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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주년 노동절…높아지는 '곡소리' 모자라는 '힘, 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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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주년 노동절…높아지는 '곡소리' 모자라는 '힘, 힘, 힘'

[현장] 민주노총은 '反 MB 힘 모으기'…한국노총은 '화기애애' 마라톤

"등록금 때문에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하루 평균 41명이, 그것도 대부분 생계를 비관해 자살하는 나라. OECD 국가 가운데 산업재해 1위, 부패지수 1위인 나라. 서민의 빚이 800조인데 투기자본도 800조인 나라. 실제 실업자가 400만 명에 육박하는 나라. 비정규직 850만, 빈곤층은 1500만 명인데 경제 위기의 첫 희생자가 또 그들이 되는 나라." (민주노총 '사회연대선언' 가운데)

2009년 5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1일 119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은 노동계의 한숨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암울한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은 역사상 처음으로 각계각층의 단체들과 공동 주최로 노동절 대회를 치르고 '반(反) 이명박 정권' 공동 행동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반면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은 4년째 이어오는 노동절 기념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임금 삭감, 인력 감축 등 정부의 일방적인 '드라이브'에 대한 경고는 "계속 강행하면 다른 길로 간다"는 말에 그쳤다.

노동절 계기로 각계 한 자리에 모여 "이명박 정권 해고 명령을 내리자"

▲"못 참겠다. 갈아 엎자." ⓒ프레시안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13개 도시에서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이제까지의 노동절과 달리 올해는 한국진보연대, 한국대학생연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각계 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노동절 대회를 개최했다. 공통점은 이명박 정부 정책 반대였다.

이원기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오늘은 노동자와 학생이 'MB 심판'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손을 잡은 의미 있는 날"이라고 말했고,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도 "축하하고 연대하는 입장이 아닌 함께 투쟁하기 위해 온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진보정당 분열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민주노총 행사에서 민노당 강기갑 대표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함께 무대 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띄었다. 강기갑 대표는 "이명박 정권 해고 명령을 내리자"고 호소했고, 노회찬 대표도 "삽으로 일어선 자 삽으로 망하니, 삽으로 그들의 무덤을 파주자"고 핏대를 세웠다.

참사 100일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영안실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용산 참사 유가족도 무대 위에 올라 "언제까지 이렇게 거리를 헤맬 수야 없지 않겠냐"며 "어이 없는 죽임을 당했지만 (희생자들을) 양지 바른 곳에 묻고 잔디로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도록 함께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이제는 '연대성'을 징표로"…"사회연대총파업도 가능"?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연대선언'을 발표하고 "선배 노동자들이 '민주성'을 생명으로 삼아 민주노총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연대성'을 혁신의 징표로 삼아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시 선언했다. 핵심 간부의 성폭력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민주노총이 "정규직 노동자의 조직"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연대전략을 놓고 "노동의제에 한정된 '노동운동'을 넘어 노동자가 펼치는 '노동자 운동'으로의 전진이며 경제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한 무기"라고 규정했다.

▲ 이날 노동절 대회에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밤새 공부해서 대학 왔더니 이제 밤새 알바해서 등록금"이라는 피켓을 든 대학생 참가자. ⓒ프레시안

그러나 이날 발표한 사회연대선언에는 "모든 노동자의 온전한 생존권 쟁취, 사회보장 확대, 총고용 보장, 실업안전망 확대와 고용보험법 개정"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만이 담겨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나누겠다는 내용은 미처 내놓지 못했다. 대신 민주노총은 진보 진영에 "사회연대헌장 제정운동"을 제안했다. 함께 요구를 모아 공동의 헌장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를 향해서도 임성규 위원장은 "5월 중순에 대정부 교섭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사회연대 전략에 걸맞는 실현가능한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며 "정부가 우리 요구를 계속 외면한다면 사회연대총파업이 급격히 빨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올해 또 다시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리해고 등의 압박이 하나의 행동으로 폭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임성규 위원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를 통해 "현장을 둘러보니 노동자들이 이성적으로 변했다"며 "6월 총파업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 역사상 처음으로 각계 각층과 공동으로 주최한 노동절 대회. 공통점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였다. ⓒ프레시안

정부와 싸우는 것 뿐 아니라 성폭력 사태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민주노총의 과제다. 심지어 민주노총은 전날 "우리는 당신들을 초대한 적이 없다"는 건국대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건국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학교 밖에서 노동절 전야제를 치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국노총 "정부가 계속 몰아붙이면 지금과 전혀 다른 길 갈 수밖에"

▲ 한국노총도 이날 오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노동절 기념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프레시안
한국노총도 이날 오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노동절 기념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마라톤 참가자 등 1만5000명이 몰린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였고 현 정부 아래 느끼는 노동계의 긴장감은 '말'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정종수 노동부 차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일방적인 구조 조정이나 임금 삭감은 지난 2월의 '노사민정 대타협'의 정신을 깨트리는 것"이라며 "비정규직법,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등 4대 노동관계법의 일방적 개정은 1500만 노동자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장석춘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관계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노동계는 지금과는 전혀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졸 초임을 포함한 임금 삭감, 공기업 단협 평가 등 공공부문부터 시작된 정부의 '노동자 탄압' 정책에 대한 비판이 민망한 듯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책연대 맺은 한국노총의 어려움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미흡해서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전혀 다른 길'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당초 공공부문 인력감축 등의 철회를 요구하며 행사장 옆에서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던 공공연맹은 집회를 취소하는 대신 "공공연맹 총단결로 노동부를 박살내자", "공공기관 파탄내는 기획재정부는 해체하라" 등의 현수막만 경기장에 내걸었다.

▲ 공공연맹은 집회를 취소하는 대신 "공공연맹 총단결로 노동부를 박살내자", "공공기관 파탄내는 기획재정부는 해체하라" 등의 현수막만 경기장에 내걸었다. ⓒ프레시안

이래저래 현장의 곡소리는 점점 높아지는데 노동계의 힘은 그 곡소리를 못 따라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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