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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위조된 美국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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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위조된 美국채 미스터리'

"일본에 몰래 발행한 진짜 美재무부 채권 아니냐" 의혹 만발

지난 6월초 천문학적인 액수의 미국 국채를 밑바닥이 이중으로 된 가방에 숨겨 스위스로 가져 가려던 사람들이 국경 부근에서 이탈리아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문제의 채권은 모두 엄청난 고액권이었다.

액면가 5억 달러짜리 무기명 채권 249장과 액면가 10억 달러짜리 10장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즉각 이 채권들은 위조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 이탈리아 경찰이 압수한 액면가 10억 달러짜리 미국 재무부 채권. ⓒ터너라디오

하지만 이 채권들이 가짜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이 오히려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 발표라는 의혹이 국제금융계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기에는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조채권까지 돌려주면서 위조범들 즉각 석방?

우선, 이 채권들이 위조채권이든 아니든 무려 1340억 달러(약 170조원) 어치의 미국 재무부 채권을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고 국경을 넘어가려던 아시아인 2명이 경찰의 조사만 받고 곧바로 석방됐다는 점. 그리고 석방됐다는 이들의 신원이나 행방에 대해서 관계당국이 모두 침묵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음모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타임스>도 "이탈리아 당국이 이 채권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를 거부하면서, 음모론은 더욱 활기를 띄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아시아인들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갖고 있었으며,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일본 영사관 관계자는 "그들은 조사를 받기는 했지만, 체포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유효한 일본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면서도 그들의 신원에 대해 더 이상 밝히기를 거부했으며 "그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채권이 위조 채권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믿기 어려운 더 큰 이유는 도대체 터무니없이 높은 액면가의 미국 국채를 위조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의문 때문이다.

▲ 터너라디오가 입수해 공개한 문제의 채권들.ⓒ터너라디오

이탈리아 경찰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에 가서 그냥 현금으로 교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거래를 위한 보증용으로 쓰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조 채권들의 지나친 고액의 액면가로 볼 때 현금으로 교환하려는 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 거래 보증용으로 보기에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상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위조 채권을 거래 보증용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역대 최고 규모가 1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부는 두 가지 근거로 이번 사건은 완전한 사기라고 단정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정교하지 못한 가짜 채권이며, 발행된 적이 없는 고액의 액면을 가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잠재울 실물 공개가 공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발행된 적이 없는 채권이라는 재무부 해명에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1만 달러짜리가 재무부 발행 최고액 채권이며, 1986년 이후 재무부는 전자채권만 발행했다. 종이로 발행된 무기명 채권 중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은 1억 500만 달러어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 장에 5억 달러에 달하는 재무부 채권은 진짜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위조채권이라기에는 너무 높은 액면가

이에 대해 금융시장 불공정행위 감시사이트 <마켓티커>는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액면의 채권은, 진짜라는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고 단 한 푼도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면서 "뭐하러 비싼 돈 들여가며 쓸 데 없는 위조 채권을 만들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원문보기).

이 사이트를 운용하는 칼 데니거는 "불가능한 요소를 제거하고 어떤 것이 남는다면, 그것이 믿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진실임에 틀림없다"는 추리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재무부가 공식적으로 발행한 고액의 무기명 채권은 있을 수 없다면, 재무부가 모든 채권을 법의 절차를 준수하면서 발행했다고 믿어야 하느냐"고 의혹을 던졌다.

이 사이트는 이런 의혹 속에서 다음과 같이 추리했다.

"재무부가 발행하는 무기명 채권은 1982년 이후 미국 기관이나 거주민에게 발행되지 않았으나, 1985년 미국 이외 거주민들에게는 예외적으로 발행됐다. 당시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재무부가 지난 10년 또는 20년 동안 알려지길 원치 않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몰래 채권을 발행해 왔다면, 공범자는 그 규모상 국가일 수밖에 없고, 그것도 일본과 중국만이 가능하다.

마침 채권을 운반하던 사람도 일본 국적자로 알려졌다. 문제의 채권이 진짜라면 엄청난 파장이 초래된다. 이번 채권액의 규모는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 6860억 달러의 20%에 해당한다. 우선 이탈리아는 밀수품에 대한 벌금으로 3분의 1을 몰수할 수 있다. 물론 이탈리아 또는 미국이 문제의 채권을 가짜라고 선언하면서 소각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진짜 채권이라면 그런 처리방식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무기명 채권은 등록 절차 없이 발행되기 때문에 100달러짜리 지폐처럼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소각되어 버리면 소유권자는 운이 없는 것이 된다. 100달러짜리 지폐가 불태워진 것처럼 자신의 돈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일부 언론들이 보도한 "북한의 위조채권 제조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칼 데니거는 "북한 등지에서 위조 무기명 채권을 제조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떠돌았다'면서 "하지만 무기명 채권은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일련번호가 있어서 진짜인지 금세 알 수 있는데, 5억 달러짜리 위조 채권을 유통시키려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역대 정부가 장부 외 발행한 국채?

나아가 그는 "역대 미국 정부에서 재무부가 다른 나라에게 국채를 장부 외 발행을 했다면, 엄청난 불법행위를 한 것이며 관계자들은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경제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했다. 특히 그는 이 채권이 진짜일 경우 누군가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려 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와 미국 채권에 대한 신뢰가 뿌리채 흔들리는 사태를 가져올 충격적 사건이라고 보았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 이외에는 이런 규모의 채권을 움직일 수 없다"면서 "재무부의 명확한 해명이 없는 가운데,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칼 데니거의 말을 인용, "이 사건에 대한 의혹에 대해 답변을 얻을 수 있길 희망하자. 그리고 이 사건은 그저 어둠으로 사라져버릴 '이상한 얘기'의 하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페섹 "확실한 해명 필요한 심각한 사건"

나아가 페섹은 "해답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의문이 따라붙는 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의장은 엄청난 액수의 국채, 더 정교한 위조 채권들이 전세계에 출몰하는 사태를 결코 바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확실한 해명을 거듭 촉구했다.

현재 <터너라디오> 등 일부 독립매체들은 문제의 채권이 가짜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은 다른 나라들이 미 국채를 투매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꾸며낸 얘기이며, 이탈리아 경찰에게 적발된 아시아인 2명이 자신들이 일본 재무성 직원이라고 실토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등 단정적인 보도(☞원문보기)를 하고 있다.

특히 <터너라디오>는 "우리의 정보원은 문제의 채권이 진짜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일련번호를 입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일부 채권의 스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면서 "이런 정보가 입수되는 즉시 후속 보도를 하겠다"고 공지한 다음날 일부 스캔 이미지들을 공개했다.

터너라디오 "일본 정부가 몰래 미 국채 팔려다가 발각된 사건"

이 매체는 "일본은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기 때문에 134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익명성이 보장되는 스위스에서 헐값에라도 몰래 팔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매체는 "일본 정부는 미국 국채를 몰래 팔려다가 발각됐으며, 이번 사건이 터지자 일본, 이탈리아, 미국 당국은 다른 나라들도 미국 국채 투매에 나서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진상에 대해 함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이탈리아 경찰은 억류했던 일본인들을 '위조 채권'까지 돌려주면서 석방했다고 한다"면서 이런 보도들을 '말도 안되는 소설'이라고 조목조목 일축했다.

▲이탈리아 당국이 자국의 법을 무시하고 이탈리아 금융공시법을 위반한 사람들을 석방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미국 재무부에 진짜인지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액면가 5억 달러, 10억 달러 채권을 그냥 받아들일 사람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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