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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성과 정확성이 구현되어야 할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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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성과 정확성이 구현되어야 할 법률

[소준섭의 正名論]<23>

국회법의 '正名'을 위하여

근본적으로 얘기하자면, 입법자인 국회는 4년마다 그 의회기가 바뀌고 그 구성원이 바뀌면서 의회의 '불연속성'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이전의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도 폐기되는 운명에 처한다. 그런데 이전 의회기(예컨대 16대)의 입법자들이 해당 의회기 국회를 위해 만든 의사규칙을 국회법의 형태로 굳힘으로써 다음 의회기(예컨대 17대) 및 그 의원들에 자동적으로 적용되도록 강제하여 '연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의 의회에서는 시민에 의해 새로 뽑힌 새 입법자로서 새 국회에 대한 '형성적인' 권한을 갖고 자기규율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에 부응하여, '의회법' 대신 '의사규칙'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회법을 제정한 것은 '역시' 일본의 국회법을 그대로 답습하여 모방했기 때문이다. 제헌 국회가 가장 먼저 가결한 것이 바로 국회법이었다.

다만 18대 국회 개원을 둘러싼 진통에서도 보았듯이 의회제도 자체가 불안정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보완하는 의미에 있어서 국회법의 존재가 의회 안정화라는 기능을 그나마 수행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국회법은 국회의 구성과 조직에 관한 기본 원칙 외에 국회 운영의 일반 원칙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는 경직성이 강한 국회 구성 및 조직 문제와 정치적 수요 및 상황에 의하여 가변성이 큰 국회 운영의 일반 문제가 하나의 법 질서 하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회법 자체의 관리에 난점이 초래될 뿐만 아니라 세밀하고 구체적이어야 할 국회 운영에 관한 규정이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취약성은 최근 투표절차에 대한 규정 미비, 경호권 및 질서유지권에 대한 규정 미비 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이러한 국회의 운영에 관한 세부적 행동양식을 다루는 별도의 의사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의 국회법은 제21조에 국회사무처 조항을, 제22조에 국회도서관, 제22조의 2항에 국회 예산정책처, 제22조 3항에 국회 입법조사처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이란 국민의 대의기구로서의 핵심사항과 기본 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서 사무처와 도서관 등의 국회 내 입법지원기구를 국회법에서 별도의 조항으로 두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원래는 아래 (자료1)의 1960년 국회법에 국회도서관 조항이 처음 규정되었는데, 이때의 조항 규정이 (자료2)의 형식보다 더 합리적이다.

(자료1)
第24條(國會圖書館) 議員의 調査硏究에 資하기 爲하여 따로 法律의 定하는 바에 依하여 國會에 國會圖書館을 둔다(1960년).

(자료2)
第22條(國會圖書館)
①國會의 圖書 및 立法資料에 관한 業務를 처리하기 위하여 國會圖書館을 둔다.
②國會圖書館에 圖書館長 1人과 기타 필요한 公務員을 둔다.
③圖書館長은 議長이 國會運營委員會의 同意를 얻어 任免한다.
④圖書館長은 國會立法活動을 지원하기 위하여 圖書 기타 圖書館資料의 蒐集·整理·보존 및 圖書館奉仕를 행한다.
⑤이 法에 정한 외에 國會圖書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法律로 정한다(1988년).

참고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 국회법 제130조에 "의원의 조사연구에 자문하기 위하여 별도로 정한 법률에 의하여 국회에 국립국회도서관을 둔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국회법 제42조에 별도로 '전문위원과 공무원'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 역시 대의기구로서의 핵심사항과 기본 원칙을 규정하는 국회법의 취지상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회 소속 입법지원기구인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규정을 비롯하여 전문위원 등 국회소속 공무원에 대한 규정은 국회법이 아니라 하위 규정인 시행규칙으로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 규정과 법 집행에 있어서의 과도한 임의성

예를 들어 현재 요식업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10%의 부가가치세 징수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3만 원짜리 호텔 뷔페와 2000원짜리 라면에 같은 10%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공평 조세의 원칙에 어긋난다. 2000원의 10%를 징수하게 되니, 라면 가격은 사실상 1800원이 된다. 비단 식당만이 아니다. 실제 이렇게 10%의 부가가치세를 그대로 내고서 이윤을 내며 영업을 해나갈 수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여러 탈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사실상 전 국민을 탈세 범죄자로 만드는 제도이다. '단속'이라는 실무적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제도는 세무 공무원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세무 행정의 부패를 초래한다. 어느 영업장소든 실제 조사만 하면 반드시 '탈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무 당국은 실적이 필요한 경우나 손을 봐줄 필요가 있다고 간주되는 업소는 언제든 지 사냥감으로 삼을 수 있다. 우선 영세업소와 고소득업소를 구분한 조건 위에서 부담 능력과 실제 소득 등을 면밀하게 실지 조사하고 이에 기초하여 법 규정을 세밀하게 규정함으로써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법의 공평성과 합리성을 구현해야 한다.
또 형법에 보면 "~~을 위반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등의 규정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너무 느슨하게 규정하여 법집행자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형벌의 정의(正義)를 저해하며, 이는 나아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된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경우 구체적으로 "몇 년의 징역, 혹은 얼마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확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에는 "행정기관 소속 5급 이상 공무원 및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은 소속 장관의 제청으로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를 거친 후에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되"라고 규정하여 대통령이 행정부 5급 이상 공무원 전체에 대한 임용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 중 일부만 직접 임명할 뿐, 나머지 대다수는 '관행'에 의하여 장관에 의하여 임명되고(이것도 실제로는 극소수만 장관이 임명할 뿐 대다수는 부처 총무과에서 자기들 룰대로 처리된다!) 단지 형식적으로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법 따로, 적용 따로"이다. 이에 비해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은 국장급 이상 공무원을 임용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장까지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명실상부하다.

이렇게 법률을 느슨하게 규정하게 되면, 법망이 지나치게 성겨서 '편법'이 범람하게 되며, 한편 법 집행자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부여하여 법의 형평성을 해치며 대부분의 경우 힘이 없는 약자에게 법이 불리하게 작동되는 결과를 빚음으로써 결국 법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의심받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사과와 명예회복 -- 법률에 구현시켜야 할 '人情'

중국의「공무원법」제103조는 "기관의 착오로 인한 구체적 인사처리에 의하여 공무원의 명예가 훼손되었을 경우, 기관은 마땅히 사과를 하고 명예회복을 시켜야 하며, 그로 인해 초래된 악영향을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법에 의하여 배상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피해나 희생을 당한 경우 그 사람이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억울한 그 누명을 벗는 일이다. 동학농민혁명 운동이 교조 최제우가 혹세무민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었고, 따라서 명예회복을 해달라는 교조신원(伸寃)운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고 불명예스러운 조치를 당한 사람이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바로 사과이다(필자는 근무지에서 학술적 차원의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로 인하여 필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적 간부회의에 불려가 기관장에게 '욕설'을 들어야 했고 또 다른 간부로부터는 '징계혐의자' 운운으로 지칭되는 모욕을 당했으며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서면 경고까지 받아야 했다. 필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싶은 것도 바로 '어이없는 결정을 내리고 과도한 모욕을 가한' 기관의 공식적 사과이다).

중국「공무원법」제103조에 규정된 '사과'와 명예회복의 내용은 중국 법률이 역사적으로 지녀왔던 특유의 '법과 인정(人情)'이 구현되어 있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정(情)'이란 중국 고대 법률의 핵심이자 입법과 사법의 근거였다. 법률 조문이 인정(人情)과 상충될 때, 시세(時勢)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법률은 거의 모든 경우 천고 불변의 인정(人情)에 할 수 없이 따랐다. 이러한 '정(情)'은 고대 시기 전제 제도의 잔혹성을 완화시키고 고대 법률에 있어 일종의 진보적인 색채를 가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민사상 조정제도와 노동쟁의 조정제도 역시 이러한 인정을 법률상으로 반영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들에게 국가 기관의 잘못에 의하여 국민이 억울함을 당했을 때 국가 기관의 사과와 명예회복을 규정하는 조항이 국가공무원법의 법률 범주나 아니면 나아가 헌법에 추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법률의 대표자로서의 공무원

공무원이란 국가의 각 분야 공무활동에 직접 종사하며, 그 행위는 국가의 법률·조례를 대변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직업 도덕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책임의식과 준법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공무원에 의한 법의 자의적 적용과 농단이 적지 않다.
「국회공무원인사실무」(2006년) 168쪽을 보면, "행정해석: 일반직공무원은 사립전문대학교수직에 대하여 겸직은 가능하나 겸임할 수는 없다."고 명기되어 있다. 그런데「공무원인사실무」(2009년)에는 갑자기 "사립전문대학의 겸임교수를 겸하는 것은 겸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존 규정을 뒤집었다.

진중권은 안 되고, 국회공무원은 되는 겸임교수

하지만 '겸무'의 의미인 '겸직'과 달리 '양 기관에 동시 임용'된다는 의미인 겸임은 우선 공무원의 신분에서 가능하지 않다. 겸임이란 엄밀히 말해 임명권자가 두 명이라는 의미이다. 더구나 실제의 경우, 대부분 사실상 시간강사이면서 명목적으로는 겸임교원으로 둔갑되어 있다.「고등교육법」제17조는 "학교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14조제2항의 교원 외에 겸임교원ㆍ명예교수 및 시간강사 등을 두어 교육 또는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겸임교원과 시간강사가 서로 상이한 직위임을 명백하게 알려주고 있다(「고등교육법시행령」제7조에는 그 구체적인 구분도 규정되어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대학평가에서 겸임교원 두 명이 있으면 한 명의 교수가 있는 것처럼 계산되기 때문에 교수 충원 비율을 '편법으로' 맞춰주는 것이고, 본인의 입장에서는 시간강사보다 훨씬 번듯한 직함과 경력이 생기고 보수도 시간강사보다 좋으므로 실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이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법을 어기고 법망을 피하는 것은 사회의 기강을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일이다. 또한 국가의 녹을 받으며 안정된 신분으로서 국가 법률을 대표해야 하는 공무원이 이러한 방식으로 '편법'과 위법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특히 중앙인사담당기구가「고등교육법」과「공무원법」의 관련 규정과 잣대를 달리하여「공무원인사실무」규정까지 바꿔가며 '편법'을 합법화한 '유권해석'을 하였는데, 그야말로 '유권(攸權)' 해석, 즉, '위태롭게 걸려 있는 권력'이 내린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이 '유권해석'은 참고 사례로서 국회 별정직공무원의 겸임 사례를 예시하면서 '위법적인' 국회 별정직공무원의 겸임교수 겸임을 합법화시켜주고 있는데, 행안부의 '2009년 공무원인사실무'에서조차 "별정직은 다른 직위로 겸임되어 임용될 수 없음"이라 규정하고 있다. 진중권에 대해서는 세세한 규정을 내세워 해임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러한 '해괴한' 유권해석이 나오게 된 '곡절'은 조사가 필요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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