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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월가 보수 관행, 지금 못 바꾸면 위기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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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월가 보수 관행, 지금 못 바꾸면 위기 재발"

"오바마, 대중의 뜻 따라야 할 때"

현대경제학에서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주목하는 것은 인센티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실 상품 판매자의 탓으로 돌린다면,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월가 금융업체들의 임직원들에게 잘못된 인센티브가 주어졌기 때문에 부실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인 만큼,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금융위기에 관해 날카로운 분석을 제기해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처럼 간단한 조치가 왜 신속하게 취해지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월가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로 비판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크루그먼 교수는 20일(현지시간) '개혁이냐 파멸이냐(Reform or Bust)'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월가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하루 빨리 고치라고 거듭 촉구한 것도 이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의 칼럼에 따르면,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년이 지나면서 월가의 보수는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재빨리 되돌아가고 있다. 또한 금융산업은 자신들에 대한 어떠한 개혁적 조치도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들인 금융업체들의 이같은 이기적 행동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려는 조치가 마련되고 있지만, 그것은 원천을 차단하는 방법은 되지 못한다. 월가가 또다른 거품을 만들어내어 또다시 파멸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원한다면 금융산업의 인센티브 시스템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단기 실적에 혈안이 되도록 만드는 보상체계

금융산업의 인센티브 체계가 무슨 문제냐고? 현재 월가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왜곡돼 있다. 금융업체 경영진들은 단기간에 평가 수익을 많이 내면 엄청난 보상을 받는 반면, 나중의 평가수익은 더 큰 손실로 변하더라도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은 금융업체 경영진들이 리스크 테이킹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금융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몇몇 금융업체 경영진들은 호황기 때 벌어들인 보너스 덕분에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현업을 떠났다. 그런 보너스를 안겨준 고위험 전략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는 파산하고, 금융시스템에 큰 타격을 주었는데도 말이다.

FRB는 이런 문제점을 깨닫고 요즘 금융업체의 보상체계에 새로운 규칙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평가수익이 손실이 날 경우 지급된 보너스를 회수하고, 단기간 성과보다는 장기간 성과와 보수를 연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FRB는 금융업체들의 건전성을 감독할 권한을 활용해 별다른 입법이 없이도 이런 개혁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산업계는 공화당 의원 거의 전부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런 개혁에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보수 체계에 어느 정도 손질을 하려고 하지만, FRB가 추진하는 개혁에 대해 충분히 지지할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오바마, 알면서 왜 모르는 척 하나"

이런 의문은 크루그먼 교수가 오바마 대통령의 진성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이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나 미국프로풋볼 선수들에 대해 보수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금융업체 경영진들에 대한 보수는 왜 제한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오바마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미국프로풋볼은 사실상 보수 체계에 제한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기술업체들은 파산하다고 해서 전세계 시스템을 뒤흔들지 않으며, 위험한 패스를 많이 하는 쿼터백들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금융산업은 특별한 부문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히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몇 년 뒤 닥쳐올 또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단 하나를 꼽는다면 금융산업의 보수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금융산업 경영진들을 분노케 할 정도로 때로는 대중의 뜻을 따르는 것이, 현재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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