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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대표'를 구성하자!

[소준섭의 正名論]

신뢰는 어떻게 얻어지는가?

사회가 정상적이고 원활하게 운용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간의 믿음, 곧 신뢰이다. 믿음과 신뢰가 존재할 때만이 비로소 진정으로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믿음'이라는 뜻의 '신(信)'은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이 합쳐진 글자로서 사람의 언론(言論)은 마땅히 진실 되고 성의(誠意)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묵자경(墨子經)』에는 "신(信)이란, 말이 뜻에 합당한 것(信, 言合迂意也)"라 하였다.『설문(說文)』에도 "信, 誠也."라 하였다. 그런데 '신(信)'의 원래 고대어는 (言+心) 자로서 "마음의 소리"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신(信)'이란 "진심이 마음의 외부 입구, 즉 혀를 통하여 밖으로 나온 순수한 마음의 소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결국 '신(信)'은 진심성의(眞心誠意)에 대한 확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항상 정치인이 지목되는데, 이는 정치인들이 "무리를 지어 비리를 숨기고 남을 속이는" 의미로서의 '당(黨)'의 원의(原意)에 너무 충실하게 실천하면서 도무지 진심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할 것이다.

'세 명의 벗' 만들기

인류 역사는 다른 측면에서 관찰해보면, 유목민과 정착민의 대결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는 '인사이더'인 정착민과 '아웃사이더'인 유목민의 충돌과 융합으로 교직(交織)되어 왔다. 유럽에서는 게르만족과 로마제국, 바이킹족과 영국의 역사가 그러한 양상을 보여주었고, 중국에서는 흉노족과 한나라, 여진족 및 몽골족과 송나라, 만주족과 명나라의 역사가 모두 유사한 궤적을 그려냈다. 유목민은 비록 정착지도 없이 진지(陣地)도 없이 항상 소수인 채 열세에 놓여 있는 듯 보였지만 천시(天時), 시기가 도래하고 집단의 영웅이 출현하게 되면, 반드시 정착민에게 그 공격 방향을 돌려 순식간에 정복해냈다.


전통적으로 유목민에게 중요한 무기 중 하나는 바로 기마(騎馬)로 특징지어지는 기동력, 즉 속도였다. 용맹스럽고 인화(人和)를 갖춘 일사 분란한 기마병의 대오 앞에 정착민은 비록 수적으로 우세하고 강력한 성벽과 진지를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부패하고 정체된 사회구조 속에서 민심이 대거 이반되면서 결국 속수무책으로 스러지곤 하였다(여기에서 주목할 사실은 이러한 과정에서 유목민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과 같이 항상 정복과 파괴만 한 것이 아니라 정착민과 더불어 서로 융합하였다는 점이다. 즉,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정체되어 있던' 정착민 집단은 이 과정에서 유목민 집단의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 신진대사를 이뤄냄으로써 정착민과 유목민의 양 집단 모두 다시금 전체적으로 역동성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주변부'가 항상 주변부인 것은 결코 아니다. 유럽의 주변부에 지나지 않던 영국이 결국 세계를 제패하였고, 중국은 그 주변부였던 몽골족이나 만주족에게 멸망당했다. 진시황의 진나라도 처음에는 주변 야만국가일 뿐이었다. 기실 일본도 중국의 주변부였지만 결국 중국을 추월하였다. 미국 사회 내에서 흑인은 영원한 주변부일 듯 하였지만, 결국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등장하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일본 자민당의 '중심부'도 결국 붕괴하였다. 서울의 노른자위 강남 지역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서울 변두리 중에서도 변두리인 논밭에 지나지 않았다. 주변과 중심이란 영원불변한 구도가 아니라 상호 순환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 땅에는 국가 기관이나 제도권 정당을 비롯하여 언론, 시민단체 등 기존의 모든 '고식적이고 닫힌' 인사이드 시스템에 절망하면서 새로운 대안과 지향을 희구하고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를테면 현재의 정당 구조를 혐오하면서 새로운 대안세력의 출현을 바라는 사람들은 어림잡아도 1천 만 명은 너끈히 넘어설 것이다. 2009년 3월 27일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무당파층이 무려 44.3%에 이르고 있다. 아니 이 사회에서 이른바 '정착민'에 속하면서도 실제로는 '정서적 유랑민'인 사람들은 훨씬 많다. '공(公)'을 추구할 '의지'도 전혀 없고 또 그것을 실천할 '능력'도 결여되어 있는 제도권 정당의 '너무도 유사하여 그 특성이 잘 구별되지도 않는' '선수'들이 선거라는 '링'에 자기들끼리 올라가서 항상 '차악(次惡)과 차선(次善)의 선택'만을 강요하면서 항상 '임박한 당면과제를 위한 대동단결'과 이른바 '민주대연합'을 강박하고 있는 '자기들만의 독식 리그'의 이 현실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래도 상대방보다는 내가 덜 더럽다"라든가 "미워도 다시 한번" 등의 '상대 평가'보다 이제 정말로 '절대 평가'를 하고 싶다.


다만 이렇듯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는 세력들은 현재 조직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구심점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 제도권의 시스템은 결코 이러한 자발적인 대중적 열망을 담아낼 의지와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중적 열망은 반드시 향후 총체적으로 결집되어져 마침내 힘 있는 커다란 흐름, 즉 사회운동으로 발전할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이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 시대의 유목민인 '아웃사이더'들은 비록 지금은 이 사회에 변변한 진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인사이더'들의 높다란 성벽에 가로막혀 형편없이 무력한 듯 보인다. 하지만 변화와 새로운 희망을 갈구하는 민심이 광범하게 존재하고 특히 기동력과 속도 그리고 쌍방향성을 갖춘 온라인 인터넷을 강력한 무기로 갖춰나갈 수 있다.

'횡단보도' 중간에서 한 사람이 하늘을 쳐다보면 지나가던 행인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두 명이 쳐다볼 때도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세 명이 하늘을 같이 쳐다보게 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짐 바르도 스탠포드대학 교수는 "3번째 사람이 Tipping Point, 즉 변곡점이 된다. 세 사람이 모이게 되면 이때부터 사회적 집단 개념이 생기고, 사회적 규범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세 사람이 모여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동일한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기 시작한다."고 분석하였다.


예로부터 "똑똑한 세 명만 있으면 나라도 세울 수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 즉, 어느 조직에서 세 명만 내 편을 만들게 되면 그 조직을 얻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각자 자기가 속한 조직에서 '세 명의 동지'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여 조직을 얻어나가야 한다.

소통의 유력한 기제로서의 '온라인 시민대표'

이 시점에서 '온라인 시민대표'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즉, 전국적으로 지역별 및 직능별 '온라인 시민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온라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례 없는 새로운 사회와 대중이 출현하였다. 하지만 기존 정당과 의회 시스템은 이 다이내믹한 변화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기존 정당들의 '자기들만의 리그'만 관람하도록 강요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대표를 선출할 권리 행사는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상황이며 또한 현 국회가 민의의 반영에 현저히 취약하기 때문에, 이제 온라인을 통하여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진정한 대표를 선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시민대표'의 선출과정에서 후보자들은 '기당입공(棄黨立公)'의 '공약'을 내걸고 '투명한' 온라인 선거운동을 하며, 필요할 경우 오프라인에서의 결합도 적절하게 배합한다. 후보자의 연령 제한은 17세 정도로 대폭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이 조직은 특히 초기 단계에서 최대한 기존 정파 세력으로부터 자유롭게('黨'을 버리고), 독립적인 역량을 세워나가도록 한다. 현재 존재하는 각 정파 세력은 그것이 지니는 일정한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정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갖는 특정한 이미지로 인하여 부정적 이미지가 상당하다는 점이 부인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적절한 지도력을 갖추고 이러한 '온라인 시민대표회의'의 구성에 실제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그 자체로서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뚜렷한 한 획을 긋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그것은 민의의 반영 시스템이 전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 시도이자 대의제도의 유력한 보완이다. 또한 현재 왜곡되어 있는 소통을 이어주는 유력한 방안으로서 이른바 '광장 민주주의'의 제도적 실현 수단이며, 현대 온라인 정보사회에 있어서의 민주주의 정신과 제도를 올바르게 반영하는 正名의 실천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대중과 유리된 채 오히려 대중 위에 군림하는 오프라인 국회에 대한 깨어 있는 '시민'들의 강력한 견제이자 심대한 도전이다.


'온라인 대표'에 만약 결원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선출하여 강인한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향후 이 온라인 대표의 역할은 대의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기제로 실질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효과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에 청원실이 설치되어 효과적으로 운용된다면 이 청원실과 긴밀하게 연계를 가지면서 활동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민주주의를 위한 청년포럼(Youth Forum for Democracy)'은 전국 각지에서 청년단체를 대표하는 16명의 대표로 구성되어 청년층의 정치참여 확대 방안과 사회활동 참여 방안 등에 대한 정책안을 제안한다. 프랑스에서는 온라인 시민배심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0~15명으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들은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으나 정책에 대해 심의하고 토론한 후 정책당국에 주요 권고안들을 제시한다.

'안다'는 뜻의 '지(知)'는 '화살 矢'와 '입 口'가 합쳐진 글자로서 "어떤 사물을 알게 되면 입으로 말하게 되는 것이 마치 화살처럼 빠르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야흐로 '말을 몰아 광야로 화살처럼 빨리 내달릴 수 있는' 시기는 도래한 셈이며, 이제 유목민 각 집단의 작은 '영웅'들이 출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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