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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각도에서 본 국회 발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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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로운 각도에서 본 국회 발전 방안

[소준섭의 正名論]<14>

정책정당으로의 '새로운' 길

현대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국회가 직접 다루기 까다로운 미묘한 사안들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 거의 모든 정책 사안에 있어서 주권자의 요구가 비등해진다.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오직 재선을 지상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각 정당과 의회 구성원들은 문제 자체의 해결보다는 표를 의식하는 '연기(演技) 정치'에 골몰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하여 기존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은 대중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유리된 채 무력함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드러내고 있는 이러한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법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방안은 국회의 정책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영역이 확대되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양산되는 상황에 대하여 대의기구가 정확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국회 내에 정책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입안하는 정책 전문 조직의 대폭 강화가 주장되고 있다.

둘째 방안은 대의민주주의를 체제적으로 보완하는 것으로서 시민의회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다만 이 방안은 주요 공공의제를 심의하는 시민심의 기구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아직 학술적인 차원에서 검토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된다.

닭과 달걀, 모두 필요하다

사람들은 입만 열면 모두 국회의원을 비난한다. 당리당략에 매몰되고 군림하려는 자세와 의식이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이렇게 비난한 지 수십 년이 되어가지만 변화가 없다. 그런데 루소가 말했듯이 "좋은 제도가 좋은 미덕을 만드는 법이다." 아무리 국회의원들의 의식과 자세를 고치라고 외쳐본들 고쳐지기 어렵다. 공천제도 개선,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 도입, 중대선거구 도입 등등 낙후되고 효율적이지 못한 우리 국회의 개혁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과 보완책은 그간 수없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각도를 달리하여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지원 시스템의 강화에 의한 국회 제도의 개혁을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국회의원이 먼저 변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것도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여전히 대세를 점한다. 흔히 사람들이 "닭과 달걀 중 어떤 것이 먼저냐?"고 묻는 것은 결국 그 어떠한 일도 별무신통이고 따라서 구태여 해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 대부분 연결된다.

이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문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닭과 달걀 모두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인가라는 논리에 의하여 반드시 어떤 한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만 또 다른 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으레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 의회와 독일 의회의 특성

미국 의회는 우리의 국회와 달리 의원 개개인이 소속 정당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자신의 선거구민에 대한 대응성(對應性)을 주요한 고려 대상으로 설정하는 조직이며, 반면 국회의원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즉, 미국 의회는 개별 의원 중심으로 운영되어 정당 간 경쟁과 갈등이 많지 않다. 따라서 미국식 의회시스템은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제고하려는 방식을 취한다.

이와 달리 독일의 경우에는 의원들의 국회 진출이 정당에 의해 좌우되며, 정당 간에는 거의 모든 정책에 있어 대립한다. 의원들도 소속 정당의 정책에 순응하며, 당론에 배치되는 발언을 하기 어렵다. 연방의회의 운영은 정당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 정당은 계층제적 통제 중심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독일 정당의 정책 전문성은 주로 정당의 전문성에서 좌우된다. 이렇게 하여 자연히 정당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논의들이 중요하게 되고, 이에 따라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들의 역할이 대단히 활성화되고 있다.

독일의 입법과정은 정당을 통하여 매개되며, 의회의 정책결정은 정당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다. 그러나 사안마다 의원총회를 소집 운영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고 또 참여 의원이 많으면 심도 있는 논의가 될 수 없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독일 의회는 입법 활동과 정책전문성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즉, 위원회에서 정당 간에 협상을 하기 전에 각 정당이 상임위원회별로 특정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의 진행을 통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독일 의회는 각 정당 내 상임위원회마다 소그룹이 운영되고 여기에 각 정당의 정책연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서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상임위 의제를 사전에 토론하고 조율하기 때문에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도 향상되고 각 정당의 전문성도 당연히 증대되며 이는 의회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진다. 소그룹에서 채택된 사항은 대부분 그대로 정당 전체의 견해로 채택된다.

미국과 독일 의회 상임위원회 지원조직 모델

미국 의회에서 상임위원회 입법지원조직으로서의 전문 인력은 18명의 전문위원을 포함하여 위원회당 평균 68명인데, 다수당과 소수당이 소속 의원 수에 비례하여 인원을 배정받고 소수당은 최소 1/3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독일 의회의 경우 상임위원회 입법지원조직은 주로 교섭단체 정책위원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어 그 총수는 2004년 현재 837명에 이르고 있다. 이 837명 중에는 행정인력, 기술인력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책전문가와 비정책전문가 비율은 4 : 6 정도이다. 참고로 독일 의회의 의원 정수는 598명이다.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은 연방의회 소속 직원에 포함되는데, 이들의 채용, 계약, 보수는 교섭단체가 관할하며, 인원 배정은 교섭단체별 의원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와는 별도로 각 위원회에는 우리나라의 4,5급 상당 행정지원팀 공무원이 있는데, 위원회당 약 5명에 불과하다.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을 정당에 소속시켜야

상임위원회는 정당 간 정책경쟁의 장(場)으로서 상임위를 지원하는 입법조직 역시 정당의 개입은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다. 그리하여 상임위 지원 전문가조직은 미국식처럼 정당 소속이거나 독일식처럼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국회의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제도는 임시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하여 현재의 전문위원은 정책전문가로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행정 지원관료가 위원회를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제 발상을 전환해 보자. 이제 각 정당에 전문위원들을 소속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하여 총 200 명 정도의 정책 전문위원을 각 정당에 소속시켜 위원회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게 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 정당은 국회에서 예산이 지출되는 100명 내외의 정책전문가를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방안은 상임위원회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일 뿐 아니라 정당의 정책 전문성을 강화하여 정책정당으로 가는 실질적인 방법이며, 이는 나아가 의회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짐으로써 결국 이 땅의 의회민주주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은 주로 공무원 조직이나 정당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이들 그룹은 '전문성'을 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성(公共性) 실현의 의지'라는 차원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의 효율적인 전진을 가로막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책의 입안을 누가 담당하느냐의 문제는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달려 있는 핵심적인 문제로서 향후 이를 담당할 전문가그룹을 어떻게 형성해내는가의 방안 도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본래 정당이란 국가의 좋은 정책을 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존하는 정당들은 이 점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만약 국회에 수백 명의 '명실상부한' 정책전문위원이 정확히 배치되어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매우 필요한 정책엘리트 그룹이 형성되는 것으로서 국가 정책의 입안과 논의 그리고 결정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좋은 미덕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좋은 미덕을 만드는 것이다.

한편 우리 국회에도 위원회 공무원과 별도로 이른바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이라는 제도가 있다. 각 교섭단체별로 의석수에 따라 배분되는데, 급여는 국회 예산에서 지급되고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별정직 공무원의 신분이다. 2008년 현재 총 인원은 67인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은 당파성과 당에 대한 충성심에 비하여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고 있는 요인으로 인하여 정책과 관련한 전문성보다는 상당수가 기본적인 자격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실질적인 기능도 대단히 취약성을 노출시켜 개별 정당의 운영을 지원하는 데 치우치고 있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을 당 관료가 형식적으로 맡으면서 당료의 임금보전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03년의 경우, 32명의 교섭단체 정책위원 중 25명이 당료 출신이었고, 6명이 국회 공무원 출신이었다.

국회의원은 '정책전문가'라기보다 '시민 대표'

사실 국회의원이 정책전문성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타당한 주장도 아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전문성이 있다"는 '전문가적 특성'을 보고 선출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들을 잘 대변해줄 것으로 판단"하여 자신들의 대표로 선출한 것이다. 즉, 유권자들은 '정책전문가'로서의 국회의원을 선출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표'로서의 국회의원을 선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들을 도와 정책과 전문성의 분야를 높여주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입법지원기구이다. 다시 말하면, 입법지원 기구란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의회의 전문성을 확보하여 의회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적 장치'라고 규정될 수 있다. 의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의회는 행정부에 비견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의회의 전문성 확보는 곧 의회의 기능 회복과 직결된 문제이다. 의회 정책전문위원을 제도적으로 대폭 보강하여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이 만들어지고 정당 소속 의원들이 그 정책전문위원들과의 상시적인 접촉을 통하여 정책토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방법이 의회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이러한 방안이 그저 "국회의원들의 의식을 바꾸라!"면서 비난과 매도만 하는 것보다 훨씬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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