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와 청와대의 이런 발언들을 그냥 옮겨 보도하는 데 그쳤다. EU의장국인 스웨덴의 라인펠트 총리가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런 종류의 협정을 완결짓기 위해서는 다른 EU 국가들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어떤 성과가 있기는 한데 부풀려서 국민에게 전달돼 발생한 이런 논란은 정부와 청와대만 탓할 일은 아니다. 언론과의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스웨덴 총리의 발언이나 협상 결과의 실상은 이미 외국 언론들이 다 보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언론들이 애써 외면했거나 게으른 탓에 한쪽 당사자 발언만 '중계방송'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사가 한국에 향후 5년간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사건도 역시 청와대가 내놓은 예상치를 언론들이 확정적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초래된 것이다.
▲ 한-EU FTA를 위한 정상회담 후 이명박 대통령과 스웨덴 라인펠트 총리의 발언이 상당한 차이가 난 논란이 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그렇다면 '한-EU FTA 협상'이 현재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제대로 알려면 외국 언론들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현지시간) 'EU는 아직 협상안에 서명할 준비가 안돼있다(EU not yet ready to sign South Korea trade pact)'라는 <AP> 통신 등 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올해 연말 EU와 한국이 '최종합의안'을 마련하기 이전에 다시 모여 구체적인 쟁점들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 단계를 거쳐야 "한-EU FTA 협상은 연말께 공식적으로 승인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P> 통신은 "스웨덴 총리는 'EU와 한국은 FTA 협상 타결에 근접해 가고 있지만, 일부 회원국들의 이의 제기 가능성으로 인해 27개 회원국 전체가 이 협상에 서명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라인펠트 총리는 "스웨덴 의장국 임기가 끝나는 오는 12월 31일 이전에 이번 협상이 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라인펠트 총리는 "이런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과의 최종 조율을 필요로 한다"면서 "몇가지 쟁점들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some outstanding questions) 완전히 쟁점들이 해소되고 모든 회원국들이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이전에 이런 문제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P "한국 관료들은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해"
이어 <AP> 통신은 "한국 관료들은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EU와 모든 잔여 쟁점(all outstanding issues)에 대해 최종합의안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라인펠트 총리의 발언과 대비시켰다.
청와대와 정부는 라인펠트 총리의 구체적인 발언이 국내 일부 언론들에 의해 전해진 뒤에도 여전히 "사실상 협상은 타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만성적인 뻥튀기 의식'을 갖고 있다면, 결국 언론들이 '중계방송식 보도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수고스럽지만' 협상 상대방의 발언이라도 충실히 '중계방송'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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