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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의보개혁, 클린턴 실패 재연하나

미지근한 여론, 선동적 반대 공세 속 지지율마저 추락

국가로는 세계 제1의 부자나라이면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고 민간 의료보험은 제대로 된 보장을 받기에는 너무 비싼 상품인 나라. 그래서 3억 인구 중 15%에 달하는 4500만여 명은 의료보험 가입도 못하고 대부분의 서민들도 최소한의 항목만 보장하는 의료보험상품에 가입한 나라.

무보험자가 구급차 신세를 지고 응급실에 실려 가면 1만 달러가 넘는 고지서가 날아드는 곳, 어쩌다 무료 진료 행사가 벌어지면 환자들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가 지난 대선 때 공약하고 집권 후 '정치적 승부수'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의료보험 개혁'이 된 배경이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4일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설명회에서 한 아기를 들어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공영보험과 민간보험 경쟁 가능할까

하지만 이미 공약 때 내걸었던 '전국민 의료보험제'는 무산됐다.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대규모 적자인 재정이 의료보험을 전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할 경우 거덜날 것이라는 공화당 등 '증세 결사반대론자'들의 공세에 밀린 것이다.

현재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핵심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대선 후보 시절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던 '공영보험과 기존 민간의료보험 병행제'이다. 공보험을 신설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고, 공영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경쟁시키고 건강증진 및 예방사업 강화 등을 통해 전체 의료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공영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경쟁은 국가가 운용하는 건강보험상품거래소(NHIE) 설립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구상이다. 신설된 NHIE에 공보험 상품뿐 아니라 민간보험 상품도 등록시켜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진영은 공포심을 조장하는 주장으로 오바마의 개혁안을 공격하고 있다. 오바마식 국민건강보험은 저질의 '사회주의적 의료서비스 배급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반대파들의 오류는 역사가 증명"

특히 의료 예산 절감을 위해 사회의 가장 비생산적인 구성원들이 정부의 심사에 의해 일찍 무덤으로 보내지는 '조지 오웰식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논리성을 떠나 현실적으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산 절감을 위해 중증 환자나 노인 환자들의 치료 거부를 결정하는 '죽음의 위원회(death panel)'가 등장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표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특유의 논리적이며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화법으로 공개적 반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오바마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회보장번호 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 반대파들은 '사생활에 대한 연방정부 개입의 문을 여는 것이고, 국민에게 개목걸이를 채우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케네디 대통령이 메디케어(노령자를 위한 공영보험)를 도입하려 할 때 반대파들은 '사회주의화'라고 경고했었다"라고 상기시킨 뒤 "익숙하게 들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반대파들의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제도들은 수천만명의 고령자, 장애인, 약자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역설했다.

사실상 반대파들이 우려하는 현실은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현재의 미국이다. 개인파산 원인 1위가 의료비 지출이며, 평균수명과 사망률 세계 29위이자 신생아 기대여명 세계 44위일 정도로 그 폐해는 심각하다. 민간의료보험은 갈수록 비싸져 돈 없는 사람들은 조기에 파산하거나 일찍 무덤에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의 현실인 것이다.

의보개혁, 개인적 이해관계에 매몰될 위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은 여론의 강력한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국민들 중 부자들은 증세에 대한 부담과 의료서비스 질의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안은 제도 정착을 위해서 향후 10년간 1조 달러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중 상당 부분을 연소득 50만 달러 이상의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의료보험비를 내주는 '기득권 중산층'도 오바마식 의보개혁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서민들에게나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 10명 중 7명꼴로 의료보험 체계에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면서도, 오바마 개혁안으로 지금보다 자기 가족들이 더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할 정도로 미지근한 반응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취임 초 70~80%를 오르내리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불과 6개월 사이에 50%가 무너질 정도로 급락하는 현상은 의보개혁 동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을 일간 단위로 조사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라스무센'이 지난 13일 발표한 오바마의 지지율은 47%에 그쳤다. 경제위기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실망, 그리고 의보개혁을 둘러싼 대립 등이 이런 가파른 추락세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올해 가을로 예정된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예상될 뿐 아니라, 내년 중간선거 참패와 오바마의 '조기 레임덕'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오바마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개혁 추진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0년 초반 집권 후 당시 퍼스트 레이디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내세워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을 추진했다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게 참패한 전례가 있다.

크루그먼, 의보개혁 좌초 우려하며 초조감 토로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을 강력히 지지해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진보주의자의 양심'임을 자부해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오바마의 의료개혁이 좌초될지 모른다는 초조감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현재 가장 확산되는 의보개혁 반대진영의 주장은 의보개혁이 노약자들을 일찍 무덤으로 보내는 '죽음의 위원회'의 등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억측"이라면서 "물론 완전히 날조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오바마가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뭔가 부족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하겠다는 목표에 대한 열정과, 이런 목표를 좌절시키려는 거짓과 공포 조장에 대한 분노가 결여돼 있다"면서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훌륭한 메시지 전달 능력을 가진 오바마가 비논리적이고 완고한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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