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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개혁파 승리' 예측했던 서방, "아직도 이란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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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개혁파 승리' 예측했던 서방, "아직도 이란을 몰라"

강경 보수파 아마디네자드 재선 성공…서방과의 갈등 계속될 듯

12일 제10대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란과 서방과의 관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날 선거에서 62.6%를 득표해 33.7%의 지지를 받은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아마디네자드는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 집권기의 경제난 때문에 당선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표가 결집하고 강세지역인 시골과 소도시에서 많은 지지를 받아 재선했다.

▲ 재선에 성공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2일 투표소에서 승리를 예감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우라늄 농축, 국가적 자존심과 대통령 권력의 상징

선거 압승에 고무된 아마디네자드는 1기 재임 시절 추진했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을 계속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현재의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신호는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이란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특히 지역 라이벌인 이스라엘과 앞으로도 계속 날카롭게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이란의 행보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세계전략에도 차질을 주고, 북한 핵문제 등 동아시아 문제에도 다소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심각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게 결국 핵무기 개발로 귀결될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란에서 우라늄 농축은 전력용이냐 혹은 무기용이냐로 단칼에 자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정책 분야와 연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란과 서방이 오랫동안 핵개발로 갈등하면서 우라늄 농축은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이자 대통령 권력의 원천이 됐다고 평가했다.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핵개발만 포기한다면 무역제재나 금융제재를 해제해줄뿐더러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는 물론 핵개발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최고 종교지도자 회의도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치 않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 선거 결과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테헤란 시민들. ⓒ로이터=뉴시스

"무사비 당선 바란 서방, 이란을 너무 모른다"

이에 따라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은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골칫거리를 던져줬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정책 목표로 표방하고 있고, 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이슬람권과의 '솔직한 외교'를 천명한 오바마의 앞길에 자갈밭이 나타난 것이다.

이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 오바마는 이란과의 토론에 관심이 크고, 미국과 이란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에 따르면 많은 분석가들은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으로 말미암아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레바논 신문 <데일리스타>의 편집장 라미 코우리는 아마디네자드가 당선된 데에는 개혁파 무사비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서방의 희망사항에 대한 반발의 의미도 있다고 분석해, 민심 역시 서방의 뜻과 크게 다름을 강조했다.

코우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사람들은 개혁파 무사비에 대한 지지가 서방의 압력에 따른 민심의 표현으로 해석되는 것을 싫어한다"라며 "테헤란은 미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 단교했기 때문에)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라며 "지난 30년 동안 테헤란에는 미국의 관리가 없었고 양국의 접촉도 없었기 때문에 이란인들의 기본 정서에 관한 지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미국이 상호 존중의 정신에 따라 이란과 대화를 요청하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란의 관리들은 그 발언에 대해 이란의 핵무기 제조와 테러리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의 비난이 중단되어야만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연설에서 이란과의 관계에 "새로운 시작"을 촉구하며 이란 국민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행동으로 보이기 전에는 오바마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내쳤다.

美 '이란 관여정책 계속'…부정선거 시비 변수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아마디네자드와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이란 정부에 대한 관여(engage) 노력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려 한다면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정치적 토론이 활발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을 찾은 것은 아마디네자드로 하여금 미국을 마냥 외면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사비 후보의 지지자들이 투표 과정에서 광범위한 불법행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면서 벌이고 있는 시위는 미-이란 관계에서도 당분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이번 이란 선거가 특히 젊은 층들 사이에 열광적인 반응과 활발한 토론을 불러온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우리는 (투표과정에서 나온) 불법행위에 관한 보도를 포함해 전체적인 상황을 계속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이란 국민들의 결정에 대해 기다리고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 국민들의 진정한 의지와 열망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향후 이란에 대한 접근에 있어 아마디네자드 당선의 민주적 정당성이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대 이란 접근에 불만을 품은 미국 내 세력들이 선거 부정 주장을 대화 반대의 명분으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토머스 피커링 전 미 국무부 차관은 <뉴욕타임스>에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며 "미국은 정통성이 의심되는 대통령과 대화하고 타협하려 한다는 인식을 우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아마디네자드의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가 알려지지 환호하고 있다. ⓒ프레시안
▲ 선거에서 패배한 무사비 후보의 지지자들은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뉴시스

테헤란에서는 30년 만에 대규모 시위

테헤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자들은 아마디네자드의 압승이 알려지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와 불을 붙인 타이어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했으며,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패배한 무사비 후보도 성명을 발표하고 "(상대후보의) 명백한 선거법 위반 행위에 강하게 항의한다"며 "난 뻔히 보이는 이런 수법에 굴복치 않을 것"이라고 불복 의사를 밝혔다.

투표 종료 직후 "자체조사 결과 65%의 지지로 내가 당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자신의 강세지역인 타브리즈, 시라즈 등 주요 도시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없어 많은 이들이 투표를 못하고 일부 개표소에는 참관인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공정 개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사비 지지자들은 선관위 발표 이후 테헤란 거리로 모이기 시작해 "독재자 타도", "무사비는 우리의 대통령"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사태가 격화되자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패배한 후보들과 지지자들은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라고 당부했다. 무사비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는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번 대선이 자유롭고 건전한 선거였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한 뒤 "모든 사람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많은 외국 언론들이 이란 국민에 대해 전면전을 조직하고 있다며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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