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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쌀 직불금' 사태, 300여 년 만의 의장 자진 사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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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쌀 직불금' 사태, 300여 년 만의 의장 자진 사퇴 초래

"국민들은 의원들을 기생충으로 알고 있다"

'쌀 직불금' 사태가 일어나도 책임지는 고위급 정치인이나 관료가 없는 우리 나라와는 달리,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부당 수당 청구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법무차관에 이어 하원의장마저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19일 영국 BBC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마이클 마틴(64) 영국 하원의장은 의원들의 '주택 수당 스캔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 마이클 마틴 영국 하원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사실상 종신직인 하원 의장, 중도 사퇴는 314년만에 처음

영국에서 하원 의장의 중도 사퇴는 300여 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다. 영국의 의회는 양원제로 하원 다수당이 집권하며, 하원 의장은 관례상 종신직이다. 314년 전인 1695년 당시 존 트레보 하원 의장이 입법의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물러난 이후 한번도 중도에 사퇴한 적이 없다.

마틴 의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야권의 사퇴 압박을 거부했으나 하루 만에 의회 연설을 통해 "의장으로서의 직무를 6월 21일에 그만두겠다"며 "차기 의장은 절차를 거쳐 6월 22일 선출될 것"이라고 사퇴 의사를 발표했다.

글래스고 북동 지역구 의원인 마틴 의장은 30년간 의원직을 유지해왔으며 9년 동안 의장직을 맡아왔다. 마틴 의장은 의원직도 함께 그만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영국의 언론들이 하원 의원들이 관행처럼 주택수당 등 각종 수당을 허위로 받아낸 사실을 10여 일간 집중 보도하면서 빚어졌다.

집권 노동당 일부 의원들은 "마틴 의장이 주택수당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한 희생양이 됐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정치권의 행태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독설을 퍼붓고 있다.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의 한 의원은 "하원을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가 불거졌는데 의장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며 "진작 물러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마틴 의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해 온 보수당의 더글러스 카스웰 의원은 "영국 시민들은 의원들을 시민들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기생충으로 보고 있다"면서 "마틴 의장의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틴 의장의 사퇴도 자유민주당 당수 닉 크레그가 지난 17일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데, 의원 23명이 마틴 의장의 불신임 동의안에 서명하는 등 사퇴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이뤄진 것이다.

의원들, 각종 명목으로 수당 부당 청구

마틴 의장 자신도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주택수당 청구내역에 대한 공개를 수년간 지연시켜 비리가 지속되도록 방치했으며, 마틴 의장 자신도 사적인 용도로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렌터카를 이용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등 공금 유용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앞서 샤히드 말릭 법무차관은 지난 15일 불법 수당청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어 영국 정가가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집권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는 이미 제1야당인 보수당보다 15∼20%포인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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