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正名이 필요한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正名이 필요한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

[소준섭의 正名論] <13>

국회 조직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매우 생소하다. 일반적으로 '국회'라고 하면 흔히 국회의원만을 떠올리게 되지만, 국회 내에는 수천 명에 이르는 국회 공무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국회 공무원 중 최상층이 상임위원회의 이른바 '전문위원' 조직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우리나라의 많은 법이 일본 법률을 모방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하고자 한다. 일제 식민지시기에 일본 법률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해방 후에도 많은 법률이 수정 없이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새로이 법을 만들고 수정할 때도 일본의 법률은 '텍스트' 역할로 기능하였다.

다음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事務總長은 議長의 監督 下에 議院의 事務를 統理하고" (일본 현행 국회법제28조, 일본은 중의원, 참의원으로 구성되어 이를 議院이라 칭한다).
"事務總長은 議長의 監督을 받아 國會의 事務를 統理하고" (한국의 1970년 국회법제22조)
"事務總長은 議長의 監督을 받아 國會의 사무를 統轄하고" (한국의 현행 국회법제21조)

위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법률의 적지 않은 부분이 일본의 법률을 '텍스트'로 삼아 그대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의 국회법에는 일본「국회법」과 유사하지만 그러나 완전히 상이하게 규정되어 있는 조항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전문위원 조항'이다.

일본 국회법 제43조는 "상임위원회에는 전문 지식을 가진 직원(이를 전문원이라 한다) 및 조사원을 둘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회법 제42조(전문위원과 공무원) 조항은 "위원회에 위원장 및 위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의원 아닌 전문지식을 가진 위원(이하 "전문위원"이라 한다)과 필요한 공무원을 둔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비슷하지만, 동일하지 않다. 우리나라 국회법의 경우, 국회의원의 '위원'과 공무원으로서의 전문위원의 '위원'은 동등한 지위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남용될 수 없는 '위원'이라는 용어

'전문위원'이라는 용어는 과연 타당한 용어인가?
결론을 미리 말하면, 국민의 대표로서 선출된 국회의원과 국회의 입법관료인 공무원을 마치 동렬로 자리매김해놓는 듯한 이러한 조항은 개선되어야 한다. 실제로 현재 각 상임위원회 회의석상에서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위원'과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수석 전문위원을 포함하여)을 호칭하는 '위원'의 호칭이 같이 사용되어 혼선을 빚고 있다.

'위원'이라는 용어는 국회법 제48조 (위원의 선임과 개선, 改選) 및 동법 제60조(위원의 발언) 조항에서 명백히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본래 국회의원만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국회의원 이외의 국회 조직 내부의 공무원이 '위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이 조항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전문원'이 '전문위원'으로 둔갑한 데는 어떠한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국회법 제42조는 전문위원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과 동렬에 위치시키고 있는 잘못된 규정이며, "상임위원회에는 전문지식을 가진 직원(전문원이라 한다) 및 조사관을 둔다."는 내용으로 수정해야 한다.

사실 '대의기구로서의 핵심사항 및 기본 원칙을 규정하는' 국회법에 국회 소속 공무원에 불과한 전문위원의 '전문 조항'을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커다란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제, 국회의원의 입법권 침해

일반인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검토보고라고 하면 당연히 국회의원이 그 책임 주체가 되어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 소속 공무원이 검토보고의 '준비'와 그 '발언'까지 모두 담당한다. 즉,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검토보고는 법률안의 심사 과정 중 전체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제안 설명이 끝난 뒤 전문위원이 낭독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채택되는 소위원회의 수정안 내용도 전문위원의 검토 내용과 대개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서 지적되지 않은 문제점은 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대체로 거론되지도 않는 성향을 보인다.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 검토보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하여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위원회 심사의 대강의 범위와 차원을 제시해 주며, 논의의 초점과 방향을 정립해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실제 심의 결과 채택되는 소위원회의 수정내용 구성에서도 매우 큰 영향력이 발휘된다. 더구나 의사 진행에 대한 세부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국회의 입법관료들이 제시하는 선례에 대한 해석에 의하여 의사 진행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는 한국 국회의 현실에서 위원회 입법관료들이 위원회의 심사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커지게 되어 있다. 실제로 위원회 운영상의 시나리오가 위원회 입법관료들에 의하여 작성되고 있으며, 위원장은 이들이 준비한 각본에 따라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박재창,『한국의회개혁론』).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를 그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이나 해당 상임위원장이 직접 하지 않고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에게 그 보고의 '발언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다른 나라 의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사실상 전문위원에게 일종의 '의제 설정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국회의원의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볼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는 국회의원들의 자기 임무 방기이다. 국회의원들이 심의하는 안건을 국민으로부터 대표권을 위임받지 않은 국회 소속 공무원이 '검토'한다는 것은 본말전도의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위상이 오히려 국회의원보다 상위에 놓이게 되는 아이러니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실질적 로비활동이 의원이 아니고 수석전문위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최근 한 수석 전문위원의 수뢰구속 사건은 그 상징적인 사례이다).

국회 하면 여야 간에 벌어지는 '비장한 대결과 활극'의 장면이 떠올려지지만, 그 이면에는 첨예한 극소수 사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에서 정작 자신들의 핵심적 권한은 송두리째 소속 기관 '직원'에게 넘겨주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자화상이 있다. 실제 상임위 정책파트에서 오래 활동한 바 있는 10여년 경력의 한 보좌관은 필자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경험상 "수석 전문위원 한 명이 초선 국회의원 몇 명을 합친 것보다 힘이 세다"고 증언하였다.

따라서 국회법 제58조의 ①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는 규정은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 설명과 전문원의 검토보고를 들을 수 있다"라고 수정함으로써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임의적, 선택적 사항으로 바꾸어야 한다.

즉, 본회의 법안 심의에 있어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이 입법취지를 발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임위원회의 법안 검토보고 또한 법안제출자가 발표하여야 한다. 전문위원은 대표성을 위임받은 일반시민의 정치적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국회의원과 전문위원을 위원회의 등질적(等質的) 구성요소로 삼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문위원이 익명성의 원칙이나 자기주장 제한의 원리 등을 무시한 채 위원회에서 발언하거나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위원회 운영상의 법률 요건화하고 있는 점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위원을 비롯한 위원회 지원 입법관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인 위원의 보조적, 부가적 조력자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名과 實이 부합되어야 할 '전문' 위원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전문위원'은 문자 그대로 과연 특별한 전문성을 갖춘 '전문' 위원인가?

일반인들은 이를테면 '국회 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라고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당 분야의 대단한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국회 수석전문위원'이란 대부분 공무원 시험을 통해 수십 년 국회에서 근무하고, 그것도 여러 부서를 상당히 빠른 주기로 '순환 근무'해온 공무원 출신이다. 위원회에 소속된 직원들의 경우, 별정직인 수석전문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직 공무원으로 충원되고 있는데, 이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 출신이 아니고 공무원 시험을 통하여 채용되는 행정 관료들로 구성된다.

물론 전문성이란 '개인이 조직에 들어오기 전 그가 사회화 과정을 겪으면서 취득하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의미하는 통상적인 의미로서의 '개인적 전문성' 외에도 '조직에 들어와 업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그 업무를 통하여 획득하게 되는 전문적 지식'을 뜻하는 '업무상 전문성'의 중요성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국회 전문위원의 경우, '개인적 전문성'의 측면에서 대단히 취약할 뿐 아니라 '업무상 전문성'의 측면에서도 잦은 순환 보직 근무의 관행으로 인하여 근본적인 취약성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분야별 각 위원회에 배치되는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아닌 순환 보직 시스템에 의하여 국회사무처의 입법관료들로서 구성된다. 그리고 특별 채용되는 수석 전문위원의 경우도 절대다수가 5급 공무원 시험을 통하여 공채된 후 20~30년 동안 국회에서 근무한 입법관료로 충원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위원회 직원들의 현 부서에 재직한 평균연수를 살펴보면, 수석전문위원의 경우 5.4년, 2급 전문위원의 경우 4.2년, 3급 공무원 1.8년, 4급 1.5년, 5급 0.9년으로서 전문적 지식을 획득하는 기간으로서는 너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조준우, "한국과 미국의 의회보좌제도의 비교", 2003년).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