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병순 한국방송(KBS) 사장이 2일 오후 김성묵·유광호 부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들과 함께 6명의 본부장도 함께 사표를 제출한 상태라 KBS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자마자 대대적인 인사 교체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KBS 홍보팀은 "김성묵, 유광호 두 부사장이 지난 1일 사표를 제출했고 2일 오후 수리됐다"며 "그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본부장 불신임 투표 피하고 언론특보 출신 부사장 만들기?
KBS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앞서 노사가 합의한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휴가 제도 변경에 따른 보수규정안이 KBS 이사회에서 거부되자 유광호 부사장이 임원진에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성묵 부사장과 일부 본부장은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BS 내부에서는 이병순 사장이 연임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많다. KBS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에 따라 오는 16~17일 본부장 불신임 투표를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압도적인 불신임이 예상되자 이 사장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해석이다.
본부장에 대한 불신임 평가가 연임을 앞둔 이병순 사장 체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로 이어져 연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는 것.
이에 더해 이미 유력한 차기 부사장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 특보를 지낸 Y모 전 KBS 자회사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정권에 가까운 인사로 친정체제를 구축해 연임을 대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병순 사장은 오는 4일 열리는 KBS 임시 이사회에 신임 부사장 임명 동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KBS노조 "부적절 인사 기용 시 퇴진투쟁"
KBS 내부에서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KBS 노동조합은 "절차와 형식, 예의까지 무시한 속칭 '연임용 인사'"라며 "이 사장이 멋대로 반 공영적, 반 민주적, 권위주의적 구시대 인사를 인선할 경우 우리는 이병순 사장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퇴진 투쟁'을 경고했다.
KBS 노동조합은 2일 낸 성명에서 "이병순 사장은 노사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제멋대로 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아 인사전횡을 획책하고 있다"며 "경영부사장을 동원한 경영진 사표 강요 행태는 명백한 '편법 행위'요 노사관계를 파탄 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KBS 노조는 '사장은 본부장 임명시 공정방송에 대한 실천 의지와 덕망 있는 인사로 임명해야 하고 임용 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공방위에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들어 "이병순 사장은 이 같은 중대한 노사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제멋대로 강압적으로 본부장들의 사표를 받아 인사전횡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노조는 "이번 본부장 사표 파동은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면서 "즉각 노사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이병순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권표 관제사장과 특보출신 부사장? KBS 최악의 선택"
KBS 사원행동도 이날 낸 성명에서 "이번 임원직 총사퇴의 배경에는 단체협약에 따른 본부장 신임평가가 결국에는 '이병순체제'에 대한 부정적 심판으로 이어져 연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이병순 측근들에 의한 친위 쿠데타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지적했다.
사원행동은 " 수신료 현실화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런 모험을 강행하는 것은 오로지 연임에만 목을 매는 이병순 사장의 무소신, 무책임 경영의 극치"라며 "더욱 황당한 것은 부사장 후임에 이명박 대선 캠프의 언론특보 출신 Y모 전 KBS 자회사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KBS는 사상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부사장 후임에 이명박 대선 캠프의 언론특보 출신 Y모 전 KBS 자회사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인사가 될 것"이라며 "'정권표 관제 사장'과 '특보 출신 부사장' 체제로는 수신료 인상은커녕 더욱 가혹한 돌팔매를 자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작 사퇴해야할 자는 이병순"이라며 "이병순 관제 사장은 일 년 동안 실컷 부려먹은 부하들을 희생양 삼아 화려하게 부활하려는 연임 시도를 즉각 포기하고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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