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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 괴롭혀 죽게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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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 괴롭혀 죽게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인가"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55> '노무현 서거'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이곳 중국 상하이에서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분향소가 한 한국인 식당에 설치되었었다. 따뜻한 마음이 하나 둘씩 모여 지난 일요일(24일) 새벽부터 자발적으로 설치되어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계속되었던 이 곳으로는 수많은 재중 한국인과 조선족, 한족 등이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조문을 다녀갔다.

이 분향소에는 현재의 한국에 대한 재중 한국인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먼저 이 분향소는 어느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상하이 화동지역의 한국인들의 자발적인 마음과 정성에 의해 시작되었고 또 유지되었다. 설치 경위를 보면 이렇다;

서거하신 날이 토요일, 즉 공휴일인 탓에 영사관 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까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재중 한국인들의 절절함은 일요일 새벽에 어떤 한 한국인에 의해 상점가 한 켠의 작은 광장에서 하얀 몇 송이의 꽃과 몇 장의 백지 및 필기도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이후, 아무리 소탈하고 소박하셨던 대통령이라 해도 길가에 차려진 너무도 간소하고 보잘 것 없는그 모습을 보며 이 곳에 사는 한국인들이 저마다 십시일반으로 꽃을 준비하고 향도 준비하며 영정사진과 돗자리 등을 준비하는 등, 분향소다운 면모를 갖추어 나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공안이 '만일'을 우려하며 다가서자, 이를 안타까이 여긴 한 한국식당 사장님의 호의로 그 곳으로 장소를 옮겨 영결식 전날까지 조문객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국 한국을 떠나와 바라보는, 조국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려 등의 결과, 어느 누구 하나 시킨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애틋함에서 비롯된 결실이었던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삼삼오오 손에 손잡고 찾아온 조문객들의 모습과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는 실제로 그들이 생각하는 조국 한국에 대한 단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 인가. 우리가 어떻게 다져온 오늘의 이 모습인데 지금 또 다시 흔들리며 스러져 가야 한단 말인가…"하며 눈물짓던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님의 넋두리에는 같은 한민족의 한 후손으로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무엇을 정말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앞만 보고 곧장 달려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등, 고인에 대한 회한과 더불어 이어져 나오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우려에는 영정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고인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조국 한국의 현황에 대한 회한과 우려는, 드디어 재중 한국인 유학생들에게까지도 파급되기에 이르렀다.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유학(留學)' 보다는 '유학(遊學)'이란 수식어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분향소를 찾은 우리의 젊은 후손들로부터는 "이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의식' 있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한 한국인 유학생을 통해 들어 본 중국 대학의 중국인 교수와 중국인 학생들의 현재의 한국 상황에 대한 인식은, 조국 한국에 대한 우려를 한층 더 숙연하게 하고 말았다. 중국인 교수나 학생들은 그나 그의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에게 심심찮게 "이러 저러한 점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인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하며 부러워하듯 질문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지금은 "현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인가"며 혹평하기에 이르러 한국인 유학생들이 곤욕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비단 이들 재중 한국인 유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분향소를 함께 지킨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중국 각계각층의 한국 관련 풍자는 자못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면,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의 한국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 '이명박'에 대한 중국어 발음 '리민뽀우'에 빗대어 "'리민또우'의 한국"이라는 풍자가 있다. 여기서 그들이 빗대며 사용하는 '리민뽀우'라는 한자는 '리(里) 민(面) 또우(鬪)'. 즉 '리민또우'란 "내부에서 투쟁만 일삼는다"는 의미로 "'리민또우'의 한국"이란 곧 이명박 집권 이후 "이명박의 한국은 국내에서 투쟁만 일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조선족 교수는 "이러한 풍자는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며 "한국이 얼마나 많이 (돈을) 벌어 놨다고 이렇게 까먹기만 하는가. 중국에서 급속히 붕괴되는 한국에 대한 평가와 저하일로의 이미지는 장차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며 같은 한민족의 자격으로서 속상해 했다.

"여러분은 외국에서 태극기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외국에서 애국가를 유심히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힘차게 펄럭이며 빛나야 할 우리의 태극기, 뿌듯한 전율이 온 몸에 사무쳐야 할 우리의 애국가입니다. 그런데 만약 타지에서 우리의 태극기가 빛 바랜 채 늘어져 있고 애국가가 구성지고 서럽게만 들려온다면 그 때도 과연 이런 전율을 느낄 수 있을까요?"

2006년에 발간한 졸저 <21세기 한중일 삼국지>의 서문 첫 문장이다. 나 나름대로는 한 권의 저술을 마치며 경건한 마음으로 서문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떠오르게 된 벅찬 감정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위 문구가 최근 들어 점점 더 뇌리 속에 또렷하게 각인되고 있어 정말이지 곤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럴 수는 없다. 이것은 정말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뤄낸 오늘날의 우리란 말인가. 그런데 이를 또 다시 태극기가 빛 바랜 채 늘어지고 애국가가 구성지고 서럽게 들려오는 그 암울했던 시기로 되돌아 가야 한단 말 인가. 이것은, 정말, 아니다.

국력의 중요성.
국가가 든든하고 강건해야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도, 그리고 해외를 여행하는 우리 국민들도 그 만큼의 대접을 받는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자기 나라에서는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국적국이 약소국이라면, 그 나라에서의 그 사람의 위상과는 무관하게 단지 해당 약소국의 국민이라는 것만으로 무시당하고 천시당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반대로 자기 나라에서는 너무 형편없고 천대받는 천덕꾸러기라 해도, 이를 테면 오로지 하나 '미국인'이나 '일본인'이라는 것 만으로도 외국에서 온갖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현실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목과 대립, 분열만 일삼으며 어렵게 일궈 온 조국 대한민국을 온통 조롱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그 모습을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다. 국가 브랜드를 운운하며 정작 그 국가 브랜드를 훼손시키며 저하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 상하이에서 먼저 일어서고자 한다. 진정으로 조국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며 우려하는 우리의 우국충정을 상하이에서부터 건강하게 표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분향소에서 처음 만나게 된 이들이, 아직 저마다의 지나온 길과 지금의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도 모르는 남녀노소 연령 불문한 우리 한국인들이 모여 앉아, 오로지 하나, 흔들리는 조국 대한민국을 위하고자 하는 마음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오죽하면 약육강식의 처절한 경쟁이 치열하기 그지 없는 글로벌 현장에서 이 곳에만 전념해도 쉽지 않을 상황에서 분연히 일어서고자 하겠는가. 오죽하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지원군이 되어야 할 후방인 조국을 우려하고 안타까워하며 굳은 결의를 모으고자 하겠는가.

이제 곧 '우리'의 국가 기관을 통한 이 곳의 '우리들'에 대한 온갖 내사와 사찰, 감시가 시작될 것이다. 여기저기서 직간접적인 회유와 협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두렵지 않다. 정작 우리가 두려운 것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스러져 내리며 좌초해 가는 이 암울한 현실이다. 우리는 단지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설 땅을 잃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그 사실만이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우리라도 먼저 나서려고 한다. 그리하여 막아내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중국에서, 아니, 국제사회에서 조국 대한민국이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에 무시당하고 조롱 받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글로벌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고 있는 우리가 먼저 나서고자 하는 것이다.

조국 대한민국의 우리들이여! 원컨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삶이 바쁘다고, '내' 코가 석자라고 '우리'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터전 한반도에서 우리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번영하며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 사람임을 자긍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도 우리는 이대로 침묵만 지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존엄을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성숙하고 자랑스런 한국인이여, 이제 우리 모두 준엄한 눈 빛으로 일어서도록 하자. 우리의 조국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절도 있고 성숙하게 일어서도록 하자.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소한민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제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분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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