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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가 뭐길래…'아마존 유혈 참극' 수백 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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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가 뭐길래…'아마존 유혈 참극' 수백 명 사상

개발 강행에 반발한 페루 원주민…경찰 총격으로 수십 명 사망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끝내 페루 일대 아마존 지역에 유혈참극을 불렀다. 미국과 페루가 맺은 FTA에는 미국 자본이 열대우림 지역에서 원유·가스 개발, 벌목, 채광, 대규모 농경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개발법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페루 아마존 원주민들은 이 법이 6개주에 거주하는 인디언 3만명의 삶을 위협하는데도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가 밀어부치고 있다며 지난 주말 격렬히 반발하며 경찰과 충돌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 경찰 총격으로 살해된 페루 원주민들. ⓒ로이터=뉴시스
아마존 워치 "페루 정부, 시체들을 강이나 밀림 속에 은폐"

9일(현지시간) 미국의 <CNN> 방송에 따르면, 원주민과 경찰의 충돌 후 현재 불안한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페루 북서부 도시 바구아 일대에서 벌어진 이번 충돌로 인해 사상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정부 측과 원주민 측의 주장이 크게 다르다.

페루 정부 측에서는 경찰 24명과 원주민 9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앰네스티에서는 원주민 30명 이상이 죽고, 경찰 22명이 살해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AP> 통신은 부상자만 수백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주민 측에서는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원주민 인권단체들에서는 사망자 및 실종자 수가 100명이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 '아마존 워치'는 정부가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시체들을 강이나 밀림 속에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경찰이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워치'의 그레거 맥레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뭉쳐 있자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벨라운데 페루 외무장관은 "원주민들이 무기를 탈취해 경찰을 죽였기 때문에 부득이 사격을 하게 된 것이며, 원주민보다 경찰이 더 많이 죽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영국의 <로이터> 통신도 "페루 경찰과 원주민 충돌로 원주민 40여명과 경찰 20여명 등 60여명이 살해됐다"면서 원주민 희생자가 더 많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통신에 따르면, 현재 수천명의 원주민들은 나무로 된 창으로 무장한 채 아마존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원주민들의 시위가 강력하게 전개되자,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원주민들이 테러리스트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하며,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원주민들을 부추겨 개발을 방해함으로써 페루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가르시아 대통령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페루 정부 관료들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등 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가르시아의 정적 올란타 우말라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총리 등 고위 각료 해임, 개발법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

그러나 이번 사태로 가르시아 대통령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분석가들을 인용, "지지율 30%에 불과한 가르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총리를 포함한 고위 각료들을 해임하고, 개발법을 철회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이 통신은 "이번 사태는 기득권층과 서민층의 깊은 분열을 부각시켰으며, 페루를 외국 자본에 대해 보다 개방하려는 가르시아 정부를 좌초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CNN>도 전문가들을 인용 "사태의 원인이 무엇이든, 이번 유혈참극은 1990년대 공산 게릴라 '빛나는 길'과의 충돌 이후 최악의 폭력사태"라면서 "페루 정부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봉착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력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사태는 언제든지 폭력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맥레넌은 "과거 게릴라와의 충돌과 이번 상황은 매우 다르다"면서 "정치 집단이 아닌 원주민들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듀크대의 연구에 따르면, 페루 열대우림지역 72%(64개 지역 중 59개 지역)가 원유·가스 개발 계약 등에 묶인 '원정투자' 대상으로 파괴 위험에 놓여있다.

페루 정부가 시위 주모자로 지목한 원주민 지도자 알베르토 피장고는 프랑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마존 인디언 60만명을 대표한다"면서 "정부는 우리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2500만ha의 땅에 대한 권리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탄압을 피해 니카라과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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