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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를 보면서

[김상수 칼럼] 프랑스 르-프레느와 국립현대미술스튜디오에서

이명박 집단의 정권의 행태에 대해서는 서울 봉은사 주지스님인 명진 스님이 얼마 전에 아주 간명하게 말했다.

"MB 정권은 몰염치, 파렴치, 후안무치"라고.

이제 국민 일반은 이명박 정권의 본질과 실체가 비정상적인 사익추구집단임을 거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대통령 노무현의 장례식에 수백만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에서 보듯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명박 집단의 정체와 한계를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다.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집권한 권력이라고 해도 국민의 의사에 철저하게 반하면서 막무가내로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의 정권이란, 오직 경찰의 곤봉과 방패로나 겨우 권력을 연명하는 이런 식이란, 참으로 하는 짓이 못나고 더럽다는 비루(鄙陋)하기 짝이 없는 정권이니, 그 수명이란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여하히 국민일반의 고통을 줄이면서 어떻게 이 정권을 빠르게 마감시키는가가 현실의 문제로 요약된다. 눈 뜬 시민들의 지혜가 절실하게 요청되며 시민단체들 또한 불복종운동의 세세한 각론을 펼칠 때다.

이 "몰염치, 파렴치, 후안무치"한 정권은 지금 나라의 여기저기 성한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남기지 않고 망가뜨리고 있는 중이다.

이 사익추구집단은 이제 공권력을 앞세우고 동원하여 나라를 착란에 빠트리는 것에 있어서 아무런 거침이 없는데 일선 교육 현장의 파괴에도 어떤 주저함도 없다. 초중등 교육의 파행운영은 물론이고 작금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가 이를 명징하게 말해주고 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지적하고 규정한 것처럼 황지우 한예종 총장 사퇴 건은 "정치 보복의 성격이 짙고, 인격파괴와 명예훼손, 언론에 흘리기를 통해 인적 교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 이후 언론 문화계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강제사퇴의 사례인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박래부 전 언론재단 이사장,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의 사퇴과정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양태 그대로다.

문화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대한 표적감사에서 이론학과 축소조정, 교수채용 부적정, 서사창작과 폐지, U-AT 통섭사업 중단, 협동과정 운영 부적정 등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외피의 모습을 띄었지만, 감사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비교육적인 다른 목적에 초점이 놓여있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서 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와는 아무런 인연이나 이해관계가 없음을 먼저 밝히면서, 예술 작업을 하는 한 사람으로 멀리 나라밖에 프랑스에 잠시 체재하면서, 이곳 프랑스에서는 국가의 예술 교육 체제가 과연 어떤 지형을 꾀하고 있으며 어떤 노력을 국가가 직접 하고 있는가를 사실적인 사례로 보여주고 있는 프랑스 르-프레느와(Le Fresnoy) (http://www.le-fresnoy.tm.fr) 국립현대미술스튜디오를 방문하여, 한예종의 한국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프랑스 예술교육현실을 목격하면서, 내 나라의 예술교육현실과 예술 작업에 대한 미래의 걱정에 내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7년에 개설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스튜디오 르-프레느와는 현대 예술이 멀티미디어적인 복합적인 양상들로 진전되고 있는 세계 추세에서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는 멀티미디어 전문전시 및 멀티디어전문 미술관이나 연구소, 그리고 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크게 자극을 받으면서 12년 전에 프랑스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서둘러 만든 기구다.

르-프레느와(Le Fresnoy 프랑스 국립현대미술 스튜디오 전경)

독일의 ZKM(http://www.www.zkm.de)이나 일본의 ICC(http:http://www.ntticc.or.jp)-
(Japanese contemporary Art exploring the interface of science, art and technology) 등이 현대예술을 리드하는 국립현대예술기구로 주목을 받자 프랑스는 퐁피두센터(http://www.centrepompidou.fr/netart)를 첨단 예술의 전시 및 제작 기지로 적극 활용하면서 대안을 찾고자 시도했고 거의 같은 시기에 세계적인 보석회사인 카르티에가 세운 미술관(http://www.fondation.cartier.fr)과 국제 창작 센터(CICV)(http://www.cicv.fr)와 메타포 같은 공간을(http://www.metafort.org) 만들어 멀티미디어 예술 작품의 실험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했지만, 보다 더 적극적으로 현대예술을 창조적으로 국가가 수용 발전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는,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현대예술을 활용하고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프랑스 국가가 중심에 서서 만든 것이 바로 르-프레느와인 것이다.

르-프레느와의 특징은 현대 예술작품의 제작과 실험, 전시와 교육을 동시에 이루고자 의도하였으며 복합문화예술스튜디오로 첨단 테크놀로지 장비와 멀티미디어 장비를 갖추고 예술작가들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재정과 국가적인 노력으로 현대예술을 뒷받침하는 실습장이라는 점이다.

프랑스 북부지방인 릴(Lille)에 위치한 르-프레느와는 미국인 건축가인 베르나르 트슈미(Bernard Tschumi)에 의해 옛 건물을 그대로 보전한 채로 그 위에 현대건축의 양식으로 지어진 거대한 스튜디오로 프랑스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시청각 분야의 종합 예술학교로 시설, 교수진, 외부와의 연계성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이 학교의 교육 목표는 모든 예술 분야들, 특히 조형 예술, 시각 예술, 영화, 사진, 비디오, 새로운 이미지와 음향 기술, 음악, 건축, 공연 예술 등, 각 부분별 예술을 통괄적으로 엮어내는 이론적, 미학적 조화와 각 분야를 초월한 종합 예술을 추구하며 21세기 표현 방식의 진화를 꾀하는 것이다.

학생은 4년 이상의 학업 경력 혹은 예술작업 경력이 있는 35세 이하의 사람들을 한 해 24명씩 뽑아 스튜디오가 초대한 예술가들과 같이 작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전시 발표하는 형식으로 모든 학생은 상당한 수준의 불어와 영어실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영어와 불어는 각각 필기시험이 있으며, 구두시험은 불어로 진행된다. 매년 8월 말 이전에 접수를 끝내야 할 정도로 일찍 서둘러야하며, 시험은 다음해 2월에 있고 입학은 10월이다. 특이한 점은 프랑스 국적의 학생은 12명을 뽑고 나머지 반은 외국국적의 학생들을 뽑는다는 점인데, 이는 바로 프랑스가 국제적인 현대예술의 중심으로 또 예술교육의 리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점이다.

내가 르-프레느와(Le Fresnoy) 프랑스 국립현대미술스튜디오를 방문한 지난 6월 14일, 학생들과 교수들인 초대예술가들이 지난 한 학기동안 실험하고 연구하며 제작한 여러 미술 프로젝트들을 파노라마(Panorama)라는 주제아래 전시결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는 현대예술의 여러 갈래와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전체 전시의 개요는 '현대성'이란 말로 요약된다.

▲ 전시작품 panorama 중에서

뒤늦었지만 마침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특정 예술 장르로부터 탈장르, 그리고 장르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개념,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추구하고자 "통섭(通涉)교육"이란 표현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던 것처럼, 이제 세계를 리드하는 예술교육이란 낱낱의 개별 장르를 묶어내는 통괄성(統括性)이 당연한 추세이고 이런 현실을 예술 교육 현장에서 리드하는 입장이란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의 독일, 영국,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10년 전부터 예술교육 현장의 필수적인 사항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왜, 무엇 때문에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들은 하나같이 국가가 총력을 기울이면서 현대예술을 신장시키고자 현대예술교육에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는 바로 문화 예술이 21세기 국가 정체성과 국가발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만큼 중대한 사안이 됐기 때문이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이 '문화의 나라'를 주창한 혜안에서 보듯이 문화발전의 DNA가 예술이고 국력의 내외연이 문화의 힘에서 온다는 사실은 너무나 현실적인 명제다.

특히 현대미술을 포함하는 현대예술은 오늘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예지(叡智)를 자극하며 새로운 시대의 정치, 경제, 세계체제에 대한 비전(vision)을 탐색하는 가치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름대로 나라의 면모를 갖춘 국가들은 역점을 두어 국가를 대표하는 현대예술교육기구나 스튜디오를 육성하고자 국고를 투입해 발군인재(拔群人才)를 기르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예술이 21세기 국가경제의 기초이자 근간이라는 세계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국가마다 경쟁적으로 어떻게 하면 문화와 예술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아울러 어떻게 하면 예술의 창의성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어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간다운 삶의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모색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국립예술교육기구의 중요성이란 동시대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어떤 제도로 이끄는가에 결정적인 중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서 지금 한국은 어떤가?

중국이 세계를 목표로 중국 예술 문화의 자부심과 전파에 국력을 동원하고, 일본은 오래전부터 일본 문화를 하나의 세계문화 체제로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는데, 한국만 그 틈새에서 문화 예술의 정체성 혼란을 계속 내보이고 있는 실정이고 이번 한예종 사태처럼 지금 이 정권은 예술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혀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하며 발전적인 예술교육정책의 실현은 고사하고 도리어 전력을 다해 예술교육의 진행을 방해나 하고 있는 딱한 현실이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이제 이명박 집단의 정권이란 21세기 국가 문화 발전의 지체에 큰 시름이 아닐 수가 없는 현실이 됐다. 이 비루한 정권은 개·말·나귀 따위의 살갗이 헐어서 털이 빠지고 차차 온몸에 번지는 피부병인 '비루병'에 걸렸지만 개·말·나귀는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꼭 그런 형국임이 이 정권의 모습이 아닌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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