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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북한은 지금 내부 정돈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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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북한은 지금 내부 정돈 기간"

"미국에 쫓기는 강남호, '제2의 금창리 동굴'일 수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일 북한의 현재 대외전략에 대해 "그간의 개방개혁에서 생긴 부작용을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기간"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동국대 문화관에서 열린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 '평화강좌'에서 이 같이 말한 뒤 "북한이 개혁개방을 포기하고 (폐쇄 전략으로) 유턴했다고 보는 건 이르다"고 강조했다.

북한판 '치리정돈'(治理整頓)

북한에서는 2008년 초부터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등 과거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담당했던 기관의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숙청을 당했다는 소식이 이따금씩 들려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단절된 이후 그런 보도가 늘어났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처형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그러한 동향을 '미래를 위한 내부 정돈'으로 풀이한 것이다.

그는 "북한이 과거 변화와 개혁개방을 꾀할 때는 실(失)도 있지만 득(得)이 더 크다고 판단해 그렇게 갔다"며 "그러나 국제정세와 남북관계가 막힌 지금은 어차피 문을 열어봐야 들어올 것도 없다고 판단해 개혁개방으로 나가기 위한 정돈 기간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그 같은 전략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중국의 지도부가 1989년 텐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외쳤던 '치리정돈'과 유사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톈안먼 사태는 10년간 빠른 속도로 개방개혁을 하면서 나타난 소득격차와 도농격차, 부정부패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평불만이 터진 것"이라며 "그 후 중국은 개방개혁 과정에서 있었던 몇 가지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기 위해 치리정돈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3년 정도 개방개혁을 중단하고 내부 단속을 하고 그 동안 돈 챙긴 사람들을 숙청하고 귀향보냈다"며 "북한에서도 그간 대남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부정 사례가 있었을 텐데 요즘은 그걸 정리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서도 1980년 시작했던 개방개혁의 문제점을 2~3년간 재조정해 새 출발을 한 게 도이모이(쇄신)였다"라고 덧붙였다.

"뉴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 전략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곧 취임해 대북정책 라인업을 짜고 중동문제가 소강상태가 되어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한반도에 관심을 기울이면 북미 양자접촉이 불가피하기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시간이 없을 때는 북한에 관심도 없지만 다른 문제가 풀려서 여유가 생기면 북한이 무슨 짓을 해도 뒤에서 관리한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북미 채널이 있는) 뉴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공식 접촉이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보상이 없다고 하지만 보상 없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면서 "한국 정부도 미국의 그런 말만 믿다 보면 나중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일 미 국무부 대변인이 '투명성 보장 안 되면 대북 식량 지원 계획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는 "영원히 식량 지원을 안 할 것처럼 제목을 뽑았는데, 미국은 과거 투명성 보장 안 돼도 식량 지원 여러 번 했다. 으레 한 번 짚고 넘어가는 얘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따라 최근 미국이 뒤를 쫓고 있는 북한 선박 강남호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성동격서 전략에 걸린 게 아닌가 싶다"며 "98년 핵시설 의혹을 받았던 금창리 지하동굴이 텅 빈 곳으로 드러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이 골탕을 먹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들이 피스 키핑(peace keeping)과 피스 메이킹(peace making)을 병행하며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간신히 다져 놓은 경제협력-군사협력 연계 구조마저 허물어 버리고 있다"며 "분단국가 정부가 국민들에게 할 짓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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