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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비리 덮는 '공소시효'…노회찬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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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비리 덮는 '공소시효'…노회찬은 무죄다!

[기고] 합법적으로 자행된 '부정의(不正義)', 어찌할까?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

삼성그룹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것을 두고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로 기소된 노회찬 의원에 대해,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됨으로써 그 의원직이 박탈되었다.

같은 날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마저 "노회찬 의원의 대법원 판결을 접하고 참으로 답답하다. 노 의원의 의젓한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국회의원이 권력형 비리를 고발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권력형 부패를 어떻게 청산할까"라고 하였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이 '국회에서'라고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해당 보도자료를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헌법상 면책특권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이재오 의원의 말처럼 국회의원이 권력형 비리를 고발하려는 것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正當行爲)로서 그 위법성을 조각(阻却)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노 의원의 지적처럼 "뇌물을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수수를 모의한 간부,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고, 이들에 대해 수사를 촉구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원인은 '떡값 검사'와 삼성이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

결국 지금의 사태는 당시 '떡값 검사'들과 그들에게 떡값을 준 삼성이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만약 이들이 유죄로 확정되었다면, 제아무리 보수적인 대법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비리를 밝힌 국회의원에게 섣불리 유죄를 선고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05년 당시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가 지난 13일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다. 그가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이다.

2005년 황교안 전 검사는 '삼성이 정치권과 검찰 고위직에게 떡값을 제공했는지 여부'는 뒤로 하고, '도청의 불법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그러고서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그 이유는 '뇌물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정의롭지 않다는 것'

권력의 부조리에 직면하여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긍하는 정의(正義)는 항상 패배하였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패배를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패배감을 버려야 한다. 저항(抵抗)하자. 하지만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던지라는 뜻이 아니다. '좀 더 정의로운 제도'로써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권력의 부조리'를 은폐하고 옹호하는 자들이 단지 억압적인 '힘'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며, 합법적 절차와 정교한 논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 방어논리를 무력화시켜야만 한다.

권력의 부조리를 옹호하는 논리적 무기의 대표는 '공소시효'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어 왔다.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헌법재판소장 시절에 '5·18 민주화운동에관한특별법'에 대해 한정위헌의견을 냈었다. 그 요지는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소추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에 뒤늦게 소추가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형벌불소급원칙에 비추어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5·18 민주화운동에관한특별법'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한 사건에 대하여 기본권 가치를 회복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김용준 헌재소장은 '기본권 가치'라는 헌법상 이념의 실현을 '공소시효 제도'라는 법률상의 이념으로 재단하려 했던 것이다. 더구나 형벌불소급 원칙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근대 자유주의 사상으로부터 태어난 것이다. '정의롭지 않은 국가권력'을 행사했던 자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내세울 수 있는 이념이 아니다.

'각하는 결코 그럴 분이 아니지만 가령'(?) 이명박이 서울시장에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어떤 범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를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결국 이를 처벌하려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고,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종전의 논란이 재론될 것이다.

공소시효는 과연 정의로운 제도인가?

공소시효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교과서는 '① 시간이 오래 흘러 증거가 멸실되어 진실발견이 어렵고, ② 민법의 소멸시효 이론이 국가의 형벌권에도 적용될 수 있고, ③ 범죄행위로 인한 법질서 파괴가 오랜 시간의 경과로 회복되고 피해자의 처벌감정이 점차 희박해져 처벌 필요성이 감소되며, ④ 범죄자가 시효기간 중 도피생활로 받은 고통이 처벌의 효과를 가지며, ⑤ 공소시효의 기간 동안 사회에 편입되었으므로 범죄인의 재사회화라는 점에서 당벌성이 사라졌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흘러 증거가 멸실되어 진실발견이 어렵다'는 첫 번째 논거는 쟁점을 혼란시키는 데마고기(Demagogy)이다. 공소시효 제도의 폐지가 문제되는 이유는 시효가 지난 후에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처벌을 할 수 없는 사건 때문이다. 특히나 국가와 정부에 의해 자행된 권력의 부조리는 그 '힘'이 지속되는 동안 검찰과 경찰은 소추의 의지조차 갖추지 않는다.

'권리의 소멸시효 이론이 국가의 형벌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두 번째 논거 또한 논란의 여지 없이 부당하다. 민법 상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는데 반해(민법 제166조제1항), 공소시효는 '범죄행위를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형사소송법 제252조제1항). 따라서 민법의 소멸시효 이론이 공소시효에 적용되려면,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노회찬 의원이 삼성의 '떡값 검사'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떡값 검사'들의 뇌물죄 시효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민법 상 소멸시효 제도가 정당한 이유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소시효는 국가가 그 범죄 자체를 알지 못한 채 완성되기 때문에 부당하다.

'법질서 파괴가 회복되고 피해자의 처벌감정이 희박해졌다'는 세 번째 논거를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흉악범에 의해 어린 아이를 살해당한 부모가 15년이 지났다고 해서 처벌감정이 희박해질까? 삼성의 '떡값 검사'들이 떡값을 받은 지 7년이 지났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의 상처 난 정의감이 회복되고, '7년이나 지났으니까 괜찮아'라고 용서할 수 있을까?

범죄자가 시효기간 중 도피생활로 고통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이것 때문에 소추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형벌에 범죄인의 재사회화라는 목적이 있지만, 재사회화라는 목적은 형벌이 가지는 응보(應報)와 사회의 정의 관념을 어떤 이유로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권력형 범죄에서 공소시효는 배제되어야

이번 사태는 노회찬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과 사법부가 국민을 능멸하였다. 문제는 모든 절차가 합법적으로 자행되었으며, 앞으로도 여전히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 '공소시효 제도'가 있다. 공소시효 제도 자체가 정당성이 없지만, 적어도 뇌물죄와 같이 형법 제2편 제7장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에 한해서라도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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