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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의 '正名'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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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도서관'의 '正名'을 위하여

[소준섭의 正名論]<16>

국회에 있는 국회도서관, 공부를 한다는 사람 치고 이곳에 한두 번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도서관이 무슨 목적으로 국회에 있는 것이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기관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별로 없다.


국회도서관이 과연 어떠한 성격을 지니고 무슨 업무를 수행하는 곳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①'국회도서관'이라는 명칭에는 왜 '도서관' 앞에 '국회'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으며, 이렇게 '국회'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고 한다면 ②과연 '국회'와 관련하여 어떠한 임무를 그 특성으로 하는 도서관인가가 분명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하여『국회도서관법』제2조는 "國會圖書館은 圖書館資料 및 文獻情報의 蒐集·정리·보존·제공과 參考回答 등의 圖書館奉仕를 행함으로써 國會의 立法活動을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회도서관은 도서의 수집, 정리, 보존 업무를 위주로 하는 일반 도서관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회의 입법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국회 내에 설치되었기 때문에 '국회'라는 명칭이 붙게 된 것이다. 즉, 국회도서관이란 또 하나의 국립중앙도서관이 아니며, 만약 그렇다면 그 존재 의미도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일반 도서관과 차별되는 국회도서관을 국회도서관답게 만드는 업무는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원칙적 시각에서 이를테면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 업무로 하는 국회도서관은 과연 현 정원이 적절한 규모인가의 문제부터 입법지원 기능을 위하여 어떠한 전문가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있는가도 차분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정과 원칙이 올바르게 정립될 때 비로소 '국회' 도서관이라는 명칭과 그 업무 내용이 비로소 명실상부해질 수 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국회도서관이어야

미국 의회조사처의 역사를 살펴보면, 1900년대 초에 의회도서관 직원의 능력만으로는 대규모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에 도서관 내에 입법정보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의회조사처는 처음에 의회도서관의 6개 부서 중 하나의 기구로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의회도서관 전체보다도 질적인 측면에서 훨씬 중요한 부서로 발전하였고, 오히려 의회도서관이 의회조사처의 업무를 지원하는 거대한 정보 저장소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조직 구성에 있어서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조직 운용의 원칙을 지키고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그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재배치한다는 뜻이다. 몇 년 전 행정부 내 4급 이상 여성 고위공직자를 조사해본 결과 불과 39명에 지나지 않았다(물론 이는 여성 차별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국회도서관이라는 단일 기관의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24명이다. 겉으로만 보면, 가히 한국 여성 인력의 요람이요 보고(寶庫)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직급의 인플레 현상'은 인력관리의 실패와 왜곡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작 실무를 할 인원은 부족하지만, 그 위로는 아직 한창 때인데도 벌써 실무로부터 '해방'된 5급 이상의 '과잉 완장'들이 군림한다. 이러한 왜곡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회 전체 조직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모름지기 조직 운영의 핵심이란 인력을 정확한 위치에 정확하게 배치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직함이 국회도서관의 '의회정보 심의관(3급)'이나 '법률정보과장' 쯤 되면, 사람들은 대단한 의회전문가 혹은 법률전문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직책들은 사실 사서직 혹은 행정직이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전기 배선하던 분이 '입법정보심의관'으로 있기도 하였다. 반면 국회도서관에서 전문가의 채용을 명분으로 한 '개방직'은 '규정'에만 존재한 채 유명무실화된 지 이미 오래이며, 전문직의 일반직 전환 채용도 단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 전문직의 일반직 전환은 국회사무처에서도 수차례 시행된 바 있는데, 국회도서관은 국회 조직에서도 전문성 제고라는 측면에서의 노력이 가장 결여된 조직이다.


원래 1995년 국회도서관에는 입법조사분석실이 사서 조직과 독립적인 기구로 설치되었다. 그런데 2000년 IMF를 틈타 구조조정의 명분을 앞세워 일반직 연구직의 신분이었던 입법조사분석실 소속 연구관들을 대거 해고하고 나머지 연구관들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면서 입법전자정보실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이 입법전자정보실 조직의 간부직을 비연구직 직원들이 완벽히 장악하게 되었다. 이는 입법지원기관으로서의 국회도서관으로서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훼손시킨 것으로서, 이러한 부실화의 후과로 결국 입법조사처가 도서관으로부터 분리되어 설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도서관은 입법지원 기구로서의 위상을 정립하지 못한 채 업무 중복 및 과잉 인력의 폐해를 극복하고 있지 못하다.


이를테면 현재 세계 의회기구에서 해외정보 조사 업무는 모두 '의회조사처' 기구에 소속되어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독일, 영국 의회에서는 외교안보와 국제관계를 담당하는 '조사처'의 부서에서 수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입법고사국의 해외정보조사실에서 수행하고 있다. 사실 우리 국회 입법조사처의 직무 범위에도 '외국의 입법동향 분석 및 정보의 제공'(입법조사처법 제3조 5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외정보 조사 업무는 여전히 국회도서관에 두고 있어 전체 입법지원 업무가 효율적으로 수행되지 못한 채 중첩되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회 기구에서 '조사처' 조직이 도서관과 별도로 분리된 프랑스 의회도서관은 직원수가 29명, 독일은 91명에 지나지 않는다. '조사처'가 통합되어 있는 영국의 경우에는 도서관 직원이 총 226명인데, 그 중 조사실에 82명이 배치되어 있다(일본과 미국의 경우에는 의회도서관이 국립중앙도서관을 겸하고 있으므로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국회도서관의 정원은 267명이다. 국회도서관 내에 '정치행정자료과'나 '경제사회자료과', '법률도서관운영과' 등의 부서가 있지만 그곳에 전문가는 물론이고 관련 학과 전공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도서관 업무란 원래 자료 정리, 수집 및 보관 업무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러한 '순수 도서관 기능'만을 수행하는 데 현재의 인력이 적정규모인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국회도서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은 거의 사서(司書)로 구성되어 있다. 문헌정보학 이외의 다른 전공자들은 진입 자체가 어렵다. 외국에서는 석사 학위 단계에서 비로소 문헌정보학이 개설되기 때문에 사서는 일단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다. 이는 학부에서 문헌정보학과만 이수하면 사서가 되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다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서의 경우 국제적 기준 및 표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른바 주제 전문사서가 나오기 사실상 어렵다. 더구나 다른 학과의 전공자를 거의 선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단색(單色) 조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의회도서관이란 사서가 독점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이다. 독일 의회도서관은 일반 사서와 레퍼런스(입법지원 담당) 사서로 구성되는데 레퍼런스 담당 사서는 연구직으로서 일반 사서의 상위에 있다. 일본 국회도서관 입법고사국의 전문조사원의 대우는 행정부 1급에 준해왔다.


한편 사서에 관한 공무원 직제도 미국에서 일반 사서는 GS-7등급(GS; General Schedule, 미국 공무원은 GS-1등급부터 GS-15등급까지 분류되어 있다. GS의 숫자가 클수록 고위직이다)이고 전문성과 경력에 의하여 GS-9등급부터 GS-12등급으로 분류된다(그 이상의 등급도 가능은 하다). 이에 비하여 미국 의회도서관의 의회조사처 수석 연구원의 경우는 GS-18등급까지 승진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100에서 1016까지 순차적으로 구분된 분류지수 중(숫자가 높을수록 직위가 높다) 일반직 사서(주제전문 사서 포함)의 지수는 204에서 779에 속해 있다. 여기에서 780은 우리나라로 말하면 3급에 해당하고, 결국 일반직 사서는 3급 이상의 간부직에 임용될 수 없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 국회도서관의 경우 1급까지 제한이 없이 승진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거꾸로 예전에 도서관 내에 박사급 연구관이 소속되어 있을 때 그들은 기껏 계약직5급 직급으로 사서 과장의 휘하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는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있어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며, 따라서 당연히 전체적인 업무가 체계적으로 운용되기 어렵게 된다.

과연 진정한 입법지원 기능을 하고 있는가?

2008년 국회도서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국회도서관이 관리하는 입법지식 DB에서 한미 FTA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2007년에 체결된 한미 FTA 협정문 등이 없는 것은 물론 가장 최근의 자료가 1998년 자료였다. 이게 도대체 입법을 지원하는 DB인지 입법에 지식을 주는 DB인지, 아니면 옛날 것 가지고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라고 질타한 바 있다. '입법지원 업무'의 이름(名)과 실제(實)가 완전히 부합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입법지원 업무란 그저 '입법'이란 이름만 붙여 포장하면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구나 수요자(의원)의 '요구'와 무관하게 공급자가 자의적으로 신문자료와 인터넷 자료를 수집한 공급자 위주의 '불요불급한 업무'를 매일 같이 성실하게, 그러나 일방적으로 이메일을 전송하고 인쇄물을 배포한다고 해서 이뤄질 일도 아니다. 이른바 '법률도서관'의 경우에도 국회 사무처의 법률지식정보시스템과 법제처의 국가법률정보센터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 업무가 아닌지, 또 과연 차별화된 업무를 추진할 수 있고 그럴만한 내부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극히 당연하다.


다음으로 이른바 '순수' 도서관적 기능의 측면에서의 업무를 살펴보자. 국회도서관 전자도서관 통합검색의 분류를 예로 들면, '단행본'이라는 자료구분 범주에「국회 공보」(국회 회기 중 1주일에 두 번 발행되며 대부분 10페이지도 안 된다) 내용에 승진이나 포상 기사가 한 줄 나와 있다는 이유로 하여 '단행본'으로 분류되어 있는가하면, 고작 3페이지나 4, 5페이지짜리 법률번역이 '단행본'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같은 범주의 '법률번역'도 국회사무처에서 출판된 것은 '학술지'로 분류되어 검색하게 되어 있다. 또한 '학술지' 구분 기준에 있어서도 단순한 주간잡지 기사가 모두 학술지 범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분류가 국가를 대표한다는 국회도서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준이므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도서관 디지털입법자료실에는『만철(滿鐵)자료집』30권이 꽂혀 있다. 일제 시기 일제가 만주에 건설했던 '만주 철도'에 관한 자료이다. 우리와 관계가 상당히 멀다고 할 수 있는 자료이다. 그것도 1차 자료집이 아니라 단지 관련 자료의 '목록'만을 모아 놓은 자료집이다. 과연 이러한 자료들은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선정· 수집되었는지 그리고 입법지원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모든 분야에서 우선 기본과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양질(良質)의 고급 정보와 좋은 자료란 그 수집과 정리 과정이 잘 짜여져 조직될 때 비로소 접근이 가능해진다. 국회도서관에 그러한 양질의 고급 자료가 축적될 때 그것을 토대로 하여 비로소 실효 있는 입법지원 활동이 전개될 수 있다.


통계수치만 해도 마찬가지이다. '국회도서관보'(2009.7)를 보면 '국회도서관 정보서비스별 이용현황' 통계에서 "입법자료회답 59건, 법률자료회답 35건, 국외자료회답 82건, 최신외국법률소식 2,714명, 국내법령 제·개정정보DB 4,903명, 일일외국신문정보DB 7,397명" 등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입법자료회답이나 국외자료회답은 국회의원 등 질의에 대한 회답 건수이고, 최신외국법률소식이나 국내법령 제·개정정보DB 그리고 일일외국신문정보DB 등등은 도서관 홈페이지 온라인에서의 단순한 '검색(클릭) 건수'이다. 단순히 이 통계만을 보게 되면 '단지 클릭수의 합계에 불과한' 최신외국법률소식이나 국내법령국내법령 제·개정정보라는 업무가 대단하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검색 회수를 알려주는 통계의 기준은 정확하게 '클릭수'로 표기해야 한다. '질의 사안'과 '검색수'의 차이를 무시한 이러한 통계는 '기준'과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통계 왜곡'의 전형적 사례이다.

명실상부(名實相符), 모름지기 '이름(名)'과 '실제(實)'가 정확하고 올바르게 부합되어야 한다. '이름'의 의미와 근원을 잃어버린 말은 결국 그 생명력을 잃게 되고 내용도 허구화된다.


국회도서관의 '입법지원 활동'과 '직급'은 그 명칭과 실제가 부합되도록 혁신되어야 하며, '의회정보실', '디지털입법자료실', '법률도서관' 역시 명실상부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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