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 물어보자. 날이 갈수록 하향 대각선을 긋고 있는 종이신문의 광고 매출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비용 대비 광고효과가 미미함을 깨닫고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광고주를 붙들어 맬 방안은 광고료 인하 말고 뭐가 있을까? 더 솔직히 말해 순수한 광고 효과만을 보고 종이신문에 비싼 광고료를 치르는 광고주는 과연 몇 %나 될까? 광고라도 안 주면 해꼬지할까봐 보험 드는 심정으로 내는 게 대부분이지 않은가?
신문은 영향력과 신뢰로 먹고 산다. 그런데 그것도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성 광고의 약발도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결국 종이신문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지난달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방송을 안 하면 (신문사가) 천천히 죽고, 하면 빨리 죽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방 사장은 미디어법이 통과될 경우 한국 신문이 지상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재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 봐야 자본력이 부족한 신문사가 방송 사업에 있어 주도권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은 또 "종편과 관련해서는 주도권은 물론 수익을 낼 자신이 없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다른 콘텐츠로 수익을 내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사장도 인정하는 신문의 암담한 미래
<미디어오늘>은 방 사장의 이 말에 대해 "경험과 자본, 인력이 제한된 신문사가 방송 사업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고 사업성도 불투명하다는 현실 인식에는 거대 신문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해석했지만, 나는 약간 다르게 본다. 즉,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지면을 통해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주장해온 것으로 볼 때, 이미 재벌과 컨소시엄을 통해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수익도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실무차원의 '고민'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도 이미 종이신문만으로는 죽는 게 시간문제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위험부담이 있지만, 방송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역설적으로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조선일보>가 방송을 겸영하게 되면 신문의 효용가치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때보다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즉, 신문의 방송 겸영은 사주(社主)의 언론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줄지언정 신문산업의 생명 연장이나 발전을 가능케 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말한다. 어떻게 보더라도 신문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한 법은 결단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신문-방송 겸영이 신문도 살고 방송도 사는 미디어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땐 신문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도 이미 올드미디어에 속한다. 세계는 이미 뉴미디어 쪽으로 가고 있는데 한국은 올드미디어 두 개를 함께 엎어버림으로써 오히려 뉴스콘텐츠 생산구조의 국제화나 선진화에서 세계에 뒤떨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종이'라는 전달수단은 사라져도 텍스트로 생산되는 '뉴스'라는 제품의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송과 별도로 뼈를 깎는 뉴미디어 시장 개척이나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신문산업 육성을 이야기하려면 그런 쪽에 지원 방안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진정 신문을 살리겠다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제 종이신문은 불법 경품 없이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조·중·동의 경품 규모는 이미 1년치 신문구독료 수준에 이르렀다. 지역신문 시장의 경우 이미 그런 서울지들의 무가지 살포와 경품공세로 인해 완전히 교란되고 장악된 상태다.
그나마 신문법 10조 2항에 근거한 신문고시와 신고포상금 제도로 근근히 유지나마 되고 있는데,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신문법 개정안을 보면 아예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신문고시는 폐지될 것이고, 작은 지역신문은 몇 년 안에 다 고사하게 될 것이 뻔하다.
▲ 경남도민일보 불법경품 신고센터에 접수된 경품 ⓒ프레시안 |
그럼에도 지금 정부는 신문산업을 진흥하겠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부와 여당의 정책은 조·중·동 외 신문은 모두 죽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만일 그것이 오해라면 최소한 문광부에서 이것만큼은 해줘야 한다고 본다.
첫째, 뉴스저작권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부터 정당하게 합법적으로 뉴스를 구매해 사용해달라. 또한 주무부처로서 다른 정부부처와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공기업에 뉴스저작권 인정과 합법적 구매를 지도하고 권유해달라. <연합뉴스>에 대한 특혜시비까지 있는 뉴스통신진흥법까지 만들어주는 정부가, 탈법과 불법을 합법화하는 이것조차 하지 않고 신문을 살리겠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
둘째, 2~3개월 전 지역신문위원회에서 각 지역신문의 '지역포털화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말이 거창해서 '포털'이지, 사실은 지역의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하려는 사업으로, 많은 신문사들이 지원을 했다. 그런데, 설명회 당일 아침 문광부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며 지원사업이 백지화됐다. 콘텐츠 강국을 만들겠다는 문광부가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는데, 어떻게 믿을 수가 있나. 그게 오해라면 신문법과 지역신문법에 의해 뉴미디어 시장 개척과 뉴미디어 콘텐츠 개발 및 구축사업에 적극 지원하라. 아울러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의 일반법 전환에도 의지를 보여달라.
세째, 정부광고나 지자체 공고 및 광고에 대한 최소한의 배정 기준이라도 세워라. 이미 신문법과 지역신문법의 지원대상사 선정을 위한 기준이 있다. 그 기준대로 하면 전혀 터무니없는 사이비신문은 가려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공고와 광고의 경우 아무런,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선출직 단체장의 처지나 입맛대로 배정된다. 그러다보니 같은 신문업계에 있는 우리도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 사이비 신문에도 우리의 세금으로 광고가 지원되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독버섯에 비료를 주고, 영양제를 놔주는 일이다.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독버섯 신문에는 국민의 세금이 집행되어선 안된다.
※연재 '미디어악법 물렀거라'는 <프레시안>과 언론광장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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