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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政'의 요체는 우수한 인재의 기용에 있다

[소준섭의 正名論]<20> 공무원은 '공(公)'을 위하여 존재하는가? (2)

"'爲政'의 요체는 좋은 신하를 등용하는 데 있다"

공자가 노나라 애공을 만났을 때 애공은 위정(爲政)의 도리를 공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위정의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신하를 뽑는 데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계강자 역시 위정의 도리를 물었을 때 공자는 "정직한 사람을 기용하여 사악한 사람을 고쳐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악한 사람도 정직한 사람으로 변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예로부터 "인사(人事)는 만사(萬事)이다." 한 국가의 근간은 바로 공무원 조직이며, 따라서 정부의 경쟁력이란 곧 공무원의 실력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므로 국가를 조직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먼저 공무원을 잘 선발해야 한다.

공무원 선발제도, 다원화되어야

우리나라처럼 공무원 선발제도를 일률적으로 중앙인사기관이 독점하여 고스란히 관리하는 시험제도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각 부처별로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93년 정부혁신처(NPR; National Performance Review)가 설치되면서 인사관리의 분권화와 권한 위임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각 부처에 채용권한을 위임하고 각 부처는 자체 실정에 맞게 채용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 형태가 각기 상이하다. 일본의 공무원제도는 우리나라가 모방한 까닭으로 많은 측면에서 우리와 비슷하지만 우리의 경우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선발하여 각 기관에 배분하는 형식을 취하는 반면, 일본은 시험을 중앙 인사원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지만 각 기관별로 채용후보자 명부를 작성할 수 있다. 그리하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바로 임용되지 않고, 우선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되어 명부 순으로 각 행정기관에 추천된다. 따라서 성적이 좋을수록 희망하는 기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각 기관은 엄격한 면접과 심사로 임용을 다시 결정함으로써 어려운 관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석·박사급의 전문직 인력은 우리나라의 정부 공무원관료 조직에 아예 진입조차 어렵다.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은 외부인의 진입에 대하여 특별히 높은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 석·박사급 전문직 인력이 정상적인 코스를 통하여 진입할 수 있는 곳은 오직 5급 계약직이나 4급 팀장 수준이 고작이다. 앞의 글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일본의 경우 일본국회도서관에 소속된 전문조사원의 대우는 행정부 1급 관리인 국장급 내지 사무차관급과 동일한 급여를 받으며,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의 '전문원'과 동일한 위상이다. 미국 의회도서관 의회조사처의 전문 연구가그룹 역시 이와 유사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또한 이를테면 미국은 '대통령 공공관리 인턴(PMI: Presidential Management Intern)' 프로그램이라는 고급공무원 임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공정책 분야에 우수한 석·박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하여 1977년 카터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매년 공공정책 프로그램의 분석 또는 관리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약 200명 이상의 젊은 인재들이 미국 국민에게 연방정부 공무원이 되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2년 동안 연방정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다. 이들은 '순환 인턴십 기회'를 통하여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게 되며, 이 프로그램에 의하여 우수한 석·박사 인력들이 연방정부에 채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유명한 국립행정학교, 즉 에나(ENA)를 통하여 고위공무원을 채용한다. 2003년의 경우 총 선발인원은 100명으로서 이 중 50명은 외부 경쟁시험, 41명은 내부 경쟁시험, 9명은 '제3의 시험'을 통하여 선발된다. 외부경쟁 시험은 28세 이하이고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진다. 내부경쟁 시험은 현직 공무원에게만 지원 자격이 주어지고, 학력 제한 없이 5년 이상의 공공 부문 근무경력을 충족시킨 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한다. '제3의 시험'은 40세 미만이고 전문직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원으로 8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자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제3의 시험'은 고위 공무원의 사회적, 지리적 배경을 다양화시켜 공무원 충원의 민주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프랑스는 이렇게 하여 고급 공무원의 사회적 배경의 균형을 추구하고 전문가의 공직 진출 가능성을 제고시키기 노력하는 한편 이밖에도 계급제의 단점인 충원 형태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공개채용시험 외에 다양한 충원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채용과 전체 공무원의 20%에 이르는 계약직 공무원 제도의 활성화로써 계급제 하에서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속진(速進) 임용제를 적용하여 공무원 중 고위직 공무원 직위에 도달할 수 있을 우수 인재를 선발하여 별도의 훈련 및 능력개발기회와 조기승진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고위공무원단의 1/3에 가까운 인원이 속진 임용제를 통하여 선발된다.

모름지기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업무 수행이 엉터리인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에 부합하는 벌을 주어야 하겠지만, 반면 뛰어난 성과를 보인 사람에게는 마땅히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고 후한 상을 내려야 한다.

차제에 프랑스의 경우처럼 특수전문대학원을 개설하고 그 졸업생을 중심으로 고위 공무원의 주축을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농업대학원의 우수 졸업자에게 농업부 고위 공무원 임용 기회를 주고 일정 기간의 '시보'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건설, 세무, 과학기술, 문화 등 여타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폐쇄적 관료 조직

국가의 근간인 공무원 조직은 당연히 가장 우수한 인재를 임용해야 하고, 항상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우수한 전문 인력이 공무원 조직에 많이 진입하기 위한 가능한 방안으로서는 전문가 집단의 공채 및 특별 채용과 개방직의 확대가 유효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제도를 모방하고 있는 일본도 정작 특별채용 비율이 전체 채용비율의 54%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본의 시스템을 한사코 모방해온 우리나라의 특채 비율은 고작 5%에 지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오는 2010년까지 민간인 출신의 전문가 채용을 공무원 총수의 40%까지 끌어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개방직 채용의 경우,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에도 그 규정은 있지만 실제로는 규정에만 존재할 뿐 우선 각 부처가 공모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안정적인 고용보장도 취약하며 보수수준도 낮은 요인 등으로 인하여 그 시행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자격 요건에 있어서 일반 공무원의 경력을 위주로 한 까다로운 경력 요건을 '진입 장벽'으로 확실하게 설치해 놓음으로써 해당 부처 공무원이나 해당 부처의 퇴직자가 아니고서는 그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게 만들어 놓는다. 이렇게 하여 허울만 개방직이지 실제로는 내부 승진과 다름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혹시 요행으로 전문가가 선발되어 온다고 해도 '텃새' 공무원들의 은근하고도 집요한 텃세에 밀려 금방 외톨이로 전락한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을 싸는 경우가 태반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8년 1월 현재 전체 개방직 190개 가운데 132명의 자리가 채워졌다. 민간인 출신은 67명(50.7%)으로 내부 임용된 65명(49.3%)보다 다소 많다. 그러나 민간인 임용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7년 56.1%(110명)에서 지난해 52.9%(72명), 올해 5명이 더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내부 인사를 채용한 비율은 43.9%(85명)→47.1%(64명)→49.3%(65명)로 증가 추세다. '파리 목숨'이라는 민간 출신 개방직들의 자조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들러리 공모란 의혹도 있다. 지난해 한 중앙부처 1급에 지원했던 A교수의 경우가 그랬다. 평가 점수가 좋았던 그는 최종 후보에 들어 역량평가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평가 전날 '지원했던 사실 자체를 취소해 달라'는 해당 부처의 연락을 받았다"며 "상부에서 미리 내정자를 정해 놓고 공모를 진행하는 무늬만 개방직"이라고 주장했다. A교수가 지원한 자리에는 현직에 있던 내부 인사가 임명됐다(2008.5.12일자 중앙일보).>

3급 이상 고위직, 전면 계약직 · 개방직화 돼야

결론적으로 국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무원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고시제도에 의해서만 고급 공무원을 전일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하고, 다양한 선발제도를 통하여 우수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한다. 상기한 바와 같이 '정무직' 임명은 대폭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직위는 모두 계약직 및 개방직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을 채택함으로써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커다란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퇴출제는 그것이 갖는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하위직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 약점이 존재한다.

복지 분야라든가 식품검역 분야 등 정작 실무능력이 요구되는 곳에는 공무원 인원이 적은 반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회전의자에 군림하면서 탁상공론만 일삼는 고위직은 과잉 상태인 것이 우리나라 공무원 체계의 커다란 병폐이다. 고위직일수록 철저한 능력 위주로 임명되어야 하며, 퇴출도 고위직에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한 명의 고위직 퇴출은 3,4명 심지어 10명에 이르는 하위직, 그러나 일은 잘 하는 공무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만약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직위를 계약직 및 개방직으로 전면 전환시킨다면 고시제도 위주의 현 고위공무원 선발 제도 역시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조직 논리'만 앞세우면 가장 나쁜 사람이 가장 윗자리에 앉게 된다

무릇 신진대사(新陳代謝)란 생명체의 필수 요소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이라는 말이 있다.
"통하지 못하면 아픈 법이고, 통하게 되면 아프지 않다."는 말로서 사람의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순환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신진대사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와 같이 연공서열만을 조직 운용의 금과옥조로 삼으면서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당연히 공무원 조직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 문제는 곧바로 심각한 상태로 발전해 결국 조직 전체가 활력을 상실하면서 붕괴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직업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로지 일종의 '특혜를 받는' 공무원으로 오래 근무했다는 근속연수의 기준에 의하여 즉, 이른바 '연공서열'의 순차에 의하여 승진이 결정되고 월급이 많아지며 각종 대우가 좋아지는 그러한 비합리성은 극복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직사회는 어떠한 문제에서든 바꾸는 것을 꺼려하고 대단히 소극적인 보수 성향을 보인다. 흔히 관공서에서 공무원들로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선례가 없어서', '규정이 없어서', 그리고 '예산이 없어서'라고 한다. 이 말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새로운 일은 도와줄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 해오던 일 이외에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그리하여 공무원 사회에서 '창의'와 '창조적 사고방식'이란 처음부터 철저히 봉쇄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하여 이른바 '철밥통'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은 공무원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되었다. '철밥통'이란 중국에서 공무원 등의 안정된 직장을 한번 임용되면 평생 자리가 보장된다는 '평생 직장'이라는 의미에서 '철반완(鐵飯碗)'이라 지칭한 데서 비롯된 용어이다. '복지부동'은 최근에는 "땅에 엎드려 있으면서 눈만 움직인다."는 뜻으로 '복지안동(伏地眼動)'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이 자기를 위하여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우물이 자기 때문에 만들어졌고 당연히 자기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요즘 중국 사회에선 '관유쯔(官油子)'라는 말이 유행이다. 우리말로 쉽게 말한다면 '뺀질이 공직자'를 뜻한다. 중국 신문들은 이들 '뺀질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경력이 화려하고, 공직사회 내부의 불문율에 익숙하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밝지만, 실질적인 일은 등한시한다. 허풍을 떨고 책상머리에서 지시하는 데 익숙하다. 학습에는 게으른 대신 사교에는 능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상사나 기관장의 꽁무니만 따라다닌다.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단기 성과와 공을 내세우는 데 급급하다. 도박과 재물 그리고 여색에 빠져 있다."

'바꾸다'라는 뜻의 '개(改)'는 '기(己)'와 '복(攵)'이 합쳐진 글자로서 '己'는 꿇어앉은 아이를 의미하는 상형문자이고, '攵'은 채찍을 손에 쥔 형상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개(改)'란 "아이를 가르쳐 그릇된 것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개혁(改革)의 '혁(革)' 역시 '바꾸다'의 뜻이다.

조직이 개인보다 우선시되면 종국에는 가장 나쁜 놈이 꼭대기에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셤의 법칙은 여기에서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이제까지 공무원 개혁은 언제나 공무원에게 맡겨놓았던 셈으로 실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은 꼴이었다. 한국 축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에는 히딩크라는 외국인 감독의 부임이 큰 역할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고질병이었던 학연이나 지연에 의한 선수 선발을 뛰어넘어 실력을 위주로 한 선발이 가능했던 것이다. 수십 년 째 정체를 보였던 한국 육상도 외국인 코치의 영입 결과 연달아 기록 갱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외국인 코치 영입이 어려웠던 것은 다름 아닌 "내 밥그릇을 뺏길지 모른다."는 국내 지도자들의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공무원 개혁을 밥그릇 의식으로 무장한 우물 안 개구리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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