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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조·중·동'에 발등 찍힐 수도…

[미디어악법 물렀거라] YS정부의 교훈…'보수언론은 우군'은 착각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문화방송(MBC)을 장악하고 언론관련 법을 개정하여 주류신문과 재벌에 방송을 허용하면 장기 집권은 떼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명박 정부는 검찰을 동원해 MBC TV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뒤 청와대 대변인과 여당 의원들이 나서 엄기영 MBC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더욱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한나라당은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독 국회를 열어 언론관련 법의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여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언론관련 법 개정을 통해 주류신문과 재벌에 방송을 허용하면 자신에 우호적인 언론(여론)환경이 조성돼 여당의 장기집권 토대를 다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재벌과 주류 보수신문이 여론시장을 장악하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더구나 사이버 모욕죄 등을 도입하여 인터넷의 비판적 여론을 봉쇄하면 대한민국에 '이명박 찬가'가 울려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의 영구집권은 불을 보듯 훤하다는 착각이다.

그래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이들 신문에게 방송이라는 '보답'을 안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더라도 오불관언이다. 더 나아가 신문고시를 폐지해 이들 신문이 신문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터주려 한다. 신문시장이 '정글의 법칙'에 의해 어지럽혀지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민주주의의 원칙인 '여론다원성'은 내팽개쳐도 그만이다.

'언론을 지배한다' 이명박 뜻대로 될까

실제로 이들 신문은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이다. '부자감세 서민증세'나 '삽질 경제' 등 개발독재 시대의 '강부자' 위주 경제정책과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검찰의 사생활 공개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나무라기는커녕 개인 메일 내용을 1면 톱기사로 올리는 게 이들 신문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최고의 우군인 셈이다. 더구나 이들 신문의 여론 장악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비주류 비판언론이나 인터넷쯤은 비교도 안 된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 여당의 의도대로 될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착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권력화한 언론은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될 뿐 정권의 명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및 김대중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를 돌아보면 정답이 나온다. 두 민주 정부는 언론사에 특혜를 베풀어 언론을 회유하려 했다. 그러나 언론권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을 뿐이다. 이들 정부는 집권말기에 언론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언론의 무차별 공격으로 극심한 레임덕에 빠져 버렸다.

언론권력은 1990년대 들어 정치권력과 경쟁하면서 때론 정치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자적 '권력기구'가 됐다. 기득권과 더불어 각종 경제적 특혜를 누리면서 독과점체제를 굳혔다. 시장과점은 여론과점으로 직결됐다. 상호유착과 이익교환에 기반한 권언유착 행태는 정치권력 주도형에서 언론주도형으로 바뀌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언론권력이 사실보도나 진실보도, 권력 감시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자기권력의 강화를 추구한 데 있다. 사주나 언론사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유착세력의 집권을 목적으로 권력창출까지 시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 언론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Power without Election)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더구나 북녘의 김정일 세습이 있듯이 남녘에는 자본주주의 재벌이 세습되고 언론사의 사주들도 당당히 세습된다. 그럼에도 시비 한 마디 일어나지 않는다.

▲ 지난해 1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 팔순 출판기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방우영 회장이 건배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언론의 '후광'을 입고 당선됐던 YS는 결국…

언론은 1987년 6.10시민항쟁 직후 권력공백기를 틈타 권력기관으로 등장,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빠지게 됐다. 언론은 실제로 김영삼 정부를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정부 인사나 정책에 일일이 간섭하여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력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언론은 민주정부의 임기 말에는 권력의 비리를 들춰내 자신이 만든 정권을 몰락시키는 데 앞장섰다.

대통령 선거일 다음날 당선자 자격으로 조선일보 방우영 사장 자택을 찾아 부부동반 만찬을 하며 승리를 자축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 뒤 첫 민간행사로 동아일보 미술관 개막식에 참석하고 두 번째로 조선일보 방일영 회장의 칠순잔치 출판기념회을 찾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대통령은 집권 초기 언론사주의 개인행사에 가까운 자리까지 챙기며 언론권력과의 '상생'을 도모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언론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발행부수의 공개와 언론사 주요간부의 재산공개를 추진했다. 그러나 발행부수 공사는 조사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져 시행되지 못했다. 언론사 임원의 재산공개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사장과 CBS가 임원의 재산을 공개했을 뿐이다. 또 1994년 처음으로 10개 신문사와 방송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정작 세무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절대적 '후광'을 업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 구속 뒤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놔버리게 됐다. 당시 한보사태를 취재했던 전영기 <중앙일보> 기자는 1997년 6월 <신문과 방송> 기고에서 "'김영삼의 홍위병'이라는 별명을 받은 바 있던 1993년 당시의 언론들이 지금은 앞 다퉈 '김영삼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 자평했다.

언론에 끌려다닌 DJ

김대중 대통령은 언론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모색하여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해 공표하고 수백억원대의 벌금 및 과징금을 물렸다. 세무조사 이후 언론사주 몇 명을 구속했던 김대중 정부에는 '언론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그런 한편으로 김대중 정부는 언론과의 비공식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갔다. 기자들에게 폭탄주를 돌리고 촌지를 제공하면서 회유와 읍소를 계속했다. 이 때문에 '위스키 앤 캐시'(Whisky & Cash)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보수언론은 김대중 정부에 파상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일부 신문의 논조는 자사 이익에 따라 춤을 췄다. 자사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은 확대 과장했고, 일만 터지면 정부를 공격했다. 야당과 보수언론의 협공 속에 각종 '설'이 난무했고 '게이트'(gate) 시리즈가 줄을 이었다. 옷로비 의혹사건부터 시작해 정형준·진승현 게이트, 이용호·윤태식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 논란을 통해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결국 2002년 5월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 씨가구속되고 대통령이 사과했다. 건국 50년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했던 김대중 정부의 도덕성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훼손됐고 국민의 불신은 높아갔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국정 장악력을 급속히 상실했다.

김영삼 정부 초기 청와대의 핵심위치에서 일했던 한 인사의 넋두리는 이명박 정부에게 타산지석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김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개혁대상으로 꼽았다가 당사자들의 반발 때문에 실패한 분야가 두 개 있는데 바로 언론과 종교였지요. ABC(발행부수 공사)와 언론사주의 재산공개부터 유도했지요. 과거 정권처럼 언론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목탁인 언론의 경영도 이제는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런데 언론사주들의 반발이 엄청났습니다. 왜 우리 밥그릇에 손을 대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지요.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더니 몇몇 (언론)사주들은 청와대로 찾아와 협박을 합디다. '권력이 센지 신문이 센지 어디 한번 해 볼 테냐'라고 말입니다. 이때부터 기가 꺾인 겁니다. 언론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MB의 착각…'도끼로 제 발등 찍기'

이명박 정부는 언론권력에게 선물을 주면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권언관계를 살펴보면, 이런 생각은 '도끼로 제 발등 찍기'와 다름없다. 언론권력은 자신의 욕망을 챙기고 권력의 힘이 약화할 기미만 보이면 '미친 개'처럼 '물어뜯기'에 나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한 신문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 헐뜯기에 나서지 않았는가.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권의 이러한 사례를 잘 알기 때문에 선뜻 이들 신문과 재벌에 방송을 허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방송의 허가시기를 집권말까지 늦추면서 언론권력을 길들이려 시도할 것이다. 정부의 방송 허가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권의 눈치 보기에 몰두할 것이라는 잘못된 발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도는 언론권력이 이미 간파하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허용된 언론관련 법에 통과되었는데도 방송허가를 늦춘다면 그냥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은 뻔하다. 자신의 이익을 훼손하는 자에게는 권력은 물론, 어느 누구도 그대로 두고 보지 않는다. 자신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이명박 정부도 잘 보고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 매체는 공적 소통공간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권력화한 언론은 절대로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쟁취한 권력인데 쉽게 포기할 것인가. 이미 권력의 단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진전되려면 언론이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국민여론을 대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개혁이 화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언론개혁 보다는 일부 언론권력에 더 많은 권력을 안기려 하고 있다. 민주화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이명박 정부의 앞날이 걱정된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대한민국의 정말 '언론공화국'이 되고 말 것인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몇몇 언론사주들이 모여 대통령을 선출하고 주요정책을 결정토록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진정한 '언론공화국'이 될 수 있으니까.

※연재 '미디어악법 물렀거라'는 <프레시안>과 언론광장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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