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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이 자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믿는 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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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이 자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믿는 우물 안 개구리

[소준섭의 正名論] 공무원은 '공(公)'을 위하여 존재하는가?(3)

우물이 자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우물 안 개구리

작년에 (국회사무처) 국제국 직원에 대한 특채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는 생각했다. "특채! 누군가 심을 사람이 있나 보군."
다행히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적어도 "추진자가 국가 공공조직에 대한 기본 예의는 있는 사 람이군!" 하였다.
그런데 다시 특채가 추진되었던 모양이다.
그 논리는 "국제국의 특성상 언어 능통자이면서 특수 분야에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누군가 정말 선의를 가지고 특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정년이 보장 되는' 일반직 특채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행히 특채 추진은 보류된 것 같으나 국가 기관 및 공직 채용에 대한 인식이 정말 정도와 동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위에 인용한 글은 국회사무처의 노조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이다. 국회 사무처에 있는 기구인 국제국에 적지 않은 직원들이 우선 해당 국가들의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국제 감각이 결여되어 의장이나 의원들의 외국 출장 시 같이 가봤자 통역도 붙여줘야 하는 등 오히려 상전 모시듯 되기 때문에 데려가려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심지어 국회에서 해외로 파견되는 주재관이 해당국 언어조차 가능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리하여 위의 글은 국제국에 전문가들을 충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자 이에 대한 반발로서 나온 글이라 추측된다.


여기에서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시각이 보인다. 글쓴이는 "국가 공공조직에 대한 기본 예의", "국가 기관 및 공직 채용에 대한 인식"을 금과옥조로 내세우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현 공무원 조직, 즉 자신들에 대한 신성불가침의 원칙이다. 즉, 현재와 같은 고시제도 및 공무원 시험 외에 그 어떤 '다른 요소'의 '침입'도 '기본 예의도 없는', '특혜를 위한 불법적 행위'로 간주한다. 특히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특채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글에서는 '신분 보장이 되는' 공무원 자신들의 영역을 절대로 타인들이 침범해서는 안 되는 '일반인 접근금지 구역'으로 '단호하게' 선포하고 있는 시각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리하여 '공(公)'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참된 '공(公)'이 아니라 오직 '집단의 이익'으로 포장된 '상표 사기'의 '공(公)'일 뿐이다.

'공(公)의 실현'이 전제로 되어야 할 공무원의 신분보장

공무원이란 영어로 'public servant'로서 문자 그대로 국민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며, 한자어로는 '국민의 종'이라는 뜻의 '공복(公僕)'이다. 우리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정년 보장은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를 하라는 의미에서 제공되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특히 공무원의 신분 보장이 강조되었던 이유로는 독재 정권 하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권력을 남용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측면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오히려 독재 권력이 공무원 조직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무원 조직에 대한 특혜를 제공해온 측면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고 파악된다.


그러나 과연 공무원에 대한 이러한 신분 보장과 정년 보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오히려 이러한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정년 보장이 헌법이 규정한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를 게을리 하게 만드는 제도적 온상이 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신분 보장으로 인하여, 즉 공무원의 '철밥통' 시스템이 고착화되는 그 순간, 주인으로서의 국민들이 공무원에 대하여 필요불가결한 통제 및 관리를 하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견제 받지 않는' 공무원이 대중의 위에 군림하게 되는 관료주의의 폐단과 나아가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와 무능 그리고 비효율이 초래되게 된다. 대중을 위한 '공(公)'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제도화되었던 신분 보장이 오히려 바로 그것으로 인하여 '공(公)의 실현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되는 것이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즉, '공(公)'을 실현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그리하여 성실하고 묵묵히 대중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부여된 공무원의 '신분 보장'이 이제 거꾸로 '신분 보장' 그 자체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신성불가침의, 별도의 증명이 필요 없는 공리(公理)처럼 변질되어 버렸다.


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 시스템은 내부의 '제 식구 챙기기'와 결부되어 '공무원은 아무리 문제가 되어도 퇴출될 염려가 없다'는 정년보장의 도구로 전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하여 '철밥통' 시스템을 지탱하는 강력한 안전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공무원 신분보장은 성과관리 측면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일반기업에서는 성과가 낮은 직원을 퇴출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반면 정부에서는 공무원이 아무리 나쁜 평가를 받더라도 불이익은 기껏 한직으로 내몰리거나 승진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으로 그만이다. 이나마도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무능력자가 도태될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한 노릇이다. 이렇게 하여 결국 '공무원 불패'의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공무원 고용에 대한 유연성과 퇴출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다면, 공무원이 '주인인' 대중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그 위에 군림하는 본말전도의 현상을 바로잡기란 불가능하다.


오늘날 선진국은 공무원에 대한 신분 보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는 추세이다. 과거 오랫동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각종 법규로서 이들의 권익과 신분을 강하게 보호해왔지만, 무능하고 태만한 공무원들의 신분까지 보장하는 데서 초래되는 정부의 생산성 저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70~80%의 수많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취업을 할 수 없게 된 비상 시기에서 공무원의 신분과 정년을 철저하게 보장해주는 제도는 이제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기이다.

공무원에 대한 감독 기능, 대폭 보강되어야

대중들이 정부 조직에 대한 감독을 하는 것은 대중들의 기본 권리이다. 국민의 감독 의식이야말로 권력 기제를 견제하는 정신적 보장이며, 국가권력이 국민의 감독을 받는 것은 인민 주권 원칙의 핵심이다.


자신이 고용한 공복(公僕)이 과연 '공(公)'을 위해 복무하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과실과 부패는 없는지, 그리고 시스템은 효율적인지 등의 문제에 대하여 면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이는 공무원들을 자신의 세금으로써 고용한 고용인이자 주인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책임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무능하거나 혹은 부패할 경우, 대중들은 당연히 그들을 곧바로 파면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간 공복(公僕)에 대한 관리 감독이라는 문제에 있어 너무 소홀했고, 이러한 '감독의 부재'로 말미암아 '공복' 조직은 '주인'을 섬기는 본래의 임무로부터 '이탈'하는 본말전도의 조직으로 전락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조직은 필연적으로 무능해질 수밖에 없으며 부패할 수밖에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학 교수였던 액튼 경(Lord Acton)은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하였다. 국가권력 기구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적발과 제보의 권리는 대중들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고, 이는 법률이 다루지 못하는 허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특권을 견제하고 사회 불공정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수신 · 제가 · 치국 · 평천하로 표현되는 전통적 도덕수신관(道德修身觀)의 보편적 제약 하의 신민(臣民)과는 전혀 상이한 사회적 존재이다. 이른바 신민(臣民)은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도덕 의무의 주체로서 전체 사회에 참여하였으며, '자기를 버리고' 무상의 봉사와 헌신을 강요당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러한 '신민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관존민비' 의식과 결합되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잔존해 있다.


이제 시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리고 시민의 피고용자로서의 공무원의 능력에 대한 검증과 평가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하고,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감독 기제가 공정하면서도 정교하게 작동되어야 하며, 공무원의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감사 시스템도 치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실로 공무원에 대한 이러한 관리 감독 시스템의 정비는 대중들이 위임한 국가 시스템의 기본이며 또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부패의 경우, 공무원에 대한 분명하고도 정교한 평가검증과 감사 시스템의 부재에 편승하여 한 치의 죄의식도 없이 마치 자기는 아무런 범법행위도 하지 않으며, 다만 자기의 '몫'을 자기가 당연히 차지하는 것일 뿐이라는 '관행' 의식으로 '무장'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업무수행 능력'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순응성'이 특별히 중시되는 '가족주의적' 풍토에 의하여 강화된다. "저승사자라도 필요하면 네트워크를 갖는다."는 것이 관료집단이다. 또한 '관(官)'끼리 서로 봐주는 '우리가 남이가?'의 끈끈한 정신에 의하여 그 재생산 구조를 확고하게 구축하게 된다. 혹시 '적발'이나 '징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되는 이번엔 시간끌기 작전으로 나간다. 그러다보면 으레 다른 더 큰 사건이 터져 자기의 일은 관심사에서 밀려나게 되며, 그러한 틈에 그간 '같이 밥 먹은 것'으로 쌓아놓은 관계를 발판으로 인간적인 情을 호소하고 전방위로 로비를 벌인다.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태산명동 서일필'의 용두사미로 귀결된다.>


공무원에 대한 효과적인 감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히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 있는 감사원이 국회 소속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행정부 소속의 기관이 행정부를 감사하는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원래 감사원은 행정부를 견제할 목적으로 의회 쪽에 설치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이 의회 내에 설치되어 있고, 이곳에 현재 공인회계사, 변호사, 분야별 전문가를 비롯해 3,200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은 무소불위 권력을 독점했던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으로서 이와 같은 잘못된 '배치'는 시급히 바로잡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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