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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동유럽 MD 백지화…네오콘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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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동유럽 MD 백지화…네오콘 강력 반발

러시아 협조 얻기 위해 '결단'…동북아 MD에 영향 주목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7일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전임 부시 행정부의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했던 동유럽 MD 계획이 폐기되면서 미러관계를 '재설정'(reset)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구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행정부의 방침을 뒤집은 가장 중대하면서도 구체적인 이번 결정은 '미-러 신(新)냉전'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의 MD 관련 움직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동유럽 MD 계획 폐기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이지스함으로 대체 계획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 등의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2014년까지 폴란드에 요격미사일 10기, 체코에 미사일 추적 레이더를 배치하는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운 방식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일치된 권고를 바탕으로 이같이 결정했다"며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은 위협적인 존재라고 강조한 뒤, "새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중·단거리 미사일은 장거리 미사일보다 더 큰 위협"이라며 "새 미사일 방어체계는 위협 요인을 새롭게 평가해 신기술을 바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미사일 방어 체계와 관련해 "미국은 동유럽 동맹국과 미군을 방어하기 위해 미사일 요격장치를 갖춘 이지스함을 북부와 남부 유럽 쪽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체코, 폴란드 이외의 지역으로 모색될 지상 미사일 방어체계는 오는 2015년께 구축되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 동유럽 MD는 무엇인가?

MD 체제는 이른바 '스타워즈' 구상이라고 불리며 1983년 발표된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는 냉전 붕괴와 의회의 반대, 기술·예산 문제 등으로 사문화됐다가 2001년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부활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2007년 이란 등 소위 불량국가의 잠재적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2012년까지 동유럽에 MD 체제를 구축키로 하고 작년 8월 두 나라와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계획이 자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미러관계는 악화됐다. 러시아는 미국이 MD를 밀어 붙인다면 폴란드와 접한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정녕 이란의 미사일이 걱정이라면 러시아가 임차중인 아제르바이잔 가발라 기지나 러시아 남부 아르마비르 레이더 기지를 공동 사용하자'고 제안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새로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는 동유럽 MD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폴란드·체코와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러시아와의 근본적인 해빙이 어렵다고 판단, 결국 백지화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 러시아 협조 절실한 오바마 끝내 '결행'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MD 구축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그리고 이란이 예상과 달리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군사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한 러시아와 체결하고 있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의 후속 협정을 위한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START 협상을 제대로 하려면 동유럽 MD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겠다고 천명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3~24일 '핵 비확산과 핵군축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의'를 주재할 예정인데, 회의가 열리기 1주일 전 동유럽 MD의 철회를 발표함으로써 핵 문제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은 MD 철회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 이란 핵문제와 MD 포기 '교환설'

그러나 동유럽 MD 철회의 가장 중요한 배경에는 역시 이란 핵문제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러시아의 최대 불만 사항을 해결해 줌으로써 내달 1일 열리는 이란과 'P5+1'(미·영·중·러·프+독)의 핵 회담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7일 "서방의 외교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MD 포기) 결정으로 인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몇 주 후 열릴 중요한 회담 전에 러시아가 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비밀 서한을 보내 러시아가 이란 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면 동유럽 MD를 철회하겠다는 거래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동유럽 MD 백지화가 이란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의 '막후협상'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러시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미국과 절대 '비밀 거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이란에 대한 핵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서방이 추진하는 대(對) 이란 제재에는 중국과 함께 반대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많은 서방 외교관들은 (미국의 MD 포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유엔 제재에 대한 기존의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오바마를 당황스럽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국간 어느 정도의 교감이 있다는 것이다.

■ 러시아 '반색'…美공화당 매파들 "이란과 러시아가 승리했다"

러시아는 환영 일색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우리는 미러간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미국 대통령의 책임 있는 접근을 높이 평가한다"며 "나는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MD를 미국 안보의 핵심이라고 주장해 온 공화당의 강경파들과 탈냉전 후 나토에 편입된 중·동유럽의 국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작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변인격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과 동유럽 및 나토 회원국들과의 관계에 재앙에 가까운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던 오바마 행정부가 오히려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 승자는 분명 러시아와 이란이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소련 붕괴 후 나토에 참여하면서 친미 노선을 걸어 온 폴란드와 체코는 실망을 넘어 두려움을 나타냈다. 국제무대에서 재부상하는 러시아에 맞서 미국이 과연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두 나라는 MD 기지를 자국 영토에 유치하면 만의 하나 러시아가 침공해올 경우 나토 헌장 5조 '상호 방위 규정'에 따라 미군의 개입이 보장되리라고 기대해왔다.

부시 행정부와 MD 협정을 체결했던 미렉 토폴라넥 전 체코 총리는 "나쁜 소식"이라며 "우리가 유럽에 편입하려 했던 지난 20년간의 노력이 중단되게 됐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스치글로 전 폴란드 국방장관 역시 "폴란드에 매우 나쁜 신호다.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MD 계획 철회를 발표한 날은 공교롭게 2차 대전 당시 소련이 폴란드를 침공한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폴란드의 정치지도자들은 이 점을 상기시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두 나라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MD 철회 결정의 후폭풍을 무마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특히 폴란드에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카드를 내세워 폴란드를 달랠 계획이다.

■ 동북아 MD에 어떤 영향 줄까

이번 결정으로 MD 자체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드러남에 따라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추구하고 있는 MD 체제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미국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도 MD 체제에 참여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 중국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인수위 시절 'MD 검토' 입장을 잠시 내비쳤던 이명박 정부도 현재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한편 현재 MD 체체에 편입되어 있는 일본도 아시아 외교를 중요시하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MD에 대해 전과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오바마 행정부 역시 동북아에서 MD를 밀어붙일 동력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북한과 미국이 양자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으로 접어들 경우 북한 핵미사일 위협론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MD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나 MD 구축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매파들이 동유럽 MD 무산에 대한 '보상'을 동북아에서 받아 내겠다고 나선다면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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