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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 문자 그대로 '사무' 업무로 국한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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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 사무처, 문자 그대로 '사무' 업무로 국한되어야

[소준섭의 正名論]

필자가 이 연재에서 국회 조직을 위주로 하여 기술한 것은 특별히 국회 조직만이 문제가 있어서가 결코 아니다. 자기가 발을 딛고 서있는 바로 그 자리로부터 실천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우선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현장'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이 실천하는 자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로서 곧, 知行合一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므로 문제점을 보다 정확하고 상세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임을 전제로 해둔다.

또한 적지 않은 직장 구성원들은 제도적 모순의 굴레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필자>

국회를 구성하는 인적 구성원으로는 국회의원과 입법관료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일면적인 타당성만을 지닐 뿐이다.

국회의원은 전문성에 의하여 선출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선출하는 대표가 곧 국회의원이다. 이러한 대표성의 원리에 의해 선출되는 만큼 일반적으로 전문성 측면에서의 부족 현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전문성의 부족이라는 결함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장치가 바로 입법관료이다.

따라서 이 입법관료 즉, 국회 공무원 시스템은 당연히 국회의원을 지원해줄 정책 및 법률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어야 한다. 외국 의회를 살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의 경우 국회도서관에 소속된 전문조사원의 대우는 행정부 1급 관리인 국장급 내지 사무차관급과 동일한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를 시행해왔으며, 국회 상임위원회의 '전문원'과 동일한 위상이다. 미국 의회도서관 의회조사처의 전문 연구가그룹 역시 이와 유사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다른 것은 모두 일본과 미국을 '베끼고' 모방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전혀 상이하게 적용한다.

제3의 세력집단으로 성장한 국회 관료

국회 공무원 조직에서 우스갯소리로 국회의원을 '계약직 공무원'이라 불린다. 4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선거로 '계약'을 다시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 재계약율은 30% 미만으로 매우 낮다. 이에 비하여 국회 공무원은 정년까지 보장된다.

현재 국회의 5급 이상 고급공무원 채용은 이른바 '입법고시'라고 칭해지는 일반 고시제도를 통해 충원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고시는 행정고시를 벤치마킹한 유래에서 드러나듯 본래 분야별 전문가 충원보다 일반 행정가의 확보에 유효한 제도이다. 따라서 입법고시와 같은 폐쇄형 충원제도보다는 개방형 충원제도에 의해 외부로부터 수평 유입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대학의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다음과 같이 입법고시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국회공무원은 일반 국가기관을 통제하지만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상사 국회공무원의 명령만 들으면 됩니다. (최상위 지휘자는 국회의장) 청와대나 타 기관들도 어떠한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행정부 일선 사무관이 될 경우에는 청와대, 국무조정실, 감사원, 국회 등등 여러 외부기관으로부터 지시사항과 자료제출을 요청받고, 문제가 되는 사항인 경우 여러 기관으로부터 중복적인 민원 처리와 감사를 받기 때문에 본원의 업무 외의 업무가 폭증할 우려가 있습니다.

고위공무원으로의 빠른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통 5급(사무관)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 5.5~6년 정도 소요되고 4급(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데도 5~6년이 소요됩니다. 20대 중반에 합격할 경우, 12~14년의 기간을 근무할 경우 30대 후반에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할 수 있습니다.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했을 때의 역량발휘가 강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는 20개 정도의 위원회가 있는데 각 위원회마다 수석전문위원(차관보1명)과 전문위원(이사관-2급-2명)이 있습니다. 즉 2급 이상 고위공무원 직위만 60개 이상, 그리고 사무처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등을 합칠 경우 80개에서 100개 정도의 2급 이상 직위가 존재하게 됩니다.">

▲ 지난 2004년 국회공무원노조원들이 17대 국회 개혁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유권자의 접촉과 함께 수평적 구성의 원리에 유의해야 하는 의회가 행정 사무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기관이 비대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행정부를 연상케 하는 제2의 관료체제로 전환하게 된다면 곤란하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의 경우, 바로 이러한 행정관리 업무를 중심으로 관료적 질서를 구축하면서 사실상 제3의 세력 집단으로 성장해 있다. 이는 입법관료가 대표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지원 기구라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국회사무처란 마땅히 명실상부, 국회의 사무· 관리(administer)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함으로써 그 명(名; 이름)과 실(實; 내용)이 부합되게 해야 한다. 물론 이제까지 국회라는 기관의 계속성 자체가 위협을 받았던 상황이 적지 않았던 만큼(특히 과거 군부독재 상황에서), 이러한 관료적 시스템이 국회의 제도화 과정에 기여한 바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정부의 권력에 의하여 국회의 해산이나 폐쇄를 우려할 그러한 상황은 아니며, 바야흐로 국회 고유의 정책전문 역량과 속성을 대폭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와 같이 그 주인인 국회의원들이 객(客)으로 되는 주객이 전도된 국회 입법지원 조직의 왜곡된 구조는 하루바삐 극복되어야 한다. 주지하듯이『삼국지』가 펼쳐지는 시점은 바로 이른바 '십상시(十常侍)'가 발호하여 빚어진 '십상시의 난'이라는 혼란상이었다.

특히 입법 관료의 신분 보장을 통해 연공서열이나 계서제(階序制)의 원리가 조직 구성의 기본 원리가 되도록 하는 상황은 적극적으로 피해야 한다. 입법관료의 신분 보장은 관료제 형성의 근간을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4년마다 다시 선출되는 국회의원의 입법관료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주객이 전도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또한 입법관료의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입법관료 사회에 경쟁의 원리가 작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입법관료의 신분 보장 문제는 배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시대 변화에 따른 전문성 확보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도 입법관료의 지위를 탄력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박재창,『한국의회개혁론』).

이를 위하여 국회 공무원 시스템을 행정부와 별도로 계약직을 원칙으로 하는 공무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것이다. 미국 의회에 소속되어 있는 공무원도 계약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우리의 계약직 시스템과 달리 본인이 원할 경우나 형사상 범죄 구성요건이 되거나 커다란 업무 과실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직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이를테면 1년에 감축할 수 있는 상한 비율을 총 정원의 3%나 5%로 규정하는 방안 등을 통하여 관료화를 방지하고 우수 인력 충원에 유리한 계약직 시스템의 장점을 살리되 상당한 정도의 신분 보장도 가능한 세밀한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인사와 예산, 의원이 관리해야

의원이 국회 조직의 주인으로 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서 의원들이 국회 입법지원 조직의 인사와 예산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의 전환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물론 현재와 같이 '문제'가 많은 국회의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데 대한 반론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회조직의 원칙상 의원이 주체가 되는 것은 원칙이다. 분명 의원들의 현 문제점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 국회 입법지원 조직의 전문성 강화와 전문위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코 그것이 의원의 문제보다 선결적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의회 조직상 원칙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며, 최소한 의원들의 문제점과 동시에 개선되어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실제로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영국 등 국가의 의회에서는 의장과 양당 대표들로 구성되는 "이사회"(영국의 경우에는 하원위원회가 이에 해당하고, 독일의 경우는 최고평의회가 이와 유사하다)가 국회 내 조직의 인사와 예산을 총 관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산의 경우에는 '이사회'의 '재무회의'가 매주 1회 개최되어 재무회의의 승인 없이는 의회의 모든 지출이 될 수 없다. 이렇게 '돈줄'을 장악함으로써 의원들은 의회의 진정한 '주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지적하고 넘어갈 점은 프랑스 의회의 '이사회' 기구가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국회사무처' 혹은 '국회 운영위원회' 등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잘못된 번역일 뿐 아니라 진실의 왜곡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외국의 특정 기구나 사물을 번역하고 소개할 때, 그것들이 지니는 특수성을 최대한 규명하여 구별하려 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기구나 사물의 '용어'를 사용하여 '얼버무려' 번역하고 소개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결국 외국의 제도가 갖는 좋은 장점과 우리 제도의 부족한 약점을 왜곡시키고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의회의 '이사회'와 우리 국회의 '운영위원회'가 동일한 측면보다는 상이한 측면이 훨씬 많은데도 양자가 마치 동일한 성격을 지니는 기구인 것처럼 번역, 소개해온 것이다. 이는 결국 '국회 조직의 운영에 형식적으로 지휘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거의 개입하지도 않고 심지어 관심도 별로 없는' 우리의 '국회 운영위원회' 제도가 지니는 근본적 문제점을 은폐시키는 결과를 빚게 된다.

미 의회의 경우, 1946년 '입법부 재조직법'을 제정하고 입법지원 조직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켰다. 우리도 이를 모델로 하여 국회의원들로 구성되는 가칭 '입법부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입법부 재조직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서 현 국회 조직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진정한 입법지원 조직으로서의 국회공무원 조직을 정립시켜야 한다.

국회공무원 조직, 더 이상 국회의원의 뒤에 가려져 있어선 안 돼

특히 국회 조직에 대한 감사제도의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직불금 문제로 감사원이 감사의 사각지대였던 점이 밝혀졌지만, 국회공무원 조직 역시 감사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감사원 자체도 국회에서 예산이 심의를 받고 배정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감사원의 감사란 이제까지 사실상 '형식'에 그쳐올 수밖에 없다. 입법지원 업무에 대한 평가를 비롯하여 별도 정원문제, 인사승진 비리, 각종 공사 및 입찰 관련 비리 등등에 대하여 세밀한 감사가 필요한 국회공무원 조직이 감사를 받는 것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기구,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함께 '3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감사를 받는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국회의 주인이면서도 정작 국회 입법지원조직에는 별로 관심을 쏟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한 식구'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 관행화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국회공무원 조직이 국회의원의 뒤에 가려져 있어서는 안 된다. 감사가 부재한 조직은 절대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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