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른 채 민주당 천정배 의원을 향해 "미친×"라고 막말을 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정식으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유명환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알려진 28일 오후 외교부 출입기자실에 내려와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하고 정식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소속 상임위원도 아닌 의원들이 들어와 있고 잘 안 되니까 나도 열 받아서 혼자말로 '미쳤군'이라고 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그렇게 말할 의사, 쉽게 말해 미필적 고의는 없었다"며 "누구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언론 보도 직후 천정배 의원의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찾아뵙고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나 아직까지 회신이 없다"면서 "오늘 저녁이라도 시간을 내주면 찾아가서 사죄드린다고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또 그날 회의장에서 "이걸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 해"라고 말해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고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장관이 국회를 없애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몸싸움이 없어져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몸싸움을 하는 걸 보니 CNN 같은 데에라도 (몸싸움 장면이) 나가면 국가 브랜드도 떨어지고 할 것 같아 겁나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유 장관의 발언을 국회 모독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이날 "외통위를 소집해 유명환 장관의 욕설 경위를 따져 묻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대변인은 "이번 언어 폭행, 욕설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정권 관료들이 국회를 경시하고 의원을 모독하는 행위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유명환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인촌 장관의 기자단에 대한 막말 사건, 윤증현 장관의 '깽판 국회' 발언에 이어 유명환 장관의 입법부 모독 발언까지, 국회에 대해 폭언을 퍼붓는 막말 관료들이 어떻게 국민을 섬길 수 있겠느냐"고 추궁했다.
천정배 의원 측에서도 천 의원 본인에 대한 욕설 부분보다 국회 무시 발언에 무게를 두고 문제를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 측은 "없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는데 욕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삼고 싶지 않다"며 "그러나 '이걸 기본적으로 없애버려야지'라고 한 것은 국회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보이며, 이는 국무위원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발언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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