 가해 5명이 숨졌다.

탈레반은 6일 전쟁 발발 8주년 성명을 내고 "장기전 태세를 갖췄다"며 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이후 8일 카불 시내 인도 대사관 앞 도로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7명이 죽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또 동맹국에 부담주나

또 추가 파병 논란에 대한 해결책으로 오바마 외교팀이 제시한 방안은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별개의 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탈레반을 용인하는 것은 알카에다의 세력 확장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 알카에다 세력의 근거지는 이미 사라졌고, 조직도 와해됐다. 그러나 알카에다 이념은 살아남아 전세계 각지의 이슬람 과격세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 탈레반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전략적 동지였던 알카에다의 이념은 탈레반 세력의 정치적 이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미 행정부가 추가 파병을 결정짓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영국은 이미 아프간에 1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짐이 다시 우리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다시 아프간 파병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민간인을 경호하기 위해 300명 규모의 군경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아프간에는 의료지원 인력 등 약 30명의 민간 재건요원들이 활동 중이며 이들에 대한 경호 업무는 미군이 맡고 있다. 다음달 18일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시할 안건의 하나가 되도록 정부는 아프간 파병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선물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