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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北, 이산가족 상봉ㆍ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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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北, 이산가족 상봉ㆍ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

북측 통행 및 체류 정상화 등 5개항…공은 이명박 정부로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추석 이산가족 상봉, 북측 지역 통행 및 체류 정상화, 백두산 관광 개시 등 5개항의 교류 사업에 합의하고 이를 담은 공동보도문을 17일 발표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은 작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내린 조치여서 남측 정부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산가족 상봉 또한 남측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현대와 아태평화위는 이 합의를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 "남북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이 실험대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 보수 진영 내부의 논란이 예상된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과 면담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김 위원장 오른쪽은 정지이 현대U&I 전무이며 왼쪽에 서 있는 인물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오른쪽에 서 있는 인물은 현대아산의 최규훈 계약지원실장 ⓒ연합뉴스

김정일, 금강산 관광 관련 "모든 편의와 안전" 보장키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후 다음날 새벽 발표된 공동보도문은 "우리 민속명절인 올해 추석에 금강산에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의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과 상봉 규모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보도문은 또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빠른 시일 안에 재개하고 금강산 제일봉인 비로봉에 대한 관광을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취해준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와 아태평화위는 이어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과 북측지역 체류를 역사적인 10.4 선언 정신에 따라 원상대로 회복"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북측의 관련 조치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 출입·체류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양측은 또 "군사분계선 육로통행이 정상화되는 데 따라 개성관광을 곧 재개하고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 북한이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한 개성공단 임금과 토지사용료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동보도문은 또 "현대는 백두산 관광을 위한 준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두산 관광 역시 10.4 선언에서 합의된 것이다.

보도문은 김 위원장이 현 회장 일행을 "오랜 시간 면담하고 따뜻한 담화를 하면서 현정은 회장의 청원을 모두 풀어주셨다"고 말해 이번 합의가 김 위원장의 결심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보도문은 "쌍방은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퇴로' 되나

북한은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개성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를 지난 13일 억류 136일 만에 강제 추방 형식으로 풀어줬다.

그후 김 위원장은 현 회장으로 하여금 평양 체류를 4차례나 연장하도록 한 뒤에 만나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있다는 모양새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의 일부 사안에서 숨통을 틔움으로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조성되는 북미관계 개선의 기회를 최대한 살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북측에 예인된 '800 연안호'도 조만간 귀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정상화 조치가 현대와 아태평화위의 합의 형식으로 발표된데 대해, 현 회장이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남측 정부의 간접 메시지를 가져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이날 합의 사항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되고 남북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합의가 남측 정부의 특별한 '언질' 없이 이뤄진 것이라면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공을 남쪽 코트로 넘김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대북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셈이 된다.

금강산·백두산 관광과 개성공단·관광 사업 등은 모두 북측에 현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정부의 기존 입장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폴란드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년 간 북한에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었다.

또한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서 북측의 유감 표명과 현장조사 등을 요구해 왔다. 그랬던 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취해주신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는 합의문 한 줄로 관광을 허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남측이 거부하기 힘든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던졌다.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행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 제한도 푸는 게 어떠냐는 제안인 동시에, '퇴로까지 열어 줬는데 안 받을 것이냐'는 압박의 의미가 함께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북미관계의 변화 추이와 국내 보수 여론의 흐름을 봐가며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6.15 선언과 10.4 선언의 의미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합의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현대그룹 사이의 공동보도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 2009년 8월 16일 평양을 방문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일행을 오랜 시간 접견하시고 따뜻한 담화를 하시면서 현정은 회장의 청원을 모두 풀어주시었다.

이에 따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현대그룹은 다음과 같이 실행할 것이다.

1. 중단된 금강산관광을 빠른 시일안에 재개하며 금강산 제일봉인 비로봉에 대한 관광을 새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취해주신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다.
  
2.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를 역사적인 10.4선언정신에 따라 원상대로 회복하기로 하였다.   

3. 군사분계선 육로통행이 정상화되는 데 따라 개성관광을 곧 재개하고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활성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4. 현대는 백두산관광을 위한 준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관광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5. 우리 민속명절인 올해 추석에 금강산에서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쌍방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표명하였다.

주체98(2009)년 8월 17일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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